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돈보다 소중한 가치는 나, 그리고 나는 곧 돈이다 [도서]

<나라는 브랜드>에서 발견한 뫼비우스의 띠
글 입력 2018.10.2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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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나라는 브랜드>에서는 나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갖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브랜드'라고 정의하고, 그런 능력을 갖는 행위를 '브랜딩'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브랜드가 상업적인 것에서 사용되는 단어라고 생각하면 의외의 발상이고, 접근이다. 나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와 그로부터 나온 가치를 상품화한다는 아이디어는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론인 것일까? 그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스스로 가치를 매겨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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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자 문득 중학교 1학년 때 했던 발표가 기억난다. 내 중고등학교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유독 선생님들이 흥미로운 것을 많이 시키곤 했다. 국어시간도 그냥 시험만 쳐서 성적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양한 수행평가가 있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성적비중은 각각 30% 정도를 차지했을 뿐이었다. 체육시간도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피구와 축구, 줄넘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볼링을 치거나 골프를 배우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데도 문과와 이과를 구분해서 배우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이과 3학년이었을 때 한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기도 했었다. 그때는 당연한 줄 알았는데 대학에 와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특이한 케이스였다. 내가 살던 지역이 학구열이 그닥 치열하지 않은 곳이라 그런가, 아니면 우리 지역의 선생님들의 성격 덕분인지 고등학교 때까지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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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중학교 1학년 때의 발표는 선생님들께서 반 학생 수만큼 35개의 질문을 컵 안에 넣고, 한 사람씩 질문 종이를 뽑아서 자기의 질문에 답을 하는 거였다. 아무도 질문이 겹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듣는 게 무척 흥미로웠다. 매시간 수업도 해야 해서 세 명 정도 발표를 하고 끝났는데 덕분에 그 수업시간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모른다. 내가 뽑은 질문은 "돈보다 중요한 것 세 가지"였다.

어쩌면 아주 진부해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뭐 마음이라던가 사랑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유행했었는데 요즘은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말이 좀 진부해졌긴 하다. 아니, 사랑보다는 사람 그 자체를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과 사람, 공기. 돈을 주고는 살 수 없었던 것을 사고 있다.

자꾸 이야기의 초점에서 벗어나버리는데 나는 그 당시에 중요한 것 세 가지로 건강과 인형놀이, 그리고 드라마 이렇게를 말했었다. 중학교 1학년짜리가 건강을 외치다니 너무 애늙은이인건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때 토요일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따라서 병원에 다녔기 때문이다. 위장이 좋지 않아 늘 쉽게 체했고, 사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고 스트레스와 긴장때문에 체한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나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을 너무 좋아하셨다. 아직까지도 나는 자연식물식, 샐러드를 먹어도 쉽게 체해버리곤 하는 나약한 정신상태와 위장을 가졌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병원에 다니면서 수많은 병자들을 보고, 노인들의 세계를 경험해왔다. 하루의 일과를 병원에서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시작하는 것. 그리고 오후에는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경로당에서 떠들다가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잠이 들어,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병원으로 출발한다.

병원이 문을 열지 않는 일요일이면 시장에 간다. 시장에서 또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 어디를 가나 아는 사람이 늘어나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진다는 것. 그것은 어쩐지 슬프고 아쉬운 감정이었다. 그 때의 외할아버지는 2년 전에 돌아가셔 더 이상 내 곁에 없고, 외할머니는 움직이시지 못하고 한 쪽 눈의 시각을 잃으셨다. 요즘 나는 체해서 병원에 가서 영양제를 맞다보면 그 때의 나와 함께했던 건강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떠올라 병원의 베개가 젖을만큼 울게 된다. 내게 있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소중한 추억이자 나의 가장 큰 약점이신 분들. 성인이 된 뒤로 술을 많이 마시고 불규칙한 식생활습관으로 수술을 네 번을 해야 했다. 아마 나는 지금도 돈보다 소중한 것으로 건강을 고를 것이다.

