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어요 - 아몬드 [도서]

글 입력 2018.10.2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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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아몬드를 먹는다.
뇌의 편도체와 비슷하게 생긴 아몬드를 먹으면 내가 평범해질 수 있다고 한다.
와그작 와그작.

난 오늘도 아몬드를 먹는다.
내가 평범해질 때까지 아몬드를 먹는 습관은 없어지지 않는다.

꿀꺽.



선재는 태어날 때부터 뇌의 편도체에 이상이 생겨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선재의 엄마는 편도체가 아몬드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재에게 매일 아침 아몬드를 준다. 선재에게 가족이란 할머니와 엄마가 전부지만 그들은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선재에게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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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남들과 다른 아이


다른 의미로 남들과 다른 선재와 곤이가 나온다. 선재는 감정을 못 느끼는 사회적으로 남들과 다른 아이. 아무리 맞아도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 같은 아이. 곤이는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한단 이유로 사람들의 생각에서 벗어난 아이. 무자비한 폭력과 욕설로 뒤덮인 무서운 아이. 둘은 다른 의미로 같은 반에서 괴물이다.

선재가 말을 할 때마다 표지의 표정이 자연스레 떠올라 덤덤한 그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그 뒤로 주먹을 꼭 쥐고 얼굴이 시뻘게지며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곤이의 얼굴도 떠올랐다. 사실 곤이는 감정이 풍부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을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극과 극에 있는 두 아이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한다. 어쩌면 감정의 끝과 끝을 서로 알기 때문일까. 말 뒤에 다른 의미, 표정 뒤에 다른 의미를 둘은 알아챈다.



헌책방


선재 엄마는 헌책방을 운영했다. 일 층은 헌책방 이 층은 빵집인 그 건물에서 선재 엄마는 생계를 꾸려나갔다. 선재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헌책방을 없애지 않고 잠시 동안 자신이 운영한다.

선재에게 헌책방의 책은 나를 다 이해해주고 감싸주는 사람들이었다. 책 속의 특이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은, 그것을 매력으로 인정받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이 매력은 사람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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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통해 사람은 감정을 배우고 그 감정을 확장해나간다. 선재는 자신만이 겪은 냄새, 상황, 감정을 통해 ‘사랑은 이런 것이구나.’라고 정의한다. 걸음마를 떼듯 느릿하지만 계속되는 다양한 자극에 선재는 빠르게 성장한다. 선재는 가족이 줄 수 없는 다양한 감정에 마주하게 되면서 자기 자신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선재는 가족의 품을 떠나 곤과 심박사, 도라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남을 이해하고 관찰하며 감정을 배운다. 사실 선재의 감정이 터질 때 내 안의 둑도 같이 무너졌다. 선재를 직접 옆에서 보고 지낸 사람처럼 그 커다란 감정의 파도에 나도 함께 파묻히다가 나왔다. 선재와 곤이는 남이 정의한 세상 말고 그들만이 느낀 생각을 정의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다.

사실 선재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읽는 내내 선재의 우직함과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 더 큰 감정을 받았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선재의 감정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이 몇 년 동안 정의한 단어에 우리는 갇혀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게 ‘진정한 감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게끔 했다.

모두가 다른 사람들을 서로 이해해주고 감싸주면서 살아가는 세상이 진정한 세상이라 느낀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험한 사람인마냥 경계하고 따돌린다. 행여 자기 아이들이 다칠까 ‘저 아이랑은 놀지 마렴.’ 신신당부한다. 세상이 그들을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극적이고 외로운 상황이 나타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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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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