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 Vol.8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기획노트'
글 입력 2018.10.2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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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 Vol.8



선정 및 정보 제공 - 출판저널



<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는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기획노트'를 통해 책의 기획 의도와 제작 후일담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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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 배우는 생존의 지혜

탈출하라

21세기 시민혁명

기본소득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동물에게 배우는 생존의 지혜




 

동물들은 인간들보다 더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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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틀이 깨지는 순간은 경이롭다. 특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그렇지 않았을 때 충격과 함께 희열을 느낀다. 그 감정을 계속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우리를 책의 세계로 이끌지 않는가 싶다.


이 책, 《동물에게 배우는 생존의 지혜》는 인간, 그리고 나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부터 흔들기 때문이다. 일단 장대해 보이는 인류 역사라는 것부터가 찰나와 같다.


137억 살로 추정되는 우주의 역사를 24시간으로 보면 인류는 후반에 겨우 0.03초를 보냈다. 지구 역사만 봐도 인간이 활동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지는 넉넉 잡아서 고작 400~500만 년 정도다. 현재 살아남은 인간종인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 시기는 수십만 년 전에 불과하다. 최초의 생물로부터 시작된 동물들의 역사는 무려 40억 년이다. 인간보다 지구에서 먼저 살아온 지구 선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지구 선배에 대한 128가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수많은 동물들에 대한 흥미로운 지식뿐만 아니라 인생의 다양한 시기에 따르는 환경을 극복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교훈을 준다. 이 책을 기획하고 쓴 사람은 동물 전문가는 아니다. 평범해 보이는 대한민국 청년이다. 동물에 대한 각종 자료와 다큐멘터리를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 경험이 특별했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동물 상식 ‘덕후’(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됨)다. 완성된 책에는 동물 종류수가 좀 줄었지만, 그가 연구한 동물은 400여 종이 넘었다.


원고 관련 미팅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잠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그는 책이 꼭 출간되어야 한다며 그 의미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사전에 이메일로 먼저 훑어보았던 원고도 흥미로웠지만 직접 저자를 만나보니 아이디어의 독특함과 대화에서 뭍어나오는 열정이 출간 결정을 앞당겼다.


그가 책에 등장시킨 동물들은 인간들보다 더 인간적이다. 흡혈박쥐는 동물의 피를 먹이로 삼는데, 사냥에 실패한 동료에게는 피를 토해 나누어 준다. 도움을 받은 흡혈박쥐는 은혜를 잊지 않고 나중에 이에 보답한다. 은혜를 원수로 갚기도 하는 인간 세계와 비교하면 피를 빨아먹고 사는 흉측한 모습의 박쥐가 달리 보이는 지점이다. 가시고기의 부성애, 아프리카들개의 조직력, 프레리도그의 협동심과 같이 동물들에게는 배울 점들이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그리고 곤충을 제외한 무척추동물들 중 흥미롭게 여겨질 만한 128가지 동물들에 대한 지식과 함께 동물들의 삶의 방식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을 뽑아냈다. 동물들의 경험이 깃든 노하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연 속에서는 우리는 아주 작은 존재처럼 느껴질 것이다. 인간보다 지구에서 오래 살아남은 선배들의 조언을 귀담아들으며 인생에 대한 안목을 넓혀 보면 어떨까?


이윤규 유아이북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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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라




 

우리를 옭아매는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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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확실히 합시다. 꼬박꼬박 출근해서 썩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과 어울려 썩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8시간씩 그것도 일주일에 닷새를 40년 가까이 하라는 말 아닙니까? 뇌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설마 누가 이러고 사느냐고? 알고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러고 산다. 보통 사람들은 출근용으로 입으려고 산 옷을 입고, 아직 할부금을 내고 있는 자동차를 타고 지옥 같은 도로를 빠져나간다. 그래야 그 옷과 자동차 할부금, 그리고 어차피 일터에서 돈을 버느라 거의 온종일 비워둬야 하는 집을 살 수 있다. -《탈출하라》p.33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것은 지루한 일을 정신없이 바쁘게 하느라 내 시간은 점점 사라져간다고 느낄 때였다. 우리는 일터에서 평균 8만 7000시간을 보내고, 출퇴근하는 데 5000시간을 더 소비한다. 직장을 얻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는 일을 걱정하거나 업무에 지친 심신을 회복하느라 또 시간을 허비한다. 하지만 일이 없으면 세상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외치는, 가져야 한다고 주입하는 것들을 돈 주고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쳇바퀴를 돌린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 여행, 요리와 같은 작지만 사소한 것들에 오랜 시간을 들이고 싶었다. 원래 세상은 그런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것, 이라는 말들로 위로받으며 잊기에는 내 안의 의문이 점점 커져만 갔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꼭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거기에 접점은 없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찰나에 읽었던 책이 바로 《탈출하라》이다. 저자는 노동과 소비, 관료제와 도망갈 수 없는 심리를 모두 ‘족쇄’라고 칭하며, 이 모든 족쇄에서 탈출하기를 주장한다. 우리가 탈출을 시도할 용기가 있다면 언제라도 족쇄를 끊고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이다.


