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베세토 페스티벌 - 경혼기

글 입력 2018.10.2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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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 세 토 페 스 티 벌

경   혼   기

안후이성휘극경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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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eTo Festival with ACC



한국, 일본, 중국을 매년 순회하며 진행되고 있는 축제, 베세토 페스티벌.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유물과 현대적 공간이 공존하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만나는 두 번째 베세토는 중국 극단 안후이성휘극경극원의 휘극 <경혼기>이다. 경극 공연과 휘극의 발굴, 정리, 연구 및 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단 안후이성휘극경극원의 극은 그 표현이 매우 다채로워 보고 듣는 즐거움 크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함께 즐기기에 매우 적합한 극이기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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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오페라, 경극과 휘극



중국에는 일명 '베이징 오페라'라 불리는 '경극'이 있다. 노래, 춤, 대사 그리고 중국 무술을 선보이며 특유의 창법으로 권선징악을 연기하는 극으로 이런 경극을 되살리는 방법 중 하나인 '휘극'은 독특한 음색 등 고유한 표현기법은 유지하면서 무용을 접목하여 가극적 요소를 결부시킨 장르이다. 베세토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극단 안후이성휘극경극원은 <경혼기>라는 작품을 통해 중국의 경극을 더 다양한 관객, 더 넓은 세계에 소개하며 전통성은 살리되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변화를 시도하는 집단이라 본다.


나에게는 장국영 주연의 영화 '패왕별희'로 익숙한 장르인 경극을 실제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단연 베세토 페스티벌이기에 가능했다. 돈조반니라는 서양의 오페라를 봤을 때는 큰 울림을 느꼈다면 중국의 휘극을 보고 난 후엔 독특함, 새로움 그리고 매우 중국스럽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극의 중간중간 화려하고 각이 잡힌 무술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역시 배우의 특유의 창법이 매력적인 극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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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과 선악의 표현



<경혼기(A Terrified Soul)>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 <맥베스>는 범죄를 저지른 뒤 죄책감에 빠진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가 공포와 절망 속에 갇혀 무분별하게 죄를 더하며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충신이었던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되고, 부인의 부추김으로 인해 왕을 살해하게 된다. 이후에도 자신의 왕권을 위협해 올 인물들에 불안을 느끼고 살인을 거듭해 나가, 최후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를 원작으로, 새롭게 '휘극'으로 탄생하는 <경혼기>는 권력욕의 유혹과 마주하여 끝내 파멸의 길로 들어선 영웅, 자인장군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나라의 침략으로 위험에 처한 위나라의 자인 장군은 위기 속에 명을 받들어, 닥쳐올 위험을 막고 기울어진 정세를 되돌린다. 장군은 승리를 거두고 귀환하는 길에 그는 세 명의 선인을 만난다. 그들은 자인 장군에게 세 가지 예언을 하는데, 세 번째 예언은 그가 장차 위나라의 군주가 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장군은 이를 믿지 않았으나, 앞선 두 예언이 실현됨에 따라 주저하며 방황하게 된다. 그는 끝내 부인의 부추김에 못 이겨 국왕을 살해하고 스스로를 왕으로 칭한다. 첫 장면은 알 수 없는 세 명의 존재들이 웃고 떠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 전장 속에서 두 명의 장군들이 결투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누가 죽이고 누가 죽을지 재미난 불구경 하듯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나중에 극이 좀 더 전개되고 자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그들 중 한 명은  흉신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선인이지만 뭔가 고약하고 사악한 신들임을 알게 된 후에는 사실 주인공보다는 이 3명의 묘한 신들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이들이 관찰자의 입장에서 혹은 타인으로 변신해 주인공 옆에서 모든 것을 관여하는 걸 보면서 극이 권선징악의 스토리임을 알면서도 극의 내용에 흥미가 생겼고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선한 인물인지 악한 인물인지 알기 위해 관찰자들이 직접 회유하고 시험에 빠뜨리는 것을 보며 휘극은 단순히 권선징악을 표현하여 관객에게 즐거움만 주는 극이 아닌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을 탐구할 수 있는 수단을 제시해 주는 극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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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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