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도서]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글 입력 2018.10.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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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글을 올해 5월에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하고 싶다고, 가고 싶다고 제약 없이 갈 수 있는 나이지만 늘 나의 마음속 에 자리한 불안감과 두려움이라는 존재는 그런 의지를 10초 만에 꺾어버린다. 그 순간도 그랬다. 국토대장정도 가보지 못한 내가, 여길 갈 수 있겠어? 아무튼 그렇게 산티아고 순례 길이 내 머릿속에서 잊혀져 갈 때쯤, 이 책을 접했다.


책뿐만이 아니다. 미디어에서도, god 멤버들이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같이 걸을까>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정경호 역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현재 걷고 있다고 한다. 책의 초반에도 등장하는 이야기인 한국인들이 순례길을 걸으면서 일반 등산로를 걷는 것처럼 크게 노래를 틀고 다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야기를 봐도, 한국에서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 하나의 현상과 같이 자리 잡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01. 늘 이유가 필요했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삶은 익숙하지 않았다.


 

삶은 선택이다. 선택이 곧 결심과 행동이 된다. 최근 든 생각이다. 막연한 생각들이 때론 엄청난 스퍼트를 받아 마음속 한 구석에 자리하게 되며, 그 이유를 하나하나 열거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나의 결심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 대부분 부정적인 이야기만 듣게 된다. 요즘 내가 그런 결심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 이유 역시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른 누군가에 의해 꺾이고 싶지 않아서다. 오롯이 내 마음 속에서 내가 내는 소리를 듣고자 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결정이 곧 이유’라는 구절이 마음에 박힌 이유 역시 그렇다. 작가가 책을 보고 막연히 마음만 먹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실제로 걷고자 마음먹었을 때, 주변에서 만류가 심했다고 한다. 그럼, 역시 그들에게 이유를 대야 한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속에서, 결국 그녀는 답을 찾게 된다. ‘새로 시작해보는 것’. 지나온 길과 나아가야 할 길의 사이에서 그녀는 새로운 리셋 지점을 찾고 있었고, 그 곳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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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왜냐고, 제대로 묻고 산 적이 별로 없다.



책을 읽어보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모든 사소한 것들이 우리의 인생에 대입될 수 있고 그래서 이 순례 길이 사람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든, 어떤 마음이 생기든 길 위에 버릴 수 있고 길 위에서 ‘담을 수도 있다는 것. 죽어야 끝날 쐐기벌레의 행진을 보고, 마치 42.195km를 뛰어넘는 인생의 길을 걷는 우리를 떠올린다. 앞만 보고, 남들이 가는 곳으로 함께 따라간다. 사소하게 지나쳤던 단어들. ’다 그렇던데?‘, ’원래‘, ’여태‘라는 이런 단어들이 주는 획일적인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 구절에서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다.


남들이 하는 대로, 익숙한 대로, 가야 하는 대로 가는 삶. 하지만 이것이 마냥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상의 사소한 결정에서도, 나라는 사람은 늘 다수가 향하는 곳으로 가며, 소수가 되어 남들 앞에 두드러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낯선 장소에서도, 친한 친구가 없으면 피하는 편이며, 인생의 결정에 있어서도 ‘벽을 깨는 사람이 아닌, 깨진 벽으로 향하는 사람’이곤 한다. 하지만, 그런 삶이 정말 ‘내가 담긴 가치’가 있을까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한 번쯤, 벽을 깨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정말 가까운 미래가 될지도 모르겠다.

 


 

03. 용서의 언덕을 오르면서 사는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사람은 없다고 했다.


 

용서의 언덕. 난 살면서 누군가를 용서할 일이 있었는가.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나의 거창한 용서를 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소한 일에서부터 굉장히 많다. 가끔은 부모님이 나에게 용서를 구했고, 친구들이 나에게 용서를 구했고. 그럴 때마다, 난 늘 이해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을 용서해야만 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용서를 너에게 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해라’라는 구절 역시 이런 의미로 나에게 다가왔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은, 그 ‘누군가’를 위한해 일이 아닌 나 자신의 회복을 위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 용서 받는 다는 것은 죄를 고백하고 죄를 갚는 마음으로 살며 양심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것.



 

04. 필요로 하지 않는 호의는 폭력이다.


 

‘호의’. ‘선의’. ‘먼저 선을 베풀다’. 즉, 말하지 않아도 먼저 남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때로는 받는 사람에게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가가 18살 미엘을 만나, 그 것을 느꼈듯. 혹시 내가 남에게 베풀었다고 표현한 ‘호의’가 ‘폭력’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그것이 내 마음이 편해서라는 자기만족적인 이유였으면서 말이다. 정말 사소한 예를 들자면, 중학교 2학년 때 국어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선생님의 아버지께서는, 대중교통을 타고 가다가 자신을 보고 노약자석을 양보했던 기억이 굉장히 상처였다고 하셨다. 자신은 겉으로 늙어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의 입장에선 좋은 의도의 호의가 아버지께는 상처가 되었던 것이다.

 

사실, 내가 그런 적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이런 호의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이유는 이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험난한 여정을 스스로 겪어내고, 일어나기 위한 힘을 가지기 위해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가 미엘에게 베풀었던 호의는 호의가 아니라 폭력이었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크게 든 생각은, 작가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깨달았던 것들이, 내가 놓치고 살아왔던 의미 있는 문장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러한 ‘관점의 전환’과 같은 생각은, 평소와 같은 삶에선 전혀 뒤돌아 깨달아 볼 수가 없는 것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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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혼자, 그리고 같이.


 

누구에게나 ‘철저하게 혼자일 때’가 필요하다. 작가가 강변을 혼자 걸으며, 바람을 노래 삼아 걸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내 옆에 없을 때도 필요한 법이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면 날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뒷장에 나오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오래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챕터처럼, 우린 혼자이면서 동시에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최근 나는, 그리고 몇 년 간 나는 정말 친한 친구들과의 연락만을 자주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선택한 일이고,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관계는 끊는 것이 나를 위한 일이라고 믿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그리고 그 생활이 이미 나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게 편했다. 지금까지도 그렇다. 하지만, 때론 남들과 어울리는 것에도 깨달음이 있고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혼자’이고 싶어 하는 작가가 결국 산티아고 친구들의 남겨진 메모를 보고 ‘함께’가 되듯 말이다. 혼자보다 함께여서, 배울 수 있고 알게 되는 힘이 때론 더 강하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6. 당신은 깨어있습니까?


 

책을 자주 읽으려 하지만 여행에 관련된 책은 피한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휴학하고 다녔던 여행이라는 것이, 남들이 말하는 긍정적인 느낌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마치고, 빵집에서 매일 알바를 해서 모은 돈으로 다닌 여행은 나에게 그다지 큰 영감을 주지 못했다. 때론, 오히려 집에서 사고 싶은 것을 사는 게 더 나를 만족시킬 수 있진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놓친 것들이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 작가가 허영과 교만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다루는 길을 통해 얻은 깨달음들이 나의 여행에선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로지 ‘혼자 여행을 갔다 오는 것이 목적’이었던 나는, 철저히 혼자 일 수 있는 좋은 기회들 속에서 나에게 집중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난 나에게 깨어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 순례길에서 담겨온 경험과 순간순간의 묵직한 기록들이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그리고 나의 지나온 길을 다시 한 번 걸을 수 있게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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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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