일은 언제부터 이렇게 지루하고 지겨운 것이 되어버렸을까? ‘판에 박힌 일the daily grind’, ‘쳇바퀴 도는 생활the rat race’, ‘등골이 휘는 일the salt mine’,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자를 착취하는 작업장the sweat shop’ 등 직장에 나가는 행위를 나타낼 때 주로 쓰는 관용어를 봐도 죄다 부정적인 표현들 뿐이다. 저자는 “아일랜드 민요라든가 미국 블루스나 발라드 곡 중에 회사 상사가 너무 좋은 사람이고 직장에서 하는 일이 참으로 보람차고 지극히 공정한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은행에서 그 돈을 얼마나 훌륭하게 운용하는지 자랑하는 노래는 없다.”고 말한다.


한국의 사정 또한 다르지 않다. 국어사전에는 ‘월요병’이 등재되어 있고, ‘노오력’의 배신을 매일 목격하며, 장시간 근로로 악명 높은 한국의 상황에 이 책은 절실히 필요하다. 직장인들은 월요병을 앓으면서도 월요일이 되면 꾸역꾸역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그토록 일하는 것이 싫다면 왜 떠나지 못하는가? 많은 사람이 경제적인 이유를 댈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탈출을 꿈꾸는 직장인,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 퇴직을 앞둔 퇴직 예정자 모두에게 필독을 권한다.


민혜영 카시오페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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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시민혁명




 

시민의 지지 없이 세상은 절로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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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열면 서문부터 마틴 루터 킹이 등장한다. 그리고 간디 이야기도 나온다. 마틴 루터 킹과 간디, 그리고 비폭력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책이 출간되었고, 어찌 보면 식상해보이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2016년 초, 갈수록 참담한 모습을 보이는 박근혜 정권을 지켜보면서, 시민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외서들을 검토하다 이 책과 마주하게 되었다. ‘마틴 루터 킹과 간디는 좀 식상한데...’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거기엔 뜻밖의 통찰과 주장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흔히 비폭력이라고 하면, 도덕적 태도나 신념을 생각한다. ‘네 오른 뺨을 때리거든 왼편도 내밀라’는 성경 문구는 비폭력의 상징으로 자주 회자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마틴 루터 킹이나 간디를 이야기할 때도, 그들의 도덕적 우월성을 말할 뿐, 그들이 탁월한 시민운동 전략가들이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마틴 루터 킹이나 간디가 비폭력 운동을 전개한 까닭은 그들이 단지 도덕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비폭력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시민운동의 전략이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침묵하는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며, 상대 진영의 폭력성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리한 전략이 바로 비폭력 전략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간파했던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마틴 루터 킹과 간디는 단순히 평화주의자들이 아닌, 시민운동의 탁월한 전략가들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가장 효과적인 시민운동 전략을 탐구하는 이 책은 근현대사에서 벌어진 여러 시민혁명의 사례와 특징들을 현장감 있게 다루고 있어서 매우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또한 진 샤프와 솔 앨린스키, 프랜시스 폭스 피벤과 같은 시민운동 이론가들의 주장을 분석하여, ‘여세를 몰아가는 조직화’라는 독창적인 비폭력 투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번역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6년 10월, 태플릿 PC로 박근혜 정권의 민낯이 드러나게 되었다.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었고, 광화문 광장은 어느덧 시민의 물결로 가득하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개월 동안 시위를 지속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폭력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촛불혁명을 지켜보면서, 이 책의 저자들이 주장하는 시민운동 전략이 바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마치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학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책을 출간하는 입장에서는 그 당시 이 책이 나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 책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우리는 승리했는데. 그때 만약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최근 기무사의 계엄령 계획 문건을 보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비폭력 시민혁명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냈으니, 다 끝난 것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비폭력 투쟁은 물론 비민주적 정권에 대한 항거에 효과적이지만, 민주적 정권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일에도 가장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대통령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시민의 지지 없이 세상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이제용 갈마바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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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더 좋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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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 핀란드의 기본소득 파일럿(시범 사업) 소식이 있었다. 모두에게, 무조건, 똑같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돈. 기본소득은 한국에서도 대선 과정을 거치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공약을 전후해 꽤나 화제가 됐다. 노동문제에 눈 밝았던 당시 팀장님의 제안을 시작으로, 1980년대부터 전세계 기본소득 운동에 앞장서온 인물이면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의 공동 창립자이자 명예의장인 가이 스탠딩의 《기본소득》 출간이 추진되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운동을 선도적으로 펼치고 있는 안효상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BIKN 상임이사가 번역작업을 수락해주어, 가이 스탠딩의 주장 그리고 기본소득 논의를 좀더 정확히 전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졌다.


