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 고흐에 투영된 주인공 스트릭랜드의 인생

이상과 현실, 그 괴리에 대하여
글 입력 2018.10.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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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주인공인 '스트릭랜드'에 대해 회상하는 형식을 취하는 책, 달과 6펜스. 화자가 작가들의 사교 모임에 가서 스트릭랜드의 아내를 만나며, 스트릭랜드와의 만남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폴 고갱을 모티브로 한 주인공, 스트릭랜드


이 책의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화가 '폴 고갱'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물론 고갱의 실제의 삶과 온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유사한 흐름을 취하고 있다. 증권가였던 고갱은 비교적 늦게 예술가의 삶을 살게 되는데, 후에 그는 타히티로 가서 그의 남은 여생을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스트릭랜드 또한 런던의 증권가로 생활하다가 예술가의 꿈을 이루고자 가족도, 안정적인 생활도 모두 버리고 갑작스러운 파리행을 택한다.

그는 매우 변덕스럽고 냉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버리고도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으며, 자신을 성심성의껏 돕는 진정한 친구에게 아무런 고마움도 느끼지 않는다. 그는 후에 고갱이 그랬던 것처럼 타히티로 가서 그의 남은 여생을 보내는데, 타히티에서 만난 원주민 처녀 아타와 두 번째 결혼을 하지만 그는 아타에게 역시 큰 애정을 갖지 않는다.



나의 그림을 모두 불태워주시오.


타히티에서의 생활 속에서 그는 병에 걸려서 점점 몸이 망가져가고, 눈까지 멀어가다가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고 만다. 그가 아타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은 자신의 그림을 모두 불태워버리라는 것이었다. 그의 한마디로 인해 방의 모든 벽면을 웅장하게 감싸고 있던 그의 작품은 한 줌의 재로 변한다. 그에게 그림이란 단지 자신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수단이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그림을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느꼈다.



그는 꿈을 쫓은 열정가일까, 가족을 버린 이기주의자일까.


그는 일말의 언급도 없이 한순간 가족을 버렸다. 자신을 도운 사람들을 향해 감사의 말 한 마디 한 적 없다.  그는 분명 양심도 없고, 도덕심도 부족한 이기주의자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양심이란 무엇일까. 흔히들 말하는 도덕이란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암묵적인 규칙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라는 것은 수 많은 세속적인 것들의 복합체이다. 스트릭랜드의 관점에서 보면 세계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세속적인 사람들의 기준에 전염되어 버린 것일터. 그는 그러한 세속성에서 벗어나야 했다. 돈 잘 버는 증권가에서 벗어나 자신의 오랜 숙원사업인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그것만이 온전히 자신의 양심을 따르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버리고 자신의 열정만을 생각하는 태도를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열정을 따르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생을 바친 그에게 마냥 비난만을 퍼부을 수도 없다.



달과 6펜스, 그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대하여


이 책에는 '달과 6펜스'라는 제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추측해보건데 이 제목은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절대 우리의 힘만으로 달에 닿을 수 없다. 이런 닿을 수 없는 달은 이상적이지만 실현하기 힘든 꿈과 비전을 의미한다. 반대로 6펜스는 당시 영국의 가장 작은 화폐단위였다. 이는 내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손에 닿을 수 있는 것들, 혹은 내 열정이 따르기 보다는 현실이 따르는 세속적인 것들, 즉 돈과 명예, 권력 등을 의미한다. 우리는 얼마나 깊은 6펜스의 굴레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아닌,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당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그림을 모두 태워버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고갱은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에 폭이 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그림을 남겼다. 그 그림의 제목은 '우리는 어디서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가는가?'이다. 고갱과 스트릭랜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그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이제 그들이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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