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맨땅에 헤딩하기

글 입력 2018.10.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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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하기
-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 -


고금란 산문집-표지(rgb 300).jpg



맨땅에 헤딩하듯,
세상 모든 타자들에게
건네는 뜨거운 안부와 축원






<기획 노트>


소설가 고금란이 두 번째 산문집 <맨땅에 헤딩하기>를 펴냈다. 곱고 차분하면서도 한편으론 묵직한 결기와 내공을 느끼게 하는 문장이 가득하다. 산전수전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이런 글이 나오는 걸까. 우리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정성스레 꾹꾹 눌러써가며 살아오신 이야기,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기분이다.

우리는 저마다 각박하고 무거운 현실을 짊어진 채 전전긍긍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살던 집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지은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이층 주택이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에 수용된다. 다시 집을 지을 곳을 찾아 도시를 헤매지만 땅을 구할 수 없어 결국 변두리로 밀려나게 된다. 그리고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하면서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하여 새로운 성찰을 하게 된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여유롭고 한적한 공간이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살이의 다양한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평생 살아온 도시를 떠나 '맨땅에 헤딩하듯' 시골 생활을 시작한 저자에게 시골은 결코 낭만적인 곳이 아니었다. 남편과 네 탓이니 내 탓이니 싸우기 시작했고 지인들은 이사를 잘못했다거나 집터가 세다며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갈 거라고 쑥덕거렸다. 저자는 이런 모든 얘기들이 기우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지만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어느 날 야반도주를 하듯 인도로 떠난 저자는 결국 그 모든 고통들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얻고 다시 시골로 돌아온다.





<출판사 서평>


*
삶은 정답 없는 각자의 여정,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을 안아주며 다시 일어서기


저자는 된장을 담그고 민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고 닭을 키우면서 풀숲에 낳아놓은 달걀을 찾아다니는 여유를 누린다. 그리고 햅쌀밥 한 그릇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면서 자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봄이면 지인들과 어울려 화전놀이를 하고 겨울이면 가마솥에 끓인 동지팥죽을 나누며 자신에게 주어진 호사를 주변과 나눈다. 무엇보다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따라 살기 위하여 늘 깨어 있으려고 노력한다.

삶은 정답이 없는 각자의 여정이다.
어차피 태어나는 자체가 맨땅에 헤딩이고
보장된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을 가는 일이다.
나는 고민이 짧고 일부터 저지르고 드는 기질이라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많았던 것 같다.
좋게 해석하면 가슴의 소리에 따랐다는 말이고
계산 없이 즉흥적으로 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용케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도 한번 안아주자.

- <책을 내면서> 中





맨땅에 헤딩하기
-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 -


지은이 : 고금란

출판사 : 호밀밭

분야
에세이

규격
133*199mm

쪽 수 : 256쪽

발행일
2018년 8월 19일

정가 : 13,800원

ISBN
978-89-98937-88-1 (03810)





도서 맛보기


나는 남루한 이삿짐을 끌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겪었습니다. 첫 살림을 시작한 사글셋방에서는 자기 며느리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방을 비워야 했습니다. 집주인 할머니가 겁내던 액운들을 내가 모두 가지고 왔던지 궁핍한 생활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고 아이까지 태어나니 슬레이트 지붕의 단칸방도 감지덕지할 정도였습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거나 돈 걱정이 가장 편한 고생이라는 말들은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금전적으로 겪는 불편 끝에는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절망과 두려움이 따랐습니다. 나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뜻을 일찌감치 터득하였고 고단한 육신은 꿈이나 희망처럼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달랬습니다. -18p

언양은 한우로 유명한 고장이지만 막상 음식 이야기가 나오면 민물 매운탕이 주류를 이룹니다. 남편 친구들이 모이는 날이면 매운탕 이야기가 빠지는 법이 없는데 항상 느끼지만 사람들은 매운탕보다 추억이라는 양념을 더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개울에 어떤 종류의 물고기가 살고 있으며 어떤 고기는 어떤 방법으로 잡아야하는지 과장된 정보들을 서로 나누는데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것처럼 실감 나게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없어져 간다고 한탄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36p

