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희대의 요부, '장녹수' 에 대하여 <궁; 장녹수전> [전통예술]

조선시대 최고의 악녀, 장녹수의 삶에 대하여
글 입력 2018.10.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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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장녹수전 포스터_웹용_국문_0308.jpg
 


<궁; 장녹수전>을 관람하기 위해 처음으로 방문한 정동극장은 고전미와 전통미가 돋보이는 극장의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특히나 정동극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공연을 제작하는 곳으로써,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의 복원 이념과 함께 그 역사적 의미와 예술 정신을 담고 있는 극장이기에 이 곳에서 공연을 보는 의미는 더욱 뜻깊었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며, 객석에 앉아있는 동안 조금 놀랐던 것은 관객의 80%가 대부분 해외 관객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객석 앞, 뒤를 가득 메운 외국인들을 보니, 우리의 전통공연을 관람하는 그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의 전통예술에 대해 충분히 즐기고, 만끽하는 시간이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사실 ‘장녹수’ 에 대한 인물을 소재로 하는 이번 공연을 보기 전,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해석을 기대하는 이번 작품에 대해 불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었다. 장녹수에 대해 예인의 삶을 강조하고자 하는 작품의 의도를 알면서도, 인물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를 결코 반영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2장_기녀들과 녹수의 장고춤.jpg
 


<궁; 장녹수전>은 대부분의 관객이 해외 관객이라는 점을 많이 고려해서인지, 공연의 시작은 관객 참여극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전체적인 공연의 흐름은 전통예술을 표현하는 무용극이었지만, 공연 중간 중간에는 전통에서 조금 벗어난 약간의 현대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보다 쉽고, 재미있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전통무용극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는 전통 기방 문화와 민가의 놀이문화, 궁중 연희의 등 우리의 다양한 전통무용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장고춤, 교방무, 선유락 등 다채롭게 펼쳐지는 전통무용을 보는 75분의 러닝타임은 우리 전통 춤의 매력을 느끼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공연을 제작하는 정동극장에서 ‘장녹수’라는 인물을 통해 전통공연의 대중화와 새로움을 시도하려한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아쉬움이 크다. 더구나 해외 관객이 많이 관람하고 있는 이번 작품이 그들에게 ‘장녹수’가 그저 비운의 삶을 살다 간 한 시대의 예인으로서만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가 된다. 실제로, 공연에서는 연산과 장녹수의 로맨스에 대해 다루면서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 이들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신하들의 상소문에 휘감겨 괴로워하는 연산이 등장하고, 신하들의 얼굴을 악한 표정의 가면으로 표현하는 장면들은 연산군을 연민과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의 곁에 남아 슬픔과 상처를 감싸 안아주는 ‘장녹수’의 모습들은 안타까운 이들의 삶을 기구한 사랑의 운명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6장_상소문장면_녹수와연산.jpg
 


그러나 이번 작품이 과연 인물에 대한 기존의 역사적 해석을 잠시 접어두고 관람할 수 있을지, 혹은 이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인물의 개인적인 삶에 집중하여 재평가할 수 있을 지는 작품 해석에 있어 더 많은 고민이 이뤄졌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전통예술을 즐겨 관람하고, 좋아하는 이로써 전통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이번 공연의 새로운 시도가 앞서 언급한 부분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숙고했는 지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작년에 종영했던 드라마 ‘역적’에서도 장녹수의 삶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화려한 예인이었지만 백성들의 돌에 맞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여인으로 그려졌다. 이처럼 근래 들어, ‘장녹수’에 대한 평가가 그녀의 개인적인 삶에 집중하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인으로 표현되고 있는 부분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궁; 장녹수전>도 이러한 시각에서 그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지만, ‘장녹수’가 과연 그렇게 표현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크다.

 

 <궁; 장녹수전>은 우리의 장단에 어우러진 다양한 전통 춤의 매력을 느끼며, 화려하고 다채로운 춤의 향연이 펼쳐지는 무대였다. 또한 전체적인 공연이 무언무용극이라는 점에서 무용에 대해 더 집중하여 관람할 수 있었고, 우리 전통예술의 흥과 풍류를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작품 속 주인공을 ‘장녹수’로 다루어 표현한 창작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궁: 장녹수전
- 세련된 전통공연의 탄생! -


일자 : 2018.04.05(목) ~ 12.29(토)

시간
화-토 4시
일, 월 공연없음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VIP석 60,000원
R석 50,000원
S석 4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48개월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75분




문의
(재)정동극장
02-751-1500





궁 장녹수전_web_국문_최종.jpg
 

KakaoTalk_20181020_234349625.jpg
 

[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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