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원하다[공연예술]

글 입력 2018.10.2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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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s]

자가면역질환은 자신의 정상적인 신체 조직이나 세포에 대한 비정상적 면역반응이 나타나 발생하는 질환상태를 말한다. 즉, 외부의 위협을 막기 위해 존재하여야 하는 면역체계가 정작 지켜야할 우리의 몸을 공격하는 비정상적인 질환이다.

연극 <자가면역질환>에는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3명의 환자가 등장한다. 그들은 겉으로 부유한 집의 자식이고, 남들에게 떵떵거리며 매번 큰소리를 치기도 하며, 그럴듯한 집단에 소속되어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아버지에게 삶을 핍박받고, 아내와 아들에게 버림받았으며, 어눌한 말투와 행동을 일삼는 약자(사회의 환자)의 면을 보인다.

주인공은 이들을 진료하지만 치료하지 않는다. 교수의 인정과 돈, 학회발표 자료의 수집, 자기만족 등이 치료에 우선한다. 하지만 의사의(혹은 국민의) 본분을 수행하고자하는 고향 후배 성근과의 갈등 이후 주인공은 세 환자를 버리게 된다. 의사로서 환자의 포기를 선언하고, 의심과 매도로 생명을 잃게 한다. 심지어 직접 칼로 환자를 겨누기까지 한다. 면역체계가 보호해야할 세포를 공격하듯, 환자를 위해 존재하여야할 의사가 도리어 환자를 공격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이 연극은 보여주고 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이 연극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 3.15부정선거 이후이다. 불법과 불의가 만연하던 그 당시 시민들은 이에 항거하여 일어난다. 하지만 정부는 경찰을 통해 시민을 제압하고 계엄령으로 군대를 동원한다. 상식적으로 경찰과 군인은 국내외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여야 하지만 그때는 그러하지 못했다.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위협하듯, 의사가 환자를 져버리듯, 그 날의 경찰과 군인은 국민을 공격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런 비정상적인 광경은 숱하게 존재했다. 빼앗긴 나라에 봄이 왔을 때에도 독립운동가는 친일파출신에게 고문을 당했다. 피난민이 가득했던 한강철교는 섣불리 폭파되었으며, 죄없는 민간인은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탁' 치니 '억' 하니 죽었다는 변명이 통할거라 여겨졌던 시대도 있었다. 수 많은 사건이 지나 불과 몇 년 전에도 우리는 국정농단이라는 비상식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 연극에서는 물론 우리의 역사는 이미 이러한 불합리에 맞서는 법을 보여주었다. 옳지 않음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우리는 답을 찾아낼 것이다.

연극 내에서 의사는 환자로부터 노란꽃과 노란꽃이 그려진 그림을 받는다. 나는 노란색 꽃을 볼 때면 언제나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사회의 불평등과 싸웠고 권력의 부조리를 견뎠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외치며 비정상과 맞서는 법을 제시했다.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지켜지길 바랐다. 사람사는세상은 당신 평생의 꿈이었다. 오늘 유독 그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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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연극 프로젝트

연극<자가면역질환>은 극단2악장의 의학연극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이곳에선 '연극은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끄집어내고 드러낸다는 면에서 정교한 수술과 같은 작업이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실 의학만큼 가장 전문적인 분야이면서 우리 사회에 밀접한 것은 찾기 힘들다. 때문에 이를 이야기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곧바로 느낄수 있기에 매력적이면서도 자칫하여 조금이라도 어렵게 표현된다면 쉽게  외면받을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 연극<자가면역질환>은 그 위태로운 줄타기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잡은 듯 하다.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였고, 상당히 와닿았다. 극단2악장의 앞으로의 의학연극 프로젝트가 기대된다.

+
좋은 연극에 좋은 연기는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의 필요조건이지만, 그럼에도 극단2악장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하고싶다. 연극을 자주 경험하지 못했던 나에게 소극장에서의 연극은 그 밀접한 거리감과 짙은 톤의 연기색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이질감을 감수해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연극<자가면역질환>에선 그러한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 각 인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음을 간접적으로나 느낄 수 있었다. 이 후기를 통하여 또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영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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