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튜브 덕분에 행복하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10.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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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배우 신세경 님이 유튜버로 데뷔를 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래퍼 스윙스 또한 유튜버 활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콘텐츠까지 제시했다. 괴물 신인 마미손은 ‘소년 점프’의 음원을 내지 않고 유투브에만 올린 이유로 기존 음원시장의 석연찮은 저작권료 분배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음을 들었다.


유튜브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개념은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매우 생소했지만 요즘은 그야말로 유튜버들의 시대다. 아니, 그들의 시대가 된 지는 꽤 됐다. 요즘 유튜버들은 TV 프로그램으로까지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또 반대로 꽤 많은 연예인들이 새로이 유튜버로 데뷔하고 있다. 지금은 종영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 형태를 방송에 접목시킨 프로그램이며 악동뮤지션 이수현 님은 이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뷰티 유튜버로 데뷔했다고 한다. 뷰티 유튜버 이사배 님은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많은 관심을 받았고 ‘겟 잇 뷰티’에서는 많은 뷰티 유튜버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활약했다. 현재 방영중인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은 유튜버의 삶을 자세히 다루며 유튜브에서 TV로의 진입 장벽을 허물었고 앞으로 더 많은 유튜버들의 진출을 예고했다.


유튜버들이야 말로 진정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이제는 레드 오션이 된 유튜브 시장에서 새롭고 처음 보는 분야의 콘텐츠를 내놓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정말 다양한 동영상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직업으로 삼을 만한 콘텐츠는 몇 가지로 추려졌다고 생각한다. 또 그 중에서 내가 즐겨 보는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VLOG: “평범한” 일상 영상



첫 번째는 브이로그다. 브이로그란, 비디오와 블로그를 합친 말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의미하는데 가장 단순하고도 가장 복잡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자신의 일상을 촬영하면 되니 가장 단순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일상이 되려면 특별한 무언가가 첨가되어야 한다. 자신과 비슷한 생활패턴의 일상 영상은 별로 궁금하지도, 보고 싶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특별함이 일상의 영역을 넘어서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일상의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다수의 시청자들의 일상엔 존재하지 않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브이로그의 중요 포인트다.


난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선 외국만큼 좋은 환경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시청자가 한국인의 브이로그를 본다고 가정했을 때) 여행지로만 생각했던 곳의 일상은 어떨까, 자동적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대체적인 일상은 비슷하니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산다는 생각은 안 들면서도 슈퍼마켓, 표지판 같은 가장 일상적인 것들부터 다른 그 일상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의학 계열이나 예체능 계열의 대학생 브이로그도 흥미롭다. 일반적인 고등학교를 생각해봤을 때 한 반에서 의대나 예대를 가는 친구들이 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상대적 다수가 볼 때, 이들의 일상 또한 매력적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콘텐츠의 영상이라면 문과생의 브이로그와 무용전공생의 브이로그 중 어느 쪽이 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지는 뻔하다)





일상 영상에선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음식이 빠질 수 없으니 요리도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상당수의 브이로그에선 요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또한 ‘겟 레디 위드 미(GRWM)'라고 불리는 메이크업 영상이나 오늘의 착장을 보여주는 ’아웃핏 오브 더 데이(OOTD)'도 종종 등장한다. 특별한 듯 평범한 듯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차별점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이러한 일상적 요소들의 배합에 있다. 운동과 건강한 요리를 강조하는 브이로그, 전문가 수준의 요리 과정을 보여주는 브이로그, 뷰티나 패션을 강조하는 브이로그 등등 요소들을 어떻게 어느 정도 넣느냐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한 브이로그가 만들어지며 다양한 취향군들을 저격하는 것이다.






먹방: 많이 먹으면 장땡?



내가 생각하는 먹방의 본질은 대리만족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이 먹는 것은 경쟁력이다. 평균적인 위장들은 자신을 가장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메뉴를 고르느라 고민한다. 그러나 먹방 유튜버들에게 이는 쓸데없는 걱정이다. 먹고 싶은 모든 메뉴를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놓고 배부름이나 금액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한 번에 즐기는 모습만으로 대리만족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배불러도 억지로 먹는 유튜버는 정말 거의 없을 것이다. 한 끼에 1인분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겐 충격적으로 많아보여도 그 정도가 그들이 포만감을 느끼는 양 일뿐이다. 또 이들에겐 식사가 곧 수익이니 보통의 사람들과는 음식 가격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양만으론 부족하다.


먹방은 정말 지루해지기 쉬운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썸네일의 아름다운 음식들을 보고 홀린 듯 들어와서 몇 입 먹는 걸 지켜보고 흥미를 잃는 경우가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몇 입 먹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식사 동안 사람들이 머무르게 하려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의 중요성이 커진다.





밴쯔 님의 ‘고작 시리즈’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한 먹방이다. ‘밴쯔 푸딩 고작 1개 먹방’이라는 제목과 정말 푸딩 1개만이 식탁에 올려진 썸네일은 정말 밴쯔가 1개만 먹고 방송을 끝낼까? 하는 궁금증으로 일으켜 영상을 클릭하게 만든다. 그리고 정말 작은 푸딩과 함께 영상이 시작 되는데 이 영상의 경우엔 밴쯔가 메이플 시럽을 가지러 자리를 뜬 사이 편집의 힘으로 푸딩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메이플 시럽을 가지고 돌아온 밴쯔는 아무렇지 않게 커진 푸딩을 먹는다. 사람들은 음식이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커질지 기대하며 먹방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먹방은 주로 유튜버가 만들어 놓은 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야외 먹방이 아닌 이상 거의 매번 같은 배경을 보게 된다. 먹방에서 배경의 중요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엠브로 님의 ‘심야 식당’에선 다른 배경을 콘셉트로 활용한다. 밝은 분위기에서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하며 식사 느낌으로 먹는 콘텐츠 이외에 어둡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먹는 소리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가 심야 식당이다. 그래서 ‘심야 식당’ 영상의 제목엔 ‘리얼 사운드먹방’이라는 말이 추가 된다. 어떻게 보면 밝음과 어둠으로 상반되는 두 가지 콘텐츠는 유튜버에게 두 배의 매력을 주는 것 같다.






유튜브를 보다보면 한 가지 주제 혹은 콘셉트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든다. 한 가지를 확실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차원적인 색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원색에 질렸다. 뭔가 미묘하게 다른,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오묘한 색들을 갈망하는 중이다.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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