인형놀이는 동생과 함께했던 놀이다. <인형의 집> opinion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데 손가락 크기만한 남녀 인형을 잘라서 동생이랑 놀았다. 다른 친구들은 친구들끼리 놀 때 우리는 집에서 둘이서 놀았던 적이 많아서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거의 3-6년 동안 그렇게 놀았다. 만약 공부하는데 시간을 뺏기지만 않았다면 계속 그렇게 놀았을 것 같다. 드라마는 저녁마다 가족들과 함께 봤기 때문에 말했던 것 같다. 저녁 8시반에 시작하는 저녁 막장 드라마라서 여자주인공은 늘 바보같고 돈도 없고, 남자주인공은 부자에 날카롭고. 둘은 원래 사이가 안 좋은데 갈수록 서로를 신경쓰게 되는 그런 진부한 이야기였지만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재밌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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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소중한 가치. 그것이 말하는 것은 결국은 자신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는 자신을 가치화하여 값을 매기는 시대가 왔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어떤 값어치를, 얼마만큼의 값어치를 부여할 것인지가 이 책의 주제였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좋은 직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노년을 살기 위해서라면 좋은 집에 살아야하고, 자식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살려고 하는지는 다들 각자의 가슴 속에 질문을 묻은 채. 자본주의에 적응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브랜드



<브랜드>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그냥 떠오른 것은 아디다스다. 내가 가장 즐겨입는 브랜드기도 하고, 전국민이 애정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저번에 <아디다스 런베이스 서울>에 대해서 글을 쓴 적도 있는데 그런 스포츠 공간에서 사람들은 아디다스 로고가 박힌 레깅스와 옷을 입고 운동을 한다. 다른 저렴한 레깅스가 있는데도 기능성과 심미성을 따지면서 아디다스를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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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디다스나 나이키 이외에도 종류별로 레깅스가 여러 개 있는데 기능성과 재질은 확실히 비싼 옷을 따라올 수는 없지만 단순히 운동 목적이라면 브랜드가 없는 레깅스도 물론 괜찮았다. 평소에 편하게 집에서 입고 다니는 옷은 사실 그런 브랜드없는 레깅스인데, 학교를 가거나 외부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브랜드가 있는 옷을 입고 운동을 한다. 또, 다른 저렴한 운동기구가 있는데도 굳이 아디다스라는 로고가 새겨진 덤벨이나 케틀벨, 요가매트, 짐볼을 갖고 싶은 이유는 뭘까. 왜 그 로고에 집착하고 이미 몇개 있는데도 종류별로 갖고 싶어지는 그 이유는 뭘까?

그게 바로 브랜드의 힘이라는 것을 <나라는 브랜드>라는 책을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품질이 기본이 된 시대에서, "자기다움", "자기만의 어떤 것"이라는 정체성이 다름을 이끌어내고, 브랜드는 "다름"을 차별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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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는 브랜드를 만들고, 알리고 넓히는 방법으로 네트워크와 아날로그 홍보물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명함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등등의 조언은 직관적인 이해는 가능하지만 막상 브랜딩을 시작하면 놓치기 쉬운 점들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분류해 소홀한 부분도 놓치지 않도록 조언한다. 분명 브랜딩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시작해서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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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돈보다 소중한 것은?


돈보다 소중한 것은 분명히 이런 시대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소비는 분명한 즐거움이며,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게 된다는 희열은 정말 짜릿하다. 이 물건을, 또는 어떤 가치있는 것을 갖게 된다면 나의 삶을 이 물건을 경계로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지 생각하는 것도 몹시 흥분되는 경험이다.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수십번도 더 고민하면서 결제버튼을 누르고 비밀번호를 치는 그 순간 누구보다 가장 행복한 내가 됨을 알고 있다. 돈을 쓰는 행위에 너무 큰 즐거움을 느끼는 탓이기에 많은 가치들이 돈으로 환산되는 사회를 어쩔 수 없이 이해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사회 속에서도 돈보다, 브랜드보다 소중한 게 있다면 나에게 그것은 건강과 사람, 그리고 결국은 나. 그리고 <나라는 브랜드>에서는 그런 나에게 돈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다시 결국 돈이 되는 무한 뫼비우스의 띠에 빠져들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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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브랜드
-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살아가는 법 -


발행 : CABOOKS

분야
자기계발

규격
140x218 mm
무선제본

쪽 수 : 240쪽

발행일
2018년 06월 04일

정가 : 16,000원

ISBN
978-89-97225-46-0




문의
CABOOKS
02-852-5412





도서 맛보기


우리는 결과물에만 지나치게 매달린다. 하지만 자신을 기억할 만한 존재로 만드는 건 브랜드이다. 브랜드는 남들과 차별화하여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 즉, 나를 만드는 것이다. (p14)

온라인에서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은 나를 세상에 내놓는 시도이며, 서로 친해지자는 의미다. 실제로 만나는 셈이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p48)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다면 서서히 잊힐 것이다. 이메일은 너무 간단해서 쉽게 끊을 수 있다. 누구든 직접 찾아 간다면 무한한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p122)

