[Opinion] 뮤지컬 프로그램 북에는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공연예술]

글 입력 2018.10.1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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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람을 취미로 삼기 시작하면서 생긴 강박감이 하나 있었다. 프로그램 북 구매였다.


티켓이 남기는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어떤 내용인지도 기억 안 날 정도로 흐릿해지니 기념으로 하나둘 챙긴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프로그램 북 개수가 많아 전용 수납 상자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가끔 그것을 꺼내 읽어보는 건 소소한 재미였다. 무대사진을 보면 네이버 TV 클립을 보듯이 머릿속에서 눈으로 직접 본 장면이 재생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프로그램 북이 나오면 살지 고민된다. 꽂을 공간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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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북에 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기사를 참고하길 바란다.



같은 공연이라도 뮤지컬과 연극의 프로그램 북 구성은 조금 다르다. 연극 프로그램 북은 사진보다 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출가의 해석과 의도, 평론가의 리뷰 등 작품 해설과 관련된 내용이 주가 된다. 여기에 수입한 라이센스 공연일 경우에는 해외 연출진의 글이 추가된다. 노래, 연기, 춤이 모두 포함된 뮤지컬의 경우에는 글보다 사진 비중이 크다. 무대, 의상, 배우, 연습을 포함한 공연 사진이 연극 책자보다 많이 실리며 비용 또한 조금 더 비싸다.

    

프로그램 북이 공연을 압축한 상품이라 기념품으로 관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도 구성이 허술하다면 구매 욕구가 떨어진다. 최근 대부분의 뮤지컬 프로그램 북 가격은 1만 원 이상이다. 소극장 뮤지컬 정가가 4~6만 원 사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절대 적지 않은 가격이다. 가격이 오를 경우에는 품질이 유지되거나 그만큼 상승해야 하지만, 구성이 더 떨어지는 프로그램 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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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북 안에는 '작품'이 있어야 한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프로그램 북, 달 컴퍼니 공식 계정

 


관람하는 뮤지컬의 사전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A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가 작품을 파악하기 위해 프로그램 북을 샀을 때 있어야 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먼저 작품에 관한 소개와 기획자의 기획 의도, 연출가의 설명과 무대, 의상, 조명 등 디자이너의 작품 해석이 있을 것이다. 출연 배우가 누구이며 프로필 사진과 공연 사진도 실려 있을 것이다. 또한, 뮤지컬의 핵심인 넘버 리스트와 넘버 설명, 가사도 첨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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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삼연 프로그램 북 中 일부. 이런 공연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작품해설, 사진, 넘버. 필자가 생각하는 뮤지컬 프로그램 북에 있어야 할 3가지다. 그러나 이것들이 ‘제대로’ 갖춰진 책자를 보기가 힘들다. 개인적으로 제일 실망한 프로그램 북은 올해 <프랑켄슈타인> 2차 프로그램 북이었다.

     

첫인상은 매우 두꺼운 책자였다. 품질이 괜찮았던 재연 2차와 비슷한 두께였기 때문에 기대하고 펼쳐보았다. 충격적이게도 100쪽이 넘어가는 분량에 배우와 스태프 소개글을 제외하면 작품 관련 내용은 8쪽이었다. 공연 책자가 아니라 ‘화보‘였다. 그나마 있었던 글들도 인사말과 언론의 간략한 리뷰가 절반이었다.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 만큼 프로그램 북이 작품을 전부 담아내지 못해 실망했고 제작사의 어설픈 마케팅이 원망스러웠다.

   

프로그램 북 판매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바로 1·2차로 나누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1차와 2차의 차이는 대개 공연 사진이 추가로 들어가느냐이다. 똑같은 가격과 내용인데도 새로운 사진 몇 장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1·2차를 둘 다 사는 사람도 있다.


무대 리허설 사진 때문에 일찍 관람한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할까? 모두가 똑같은 관객이고 시간과 비용을 치르고 온 사람들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공연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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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 프로그램 북 中 인물관계도.

5,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도 다른 제작사 못지않게 구성이 알차다.

 


전에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프로그램 북을 사는 것이 아니라 배우 얼굴을 보려고 그런 건지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근본적으로 그것들을 구매하기 시작한 이유는 좋은 작품을 망각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좋아하는 배우 사진이 적더라도 제작사들이 작품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인물관계도를 그려줬으면 한다. 화려한 무대 사진만 책자로 남기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다채로움을 만들어내기까지 공들인 치밀한 설정이 담긴 프로그램 북을 보고 싶다.    

 

 

[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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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하성현
    • 좋은글이네요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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