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연뮤덕이 된 이유 [공연예술]

연극 뮤지컬, 공연 문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글 입력 2018.10.28 20:5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브루노 펠티에의 ‘대성당들의 시대’ 공연 실황 영상을 처음 보았던 때가 기억난다. 엄청난 크기의 석상이 움직이고, 그 사이에서 여유로운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배우의 모습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실황 영상을 계속 찾아보았다. Belle, Danse Mon Esmerallda, Lune 등 다양한 무대 영상을 보며 가슴앓이를 하다가 13년 한국 캐스트 버전의 노트르담 드 파리가 개막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공연장을 찾았다. 영상만으로도 이렇게 설레고 가슴 벅찬데 실제로 보면 훨씬 더 대단하겠지,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 공연은 생각보다 더 벅차올랐고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첫 넘버인 ‘대성당들의 시대’를 듣자마자 펑펑 울었던 것 같다.


그 날의 감동을 계기로, 지금 나는 연뮤덕이 되었다. 한 번 보았던 공연을 몇 번씩 반복해서 보고, 모든 캐스팅 도장 깨기를 하고, 공연 초반과 후반의 달라진 디테일을 찾아내는 것을 즐기는 연극 뮤지컬 덕후. 나와 같은 연뮤덕들이 오직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그날의 감정과 벅차오름을 만들어 내는 예술, 공연 문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몇 가지 적어 보려고 한다.




순간의 미



처음 보았던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가장 설레었던 점은, 공연 천장을 뚫는 듯한 배우의 노래와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는 듯한 처절한 연기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영상으로 많이 보았던 장면이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모든 감정의 폭발과 무너짐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고, 이 순간이 지나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슬프기도 했고 가슴 벅차기도 했다.



순간의 미,

그걸 얻을 수 없다면,

나는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뮤지컬 사의 찬미



공연 예술의 한 가지 특징은,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똑같은 무대에서 똑같은 의상을 입고 똑같은 대사를 말해도 어제와 오늘의 공연은 분명 다르다. 이 때문에 공연은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현장감과 에너지를 선사한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 장치, 오케스트라가 하나 되어 순간의 예술을 만들어내는 현장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몇 번을 해도 벅차고 설레는 경험이다.




무대가 만들어내는 판타지



1311.jpg
 
 

공연 문화의 또 한 가지 매력은, 정말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위로를 받기 위해 ‘프라이드’를 보고, 누군가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록키호러쇼’를 보며, 누군가는 슬픔을 느끼기 위해 ‘킬미나우’를 본다. 사람들이 현실에서는 별로 느끼고 싶지 않아 하는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도 공연에서는 하나의 매력이 된다. 공연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공연을 보는 시간만큼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눈앞에 있는 인물과 감정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꿈과 희망이든, 절망과 슬픔이든 상관없이 공연은 관객들을 현실의 귀찮고 복잡한 문제들이 없는 순수한 서사의 세계로 데려다 놓는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느껴보지 못할 다양한 감정들을 생생하게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오늘도 수많은 연뮤덕들은 공연장을 찾고 있다.




회전문을 도는 이유



그림1.png
전혀 다른 인물 해석을 보여주었던
메셀라 역의 박민성, 민우혁, 최우혁 배우



언젠가 왜 같은 극을 계속 다시 보느냐,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같은 극이 아니라서’ 이다. 매일 같은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마다, 회차마다 공연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같은 인물이지만 첫공 시즌과 막공 시즌의 인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고, 배우마다 같은 인물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 즉 하나의 작품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캐치해내어 스스로 작품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연뮤덕들이 소위 ‘회전문’을 도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KakaoTalk_20180707_201200384.jpg

 


[황혜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