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미쓰백 [영화]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지은이들을 위해
글 입력 2018.10.28 14:2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_IVkenon6pW_ZtBXPbtOdY1QyZNuk.jpg


지난 10월 11일 개봉한 영화 <미쓰백>을 관람했다. 아동학대를 주제로 다루는 영화로 남성중심 한국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이미 오래전에 질려버린 나에겐 새롭게 다가온 작품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이미 알고 영화관을 찾았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는 점은 몰랐다. 이지원 감독은 몇 년 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던 아이를 보고도 손을 내밀지 못했다. 그로부터 찾아온 죄책감과 지금도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건들을 보며 시나리오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Igu_4iOtnsE1ngXDBg_UFkfdn3iM.jpg
 


주인공 백상아는 자신을 지키려다가 전과자가 된 인물이다. 악착같이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부모와는 물론, 세상과도 등진 채 사는 백상아의 어린 시절은 어둠뿐이었다. 알콜중독자였던 엄마에게 학대를 당하다가 버려지고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녀 역시 아동학대의 피해자인 것이다. 부모에게서 받은 어린 날의 상처들은 백상아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치유되지 못한다. 마음에 깊게 뿌리내려 뽑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과거를 아는 형사 장섭은 어느 날 그녀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고 보호자는 너 하나뿐이니 보러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묻지만 백상아는 버럭 화를 낸다. 들고 있던 병을 던지고 욕을 내뱉고 불같이 소리를 지른다. 그 장면을 보면서 어릴 때 백상아가 받은 학대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져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다가왔다. 잊히지 않고 깨끗이 지워버릴 수도 없는 기억. 카메라에 담긴 백상아의 모습은 지극히 어둡고 차갑다. 부모로 받은 아동학대는 성인 백상아의 고된 삶의 모든 원인이 된다.



크기변환_155356_S23_101411.jpg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그녀에게 지은이 나타난다. 지저분한 머리, 멍든 다리의 지은이는 아빠와 아빠의 여자친구에게 학대를 받는 아이다. 아빠라는 사람은 하루 종일 게임에 미쳐 아이는 돌보지 않는다.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묶어놓고 나오지 못하게 가두었다. 그 작은 아이를. 계모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강아지는 끔찍이 아끼면서 지은에게는 폭력을 행사한다. 화장실 구석에, 더 이상 들어갈 곳도 없는 곳에 몸을 우겨 넣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맘이 아팠다.



크기변환_IKWd5GVAzNT_sHUaGJTG7BLxkou4.jpg

 


추운 겨울날 외투 하나 걸치지 않고 밖으로 탈출하다시피 나온 지은은 상아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상아는 지은이 계속해서 신경 쓰인다. 백상아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지은을 보고 연대의식을 느낀다. 눈에 밟히는 아이를 차마 두고 떠날 수 없던 상아는 지은을 데리고 멀리 떠나기로 결심한다. 사실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임에도 서로의 상처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그들은 어느새 모녀관계만큼 끈끈해진다. 둘은 서로를 보며 자신의 상처들을 치유하기도 한다. 위로가 되고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게 하나가 되는 과정들을 그리고 있다.


아동학대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를 보았을 때 가장 답답했던 점은 경찰의 대응이다. 지은이 그렇게 몸에 멍투성이가 된 상태로 경찰서에 들어왔음에도 그대로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내진다. 부모는 단지 ‘훈육을 좀 세게 했을 뿐’이라고 변명하고 경찰은 ‘훈육도 적당히 하셔야죠’ 하고 그 상황은 마무리가 된다. 그 누군가 아이를 위해 열변을 토해내도 가정 내의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판단하고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의 대답이었다. 그렇게 사회에서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 손에 사라져갔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동학대 기사는 정말 끊이지 않고 뉴스 포털에 등장해 왔다. 가해자들을 보면 거의 어머니, 아버지, 이웃사람등 주변인들이었다. 우리는 단순히 뉴스를 통해 이 사건들을 접하지만 침묵 속에 숨겨진 아동학대 사건들은 아주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디선가 지은이처럼 고통받는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 주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맨발로 안절부절못하며 도와달라는 간절하게 관객들을 쳐다보던 지은이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에게 이 영화는 관심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신예진.jpg
 


[신예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