다른 사람이 먼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보다 먼저 관심을 보여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감을 믿어야 한다. 결국 사람이야말로 '사회적인' 플랫폼인 것이다. (p148)

스스로 해내는 정신이 성공의 길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 이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많은 것을 잘한다는 건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는 뜻이다, 라는 생각은 창조적 생태계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p182)



지은이 소개


디자인 매거진 CA 편집부

1998년 창간한 디자인 매거진 CA의 관심사는 딱 한 가지다. 한 사람의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지켜보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탄생하는 놀라운 작품과 그들의 생각과 창의적인 통찰력을 이야기한다.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생태계에서 '나'만의 것을 만들어 가는, 그래서 '나'만의 브랜드 갖기를 열망하는 젊은 층을 위해 『'나'라는 브랜드 –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펴낸다.





목차


1막 만들기 : 정체성, 브랜드

1장. 자신을 브랜딩하기

16 왜, 브랜딩인가?
18 브랜드에 관한 진실
20 자신을 브랜딩하는 기술
24 활용하기 좋은 도구들
32 전문가 조언 1: '축구를 좋아하는 디자이너', 라는 브랜드
34 전문가 조언 2: 진정성의 실체가 브랜드를 이끈다
38 케이스 스터디 1: 배민다움의 브랜딩은?
42 케이스 스터디 2: 모든 작업은 일종의 셀프 브랜딩?
44 케이스 스터디 3: "개인이 아닌 스튜디오로 알고 있어요"

2장. 디지털 세계에 진출하기

50 멋있는 웹사이트 꾸미기
54 검색 엔진 최적화
58 효과적인 전자 뉴스레터
62 온라인 브랜드 다듬기
68 케이스 스터디 : '나'를 내세운 온라인 브랜드

3장. 강력한 아날로그 홍보물

74 기억을 떠올리는 명함
78 효율적으로 홍보물 만들기
80 투자해야 할 선택
86 케이스 스터디 2: 똑같은 것이 없는 그림 명함
88 케이스 스터디 3: 리소 덕분에 더 빨리 알려진 스튜디오


2막 알리기 : 네트워킹, 프로모션

4장. 적극적으로 알리기

96 암호 풀기
102 어떻게 능력을 팔 것인가?
106 언론 매체 활용하기
110 온라인 전략 다듬기
116 케이스 스터디 1: "브랜드는 타인이 만들어 주는 것"
118 케이스 스터디 2: "한 번 보내고 또 보냈죠"

5장. 입소문 만들기

124 입소문 만들기
130 강력한 첫인상 남기기
134 능숙하게 인맥 쌓기
138 행사, 직접 주관하기
144 케이스 스터디: "사소한 만남까지 잘 가꾸었다"

6장.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라타기

150 타깃 고객층과 소통하기
152 딱 맞는 소셜미디어 선택하기
153 잘 띄게 하는 법
154 포스팅 빈도 실험
156 헛된 지표에 빠지지 않기
158 기술적 고려 사항들
160 해시태그 검색
161 결정타, 동영상 콘텐트
162 팁 1. 타이밍을 잡는 6가지 팁
164 팁 2. 소셜미디어 팩트 체크
168 팁 3. 더 나은 동영상 만들기
170 인터뷰 : 진짜 나의 이야기로 나를 드러내기


3막 넓히기 : 창업가, 영향력

7장. 창조적인 창업가 정신

184 스스로 해내거나 죽거나
186 돈에 구속되지 않기
188 혼자 힘으로 해내기
190 맥가이버처럼 기술 갖추기
192 자신을 위해 일하기
194 창조적 기업가로 탄생하기
198 케이스 스터디 : 작업실 겸 쇼룸, 제로퍼제로

8장. 영향력 넓히기

206 공모전에서 수상하기
208 작품 전시하기
212 전시회 직접 열기
216 협업, 그리고 공간 공유
218 더 신경 쓸 일들
220 케이스 스터디 1: 따로 또 같이, 협업은 내 정체성의 뿌리
222 케이스 스터디 2: 주말을 즐기자, 다섯이 모인 5선데이

9장. 에이전시 활용하기

228 에이전시가 필요한가요?
230 옵션은 무엇일까?
232 적합한 에이전시 찾기
234 계약서 꼼꼼히 살피기
236 에이전시 다루는 법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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