기본소득 운동은 만성적 불안정으로 특징지어지는 오늘날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들춰내는 데서 나아가, 일/노동, 사적 소유 관념, 분배, 사회보장에 관한 근대적 인식 자체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었다. 책을 편집하면서 기본소득이 왜 좁은 의미의 사회정책에 국한되지 않는, 더 포괄적인 미래와 연결되는 아이디어인지 조금씩 알게 됐다.


오늘날 자본가 계급을 대변하는 특정 인사들의 포럼에서 내건 캠페인인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이를 둘러싼 ‘대량 실업’ ‘일자리 없는 미래’ 등의 말처럼 위기·불안·공포를 조성하는 정치적 구호에는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런 구호를 외치는 많은 이들은 기후재난과 식량의 빈부 격차 등 불공평한 세계를 만들어낸 데 막대한 책임이 있지만, 도리어 계몽적이거나 훈계적인 어조로 또 시혜적인 태도로 ‘전지구적 문제 해결’을 들먹거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기본소득 논의는 인류의 위기나 재앙을 강조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는 면에서, 맑스주의자든 자유주의자든 간에 갖고있을 ‘더 좋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 정의·자유·보장이라는 가치를 최소한으로나마 이 땅에 현실화하려는 구체적 기획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정직한 출발점을 갖고 있다. 단순히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라며 경고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심각한 수준을 체감하는 빈곤과 경제적 양극화, 기후변화(또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의 양극화) 등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사회적 부를 공평하게 나누는 실험을 해보자는 제안인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사회적 합의, ‘같이 살자’는 연대감, 세금을 제대로 걷는 일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에도 75미터 높이 굴뚝 위에서 250일 넘게 정당한 권리 보장을 외치는 노동자들이 있다. KTX 승무원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노동자들에게 10년여 만에 해결의 길이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굴뚝 위에서 광화문광장에서 곳곳에서 싸우고 있다. 무엇이 먼저일까? 당장은 지금의 시스템에서 ‘약속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지불과 법에서 보장해놓은 노동조합 활동의 인정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이 나쁜 일자리를 마음껏 “거부하거나 이런 일에 대해서는 더 많은 보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자리의 성격을 개선”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기본소득》 143쪽). 여기에 기본소득 논의가, 또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김유경 창비 인문사회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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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야근이 왜 당연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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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한테 제일 자주 듣는 말이 ‘아빠, 오늘도 늦게 와?’예요.” “아이고, 저도 아이 키우는 아빠예요. 그 심정 알죠.” 아이 얘기가 나오자 첫 만남의 어색함이 금세 누그러졌다. 그러고 보니 김영선 위원은 전작 《과로 사회》에서도 아이 이름을 언급한 적이 있다. 아이의 등하원 길을 살뜰히 챙기는 대한민국 아빠 중 한 사람이었다.


어설픈 기획안 한 장보다 ‘오늘 우리의 얘기’가 기획 의도를 더 명확히 해줄 때가 있다. 야근 때문에 늦은 저녁 어린이집에 혼자 남은 아이를 데리러 가는 엄마 아빠의 심정,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아이의 자는 모습만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많은 걸 얘기해줬다. 우리는 책을 통해 ‘저녁 없는 삶’이 왜 멈추지 않는지 묻기로 했다.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는 우리를 장시간 노동에 묶어 놓는 사회문화적 구조와 이 구조의 해체 방안을 논의하는 책이다. 좀 더 풀어 말하면, ‘아무도 안 시켰는데 오늘도 당신이 스스로 야근을 선택하는 이유’를 따져보고, 그게 당신 탓이 아니라면 어떤 빌어먹을 구조 때문인지 알아보는 책이다.


