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디자인으로 북한을 풀어내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8.10.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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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한과 북한의 지도자가 아무렇지 않게 휴전선을 왔다 갔다 했고, 냉전시대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지도자와 미국 대통령이 만났다. 한반도 내에서 남한과 북한의 경계가 희미해져가고, 남한 내에서도 북한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할 북한의 또 다른 소식이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최근 생경하고 생소한 느낌을 주는 ‘포스트 소비에트 스타일’이 인기를 끌며 북한의 인테리어와 디자인 역시 이러한 흐름의 한 물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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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그래픽 디자인으로 유명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사실 유명하지 않다는 표현보다는, 워낙 접근하기 어려우므로 ‘잘 알지 못한다’ 혹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김정은 시대의 엄격하고 전체주의적인 정치 체제, 그리고 핵전쟁의 위협과 가장 잘 연관되어 있는 이 나라는, 타이포그래피와 시각디자인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최근 세계 디자인 시장은 북한에 대한 이런 선입견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전 세계 사람들은 낯설고 의외인 전시, 책, 사진들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고, 외신들의 ‘북한의 디자인’에 대한 보도는 CNN, BBC 등의 언론에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오로지 ‘그것’이 충분히 공유할 만한 디자인적 가치가 있는가에만 집중할 뿐, 국가나 이념은 전시를 기획하거나 책을 출판하는 데 중요치 않아 보인다.


<북한의 생활 그래픽Everyday Graphics in DPRK>전은 유독 ‘Everyday’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런던에서 이 전시를 기획한 니콜라스 본너는 여러 언론을 통해 “어떤 정치적인 의미도 담지 않은, 그저 북한의 일상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던 소품들을 그래픽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이념과 정치적 프레임을 걷고 이 일상의 물건들을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저 아름다운 결과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Inside North Korea」, 「Made in 조선」 등 이런 정서를 반영한 디자인 북들이 올해 여러 권 출시됐다. 이처럼 정치적 선전 도구로 묘사되는 언론 속의 북한이 아닌, 디자인을 통해 북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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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담는 디자인,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북한의 디자인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색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껏 보기 어려웠던 겨자와 테라코타, 터키석 그리고 베이비 블루와 같은 파스텔 색을 북한에서는 과감하게 사용한다. 있는 그대로의 색을 사용하기보다 다소 과장된 느낌이 드는 색채를 사용하며, 전체적으로 조화가 이루어진다면, 과감한 색의 사용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는 것이 특징이다.

파스텔 색감으로 이목을 끄는 건물들 내부로 들어가 보면, 가구들이 완벽한 좌우대칭 배치를 이루며, 이러한 북한의 인테리어는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최희선 <중앙대 디자인학부>교수는 “북한산업미술은 심사, 등록, 개발 과정에서 많은 사상적 검증을 받는다”고 말한다. 파스텔 톤의 밝은 컬러들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군대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좌우 대칭적 배열은 북한 디자인의 미적 제한성을 잘 나타낸다. 건물 내부에서 보이는 구조적 대칭은 북한의 사회체제를 부각한다.


최근 북한의 공간 디자인은 ‘녹색건축’ 열풍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에너지 절약, 효율성을 고려한 친환경 건축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표적 사례인 려명거리의 건축물들을 보면 조형적으로 실내외에 녹색을 많이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녹색의 기능성 페인트를 개발해 곳곳에 녹화공간을 조성하며, 실내외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밝게 조성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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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통해 북한을 이해할 수 있어



북한 산업미술가들의 최근 작품들을 보면 일상용품, 식음료, 도시의 거리와 상점, 공공건물, 운송류 등 북한의 거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북한의 디자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최 교수는 “통일을 준비하는 지금, 북한 산업미술 연구가 미리 간접적으로 그들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언론에 비춰지는 북한의 모습에만 너무 주목하지 말고, ‘디자인으로 북한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 이 관점이 향후 남북의 디자인영역 이해와 관심을 증진시키고,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측면에서 통일의 화두를 던지는데 큰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통일한국에서도 디자인의 역할은 중요할 것이다. 통일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지속돼야 한다. 낯설지만 재밌는 ‘디자인을 통한 북한으로의 접근’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 최희선<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사진 출처: CNN


[오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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