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디까지 봤니? : 영화와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 [문화전반]

글 입력 2018.10.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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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번 달부터 친구랑 넷플릭스를 공동 결제해서 구독하고 있는데 이제 웬만한 건 다 봐버렸다. 사실 다 본 건 아니다. 왓챠도 그렇고 넷플릭스도 그렇고 항상 아 봐야지~ 봐야지~ 했던 걸 막상 보려면 왠지 보기 싫어지는 게 있어서 그동안 찜만 해놓고 안 봤던 것들이 좀 많다.

그래서 이제 찜 목록을 하나하나 해치워 볼까 하는데, 그 첫 번째 타자가 바로 영화 '뷰티 인사이드'. 지난주에는 '뷰티 인사이드' 영화를 봤고, 이번 주에는 동명의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를 연이어 보게 돼서 간단한 리뷰를 써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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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은 '뷰티 인사이드'.

즉 외면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제인데, 사실 이 영화에서는 '외면'에 숨겨진 '내면'에 관한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비추어지지 않는다. '우진'은 '이수'에게 고백하기 위해 미남으로 변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고,그 외에도 스킨십 장면의 절대다수가 미남 배우와 이루어진다. 물론 우에노 주리로 변했을 때, 천우희로 변했을 때, 어린아이로 변했을 때는 어떤 '내면'적인 부분을 어필하려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 장면들이 '이수'가 '우진의' 내면에서 어떤 부분을 발견했는지 설명해주진 않는다.

심지어 처음 '이수'가 '우진'이 변하는 모습을 본 날은 하필 미남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용히 떠난 '이수'를 보며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파티에 나타난 이진욱 모습의 '우진'을 보며 기뻐하고, 뿌듯해하는 '이수'를 봤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미남이 아닌 모습일 때도 스킨십 장면이 나왔다면 '인사이드'라는 측면이 더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사실 영화가 너무 '얼굴이 바뀌는' 설정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둘의 감정선이나 두 인물의 이야기가 깊게 다가오지 않은 것도 있다. 내가 집중을 못해서 그런 거였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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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뷰티 아웃사이드'가 되어버렸다는 것 외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설정에 구멍이 송송 뚫려있어서 집중이 안 됐다.

1. '얼굴'이 바뀌었을 뿐인데 왜 외국인으로 변했을 때는 한국어를 할 수 없는가 
→ 애초에 얼굴이 바뀌었는데 그 나라의 언어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언어는 뇌에 기억된 부분이 아닌가? 사실 몸도 변하긴 하지만, '언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뇌의 어떤 부분까지 변해버렸다면, 그건 더는 '우진'이 아니라 그냥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웃긴 건 얼굴이 바뀌었어도 한국인일 때는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인일 때는 영어도, 체코어도, 한국어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2. '얼굴'이 계속 바뀌는데 어떻게 입사를 하고, 어떻게 체코로 떠났는가
→ 영화 설정상 친구 '상백'이 도와준다고 언급되긴 하지만, 이 부분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지?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건가? 너무 얼렁뚱땅 넘겨서 헛웃음만 났다.





너무 날카롭게 말하긴 했지만, 어쨌든 되게 감성적이고 따뜻한 영화여서 마음에 드는 부분들도 많았다. 특히 '이수'가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마음을 정하는 장면이 되게 좋았는데, 그 씬의 대사를 배우 한효주가 썼다고 해서 놀랐다.


'그 사람이 제 손을 잡을 때 쳐다보면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 절 보고 웃고 있어요. 그럼 저도 그냥 웃어요.'
'...그 사람은 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요.'



이 두 대사는 '이수'가 정말로 '우진'을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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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는 어떨까? 아직 2회까지밖에 방영되지 않아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지만, 오랜만에 굉장히 트렌디한 드라마를 만나서 반가웠다.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는 영화에서 '얼굴이 변한다'는 설정만 같고, 그 외 부분들은 모두 다르다. 우선 변화의 주체가 '여자'이며, 매일 다른 얼굴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일주일 동안만 변한 상태를 유지한다.





여자 주인공이자 변화의 주체인 '세계'는 잘 나가는 배우인데, 이 설정 때문에 어떻게 '뷰티 인사이드'가 될 수 있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남자 주인공 '도재'에게 '안면실인증'이라는 새로운 설정을 부여한다. 남자 주인공은 사람들의 얼굴을, 심지어 자신의 얼굴조차도 아예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세계'를 '세계'자체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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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두 주인공에게는 서로가 서로의 전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세계'는 항상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지니고 다녀야 하는데, 그 표식이 없으면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친구들도, 그녀를 사랑하는 그녀의 엄마도 그녀를 알아볼 수 없다. 그렇지만 '도재'는 '세계를 알아본다. 

얼굴이 변해도, 갑자기 나이를 먹어도, '도재'는 '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또 '세계'는 '도재'가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래서 2화 엔딩에서 '도재'가 하는 대사가 굉장히 좋았다.


'내 눈에 당신, 계속 당신이었으니까'



'도재'는 마음속의 눈으로 '세계'를 봤기 때문에 그녀가 어떤 모습이어도 알아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뷰티 인사이드'라는 제목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꼈다.





사실 이런 설정들이나 스토리 외에도 드라마의 전체적인 톤이나 영상미도 굉장히 세련되어서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트렌디한 느낌의 로코를 볼 수 있어서 기뻤고. 신품에 이름으로 출연하신 그분 '임메아리' 작기님의 입봉작인데, 김은숙 작가님 보조작가로 일했어서 그런지 비슷한 느낌으로 핑퐁 되는 대사들도 좋고, 말장난들도 재밌고, 짝수화 엔딩마다 임팩트를 주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김은숙 작가님 작품보다 더 담백한 느낌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고, 남은 회차들도 재밌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정욱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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