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애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통해 바라본 오늘날 '우리' [시각예술]

가을과 겨울에 읽고 싶은 애드워드 호퍼의 작품
글 입력 2018.10.2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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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보고 싶은 작가가 있다. 왠지 모르게 쓸쓸해지고 차분해지는 이 가을에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을 읽어주는 듯 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차가워지는 날씨와 마음을 대변해줄 작가는 ‘애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이다. 작가의 생애를 통해 그의 예술관 구축 과정, 그리고 작품을 통해 그의 상세한 내면을 살펴볼 것이다. 애드워드 호퍼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며 남은 가을과 겨울을 보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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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워드 호퍼는 미국의 사실주의 현대 화가이다. 그가 처음 예술계로 발을 디딘 계기는 뉴욕 예술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거듭나고자 했을 때이다. 1900년대 초반, 로버트 헨리에게 회화를 배우고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중, 파리를 선도하던 작품의 흐름을 좇지 않고 자신 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그는 돌아와서 광고 미술과 판화를 그리기도 했고 수채화와 유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리고 1920년 중후반, 도시의 일상을 표현하는 사실주의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호퍼는 그만의 예술로 도시의 모습을 그려냈다. 도시가 품고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작품 안에 담았다. 이러한 특성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게 되었고 지금의 호퍼를 있게끔 하였다.


그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읽었고 이를 작품에 표현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반짝이지만 황량함으로 가득한 도시, 화려해보이지만 헛헛한 속내, 웃고 있지만 허전한 마음과 같은, 서로 다른 이면이 느껴진다. 호퍼는 당시 작품을 그릴 때, 미국의 모습을 담았다. 산업화를 통해 발전을 이룬 도시, 제1차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으로 혼란스러운 사회를 그렸다. 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며 자연스레 인간은 소외되고 심리적 불안과 공황을 겪는다. 서로간의 애정은 사라진지 오래, 차가움만이 존재하는 회색도시는 미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민들이 겪었을 상황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이 차가움을 그의 작품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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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sun>, 1952



이 작품의 이름은 <Morning sun> 즉 아침 햇살이다. 여성은 침대 위에 앉아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작품 속 공간을 보면 별다른 장식과 가구는 보이지 않고 하얀 침대와 넓은 창문뿐이다. 이 공간을 크게 채우고 있는 것은 오직 아침 햇살뿐이다. 햇빛을 맞으며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덩그러니 앉아있다. 무엇을 보는 것일까,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가만히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의문이 들다가 이내 의문을 멈추고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작품의 분위기에 젖어들어서일까,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일까, 모호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작가는 작품에 이중성을 표현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침을 그려내어 휴식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외로이 앉아서 먼 곳을 바라보는 여성을 보며 고독감을 느끼게 한다. 이 대비되는 두 감정이 한 캔버스에 표현되어 감상자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감상자에게 맡겨진 이 작품은, 호퍼의 바람이 담겼을지 모른다. ‘부디 창문 너머에 희망만이 가득해 휴식과 고독을 느끼는 모두가 앞으로 행복하기를’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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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mat>, 1927



이 작품의 시간은 어두컴컴한 밤 또는 새벽일 것이다. 창문에 보이는 밖의 풍경이 어두움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어두움이 더욱 극대화 되듯 카페 안의 조명이 창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2인용 테이블에 홀로 앉은 여성은 차를 한잔 시켜 생각에 잠긴 듯 보인다. 모자를 눌러쓰고, 초록 빛 코트를 걸쳐 입고, 한쪽 손엔 장갑이 씌워져 있다. 여성의 옷차림을 보아 추운 겨울임을 암시할 수 있다. 늦은 시간, 추운 겨울, 여성의 표정은 고요함을 증폭시킨다.


우리는 작품의 제목에 주목해 보아야 한다. <Automat>. 이는 ‘자동판매기 식당’을 의미한다. 종업원이 없는 식당에 여성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라고 생각된다. 지친 하루를 끝낸 후 이곳에 들른 것인지, 남들과 다른 늦은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여성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많은 사람에 둘러싸이고 억지스러운 웃음과 대화를 나눈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녀를 둘러싼 온 시간이 정지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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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hawks>, 1942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그들은 왜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을까. 늦은 시간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홀로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옆쪽에 위치한 상점이 문을 닫은 것을 보아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표정과 시선은 역동적이지 않고 잠잠하다. 검은 양복과 붉은 드레스 등을 보아 도시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행복함만이 존재하지는 않나보다. 숨 가쁜 하루를 보내고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말이다.


무언가 텅 빈 듯한, 마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달래는 듯 사람들은 서로를 찾아 만남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제3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여전히 외로움과 고독함이 느껴진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들은 자신을 돌볼 새도 없이 살아간다. 그러다 시간이 주어지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를 찾기도 하고 끝없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아쉬워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어 모인 이들은 함께이지만 온전한 함께임을 공유하지 못한다.


*


당시 미국의 상황을 그려낸 애드워드 호퍼의 작품은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는 신기술과 산업 환경,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살아가야하는 우리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는 이런 우리의 내면에 시선을 두었다. 거창하게 변하는 현실을 그려내기보다 우리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언뜻 보면 그냥 평범한 일상을 그린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 일상 속 쓸쓸함과 외로움, 고독함, 공허함, 휴식 등 많은 감정이 담겨있다. 많은 감상자들은 그의 작품에 굉장한 애정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또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외로움이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구나’ 하며 공감과 위안을 얻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애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감상하며 외로움에 싸우는 서로를 마주한다. 작품 속 인물을 타인으로 바라보아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나를 투영시켜 내 자신을 바라보기도 한다. 현대인에게 놓인 가장 큰 숙제는 외로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서로를 찾아 마음을 공유하고 확인하려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작품 속 인물에게 그리고 현실 속의 나와 내 주변인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위로를 받는다. 이 온기를 얻고, 우리는 오늘을 버텨나가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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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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