책상 앞에만 앉아 이런 사회적 논의를 다루는 게 얼마나 한계가 많은지 잘 안다. 그래서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은 늘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책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에도 변함없이 두툼한 가방을 메고 나타났다. 가방 안에는 취재장비가 가득하다. 어제는 A기업 노조, 오늘은 S단지 노동자들을 만나는 식이다.


책 제목은 2017년 서울신문에서 연재한 특집 기사 제목에서 따왔다. 대한민국 과로사를 다룬 기사와 책의 지향점이 같았다. 편집 막바지 즈음, 언론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임박을 얘기했다. 대통령은 연일 ‘과로 사회 탈피’를 강조했다. 다들 시의적절한 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좋아할 일인가?


내일도 아이에게 “아빠는 오늘도 늦어. 미안”이라고 답해야 한다면, 내일도 과로사로 숨진 누군가의 소식을 듣는다면 이 책은 ‘시의적절하게’ 쓸쓸할 뿐이다.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 변화는 지속되는 투쟁과 용기에서 온다. 밤샘노동의 관행이 철폐된 후,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돈을 한 보따리 싸다 줘도 다시 그때로는 안 돌아가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릴 권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날’이 과로사회 탈출의 첫날이다.


최진 한빛비즈 기획2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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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우리는 모두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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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시작하기 전 지도를 켜서 시리아가 어디쯤 위치해있는지 찾아보았다. 중동 지역, 이란과 이라크 사이에 인접해 있는 나라. 매일 같이 뉴스에서 소식을 듣지만 한 번도 제대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던 시리아는 의외로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도시. 한 달에 600여 차례의 폭격이 쏟아지는 곳, 8년째 이어지며 35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10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낳은 시리아 내전의 중심 도시 다라야. 바로 이 책에 나오는 도시다.


이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시민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내가 관심을 기울이기엔 너무 거대한 일 같았다. 국제 정세라든지 종교 문제처럼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야기. 그런 내 무관심은 시리아가 멀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의 주인공은 아흐마드, 23세. 다마스쿠스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축구와 영화를 좋아하고 정원에서 식물 가꾸기를 즐겨하던 그의 꿈은 기자였다. 아부 엘에즈 역시 공학을 전공했던 23세 청년이다. 혁명 전까지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부는 전쟁 이후,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반군의 병사이자 역사서를 사랑하는 오마르. 낮에는 전쟁을 치르고 밤에는 역사서를 읽는 책벌레 청년. 총 한번 들어본 적 없던 그는 정부군으로부터 시위참가자를 보호하기 위해 스물넷이라는 젊은 나이에 전쟁에 참가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다라야의 청년들의 일상, 사고방식, 즐겨 읽는 책,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 등이 나와 너무 비슷하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평온했던 이들의 삶을 한순간에 바꾸어 놓은 것은 내전이었다.


이 책의 제목대로 이들은 우연히 폐허에서 발견한 책을 계기로 전쟁터를 뒤지며 책을 모아 지하 도서관을 만든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급박한 날들 속에서 가장 평범한 일을 하면서 일상을 지켜나가고자 한 것이다. 봉쇄된 다라야에 남아 매일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으면서도 그들은 도서관에서 끊임없이 책을 읽고 강의를 열고, 대화를 나눈다. 그것만이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었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서 할 수 있는 가장 굳건한 저항이었기 때문이다.


중동 전문 기자인 저자는 연결 상태가 좋지 않은 왓츠앱으로 매일 조금씩 다라야 청년들과의 대화를 나누며 시리아 전쟁의 실상을 알아가게 되고, 그들과 함께 분노하고 아파한다. 멀고도 가까운 곳, 시리아. 지금도 진행 중인 이 참혹한 전쟁을 알지 못하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상을 전달하기 위해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그 고통을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지 고민한다. 이 책에 그 과정을 생생하고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책을 통해 스스로를 지켜나간 전쟁터의 젊은이들, 평화로운 한국에서 그 책을 읽는 나. 책을 통해 이렇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다니. 그렇기 때문에 이 책만큼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책의 의미를 나는 이번에도 이렇게 책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누군가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 거라고 믿는다.


박이랑 도서출판 더숲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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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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