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서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

탈무드를 이용해 지독한 절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기록한 책.
글 입력 2018.10.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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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사랑에 실패했다는 낙인. 상상하는 것조차 기피하게되는 깊은 절망이다. 끔찍이도 마음 아팠던 기억들이 그녀를 내내 아프게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정상적으로 살기를 기대할까? 그녀에게는 어떠한 구원과 회복의 가망성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가슴에 쌓인 고통과 수치심을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다프 요미(매일 한장)'는 탈무드를 매일 한 장씩 공부해 7년 반후에 통독하게되는 프로젝트이다. 다프 요미를 하는 사람들은 세계 각지에서 탈무드의 같은 장을 읽고 공부한다.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북클럽인 것이다. 저자는 이 책 한권에 이혼 후 그녀가 다프 요미를 하는 7년 반의 과정을 기록한다.

그녀가 삶의 방향을 잃었을때, 탈무드를 선택한 것은 마치 운명같다. 탈무드가 어떤 책인가? 기원전 500년부터 시작된 유대인의 가르침을 수 세기간 편집한 책이다. 탈무드에는 유대인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할 율법에 대한 흥미롭고 예측할 수 없는 랍비들의 논의가 수록되어있다. 이 오래된 텍스트의 지혜는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하물며 유대인에게 탈무드란 어떻겠는가? 그들의 긍지 자체이자 꼭 한번 도전해보고싶은 생각이 드는 책일 것이다. 이를 통해 그녀는 어떻게 다시 일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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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를 공부한다는건,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배우고, 탐구하는 것과 같다. 유대력을 보자. 수많은 의례와 기념일들로 가득하다. 심지어 유대의 새해는 4번이다. 축일과 규례 문헌에 나오는 첫날, 소득의 10분의 1을 바치는 첫날, 농사의 첫날, 나무의 첫날.(68p) 수 많은 축일과 매주의 안식일을 지키며 그녀는 의미를 얻는다. 율법으로 이뤄진 일정 하나하나가 경험과 의미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에서 탈무드를 공부하는 그녀가 삶의 충만함에 몸을 내맡기게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현대사회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며, 선택의 순간에 '무엇 하나'를 선택할 근거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은 유대인에게는 예외다. 그들은 신의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된다. 세세한 행동강령 하나하나를 랍비들이 제시해준다. 그것은 그들이 신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절기를 지키는 유대인의 문화는 빛나며, 의미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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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일이다! 저자가 신을 믿는 이유는 '신을 경외하고 토라를 공부하는 삶이 나를 풍요롭게하고 이해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믿음직한 틀을 가졌고, 율법을 따르는 유대인은 '영적인 삶'을 산다. 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초월한 듯이 보인다. 이스라엘로 이주해 예루살렘에서 새로운 삶을 꾸린 저자는 책에 신과 함께하는 삶을 자세히 묘사한다. 예루살렘의 각 지역은 역사적인 특정 시기, 인물이나 학문 영역의 이름이 적절히 붙어있다. 저자의 아침 조킹코스는 '랍비 아키바'에서 왼쪽으로 돌아 '힐렐'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루트다.(14p) 이토록 그녀가 살고 있는 환경은 그녀가 걷고있는 길부터, 건네는 인사, 저녁식사까지 모든 것에서 신과 함께하게 한다. 저녁식사 조리 방법 하나하나가 유대인들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비춰주고 주목하게 해준다. 이런 환경에서 삶이 충만해지지 않는게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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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다프 요미를 하며 신에게 더 가까이 가려하는 노력이, 바로 절망을 극복하고 그녀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열쇠가 된다. 그녀는 탈무드 한 장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며,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정리해볼 기회를 갖는다. 절망에 빠진 사람은 자신을 그 언제보다도 또렷이 느낄 수 있다. 그러한 조건에서 자신의 삶을 무려 탈무드로 반추해보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탈무드에는 사람이 살면서 겪는 거의 모든 행사와 감정과 상황이 제시되어있고, 고집스런 랍비들은 진지하게 그 세세한 사례들을 주제로 극렬히 논쟁한다. 이를 읽으며 독자는 자신의 생각을 정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제 삶에 대해 지혜로워질 수 있는 방안인가?

책은 그 누구도 아닌 일라냐 쿠르샨의 관점으로 탈무드를 체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녀는 다프 요미를 하는 몇 안되는 여성이고, 미국에서 유대인으로서 26년을 살아왔다. 그리고 문학을 사랑하며 열정있는 학자다. 이러한 그녀라서 그녀의 회고록은 즐겁게 읽혀진다. 탈무드에서 낭만주의 영시를 떠올려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시로 적어 기억하는 그녀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는 다프 요미를 하며 탈무드 속 랍비들과 대화하며 친구가 되었고, 나는 쿠르샨과 친구가 된 것같다.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럼에도 다시 삶에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자세를 그녀에게 배웠다.



[이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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