잔디밭에 홀로 앉아있는데 이유 없이 무서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 두려움은 예전에 공룡에 쫓기던 누군가의 무서움일 수도 있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냥을 나가면서 느끼던 어느 원시인의 두려움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이 마인드에 저장되어 왔으며 지금도 오고 가고 있습니다. 다만 두려움의 대상이 호랑이나 사자에서 취업이나 급락한 주식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두려움을 경험하는 방식은 고대와 같지만 대응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달라졌습니다. 구조는 같으나 상황이 다르고 경험은 같으나 반응과 강도가 달라졌을 뿐입니다. 이 통찰이 일어나면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나와 똑같다는 것을 알면 사랑과 연민이 일어납니다. -84p

내 차례가 되어 보트를 타는데 바닥이 쿨렁쿨렁 움직였습니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먹물을 풀어놓은 듯한 회색물빛이 엄청난 흡인력으로 내 몸을 빨아 당겼습니다. 처음에는 감탄사를 연발하던 일행들도 겁을 먹었는지 조용해졌습니다. 노 젓는 소리와 쩡쩡 울리는 메아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내 등에는 소름이 돋고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쥐가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한국으로 돌아온 지 이틀쯤 지나서 신문에서 연합뉴스 기사를 읽었습니다. 새벽에 백두산 천지에 새끼 네스들이 나타나서 한 시간쯤 놀다가 사라졌다는 내용이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이 소식을 전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네스가 나타났다는 시간과 보트를 탄 시간이 거의 같았으니까요. 그때 류 시인이, "혹시 이거 우리를 두고 한 말 아이가" 했습니다.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들의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꼭두새벽에 천지에서 보트를 타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상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습니다. 그렇다면 건너편 초소에서 볼 때 꼬물거리는 우리들이 새끼 네스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 거라 믿으며 모두들 입을 다물었습니다. -231p

지금은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진 시대입니다. 자의건 타의건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행복이란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고 그들을 내 삶에 초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누군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삶을 살아본 사람들은 한 결 같이 말합니다. 인생의 비극은 우리가 너무 일찍 늙어버리고 너무 늦게 철이 드는 데 있다고요. 하지만 늦게라도 이런 원리를 알았으니 그게 어디냐고, 지금부터는 여한 없이 놀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집니다. -256p



지은이 소개


고금란

부산 영도 출생.

1994년 계간지《문단》겨울호에 단편소설 『포구사람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듬해 농민신문에 농촌 소설 『그들의 행진』이 당선되었다.

1995년 첫 창작집 『바다표범은 왜 시추선으로 올라갔는가』 이후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등의 소설집을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는 『그대 힘겨운가요 오늘이』를 펴냈다. 2011년 『소 키우는 여자』로 16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으로 있다.





목차


들어가며

책을 내면서 · 5

1부. 고등골 편지

두껍아 두껍아 · 12
집들이 · 18
자수정의 땅 · 24
언양 장, 빈자리 하나 · 30
민물 매운탕 · 36
우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 42
나무를 위하여 · 48
상주들과 한판 · 54
사름하기 · 60
장닭을 키운 뜻은 · 66

2부. 내 자유의 크기

고통다루기 1 · 74
고통다루기 2 · 80
매듭 풀기 · 86
에드 윈 · 92
달아 밝은 달아 · 98
쌀밥 한 그릇 · 104
배추 농사 · 110
장 담그는 날 · 116
뱀 이야기 · 122
오카리나를 불다 · 128

3부. 사람, 사람들

그때 그 사람 · 136
지리산 명희 씨 · 142
안동역에서 · 148
푸른 별 김미혜 · 154
막내 이모 · 160
두미도를 아시나요 · 166
당초무늬 그릇 빚어 · 172
빈집 · 178
잃어버린 휴대폰 · 184
알 수 없는 세상 · 190

4부. 어느 갠 날의 기억

흉내 내기 · 198
되로 주고 말로 받다 · 204
이름 값 · 210
시절 인연 · 216
초록 공간 · 222
네스가 되다 · 228
낮은 목소리 · 234
사라지는 것을 위하여 · 240
발자국을 보태다 · 246
노세 노세 젊어 노세 ·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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