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사막 속의 흰개미

세종문화회관X서울시극단 세종S씨어터 개관기념작
글 입력 2018.10.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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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서울시극단_사막속의 흰개미_포스터_ver.final.jpg
 

"우린, 뭘 믿고 살아온 걸까.
또 뭘 믿고 사는 걸까.
우린, 우리가 뭐라고 믿는 걸까."


주황색은 전형적인 온색이다. 타오르는 듯한 빨강색보다는 은은하지만 노랑색보다는 온도가 더 높은 느낌을 준다. 오래된 전구와 벽난로 속의 장작불을 떠올리게 하는 색, 그래서인지 약간은 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색.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의 포스터에는 사막을 나타내는 색으로 이 주황색이 쓰였다. 주황색이 가진 따뜻함은 그대로인데 어째서 이렇게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황폐한 느낌을 주는 걸까. 질감의 차이일까?


"개미지옥 알아요? 막 빨려 들어가는 거.
여기서 사는 게 꼭 그거 같아요."

흰개미 떼의 서식지가 되어버린 고택과 그 주변을 거대한 페어리 서클(fairy circle)처럼 둘러싸고 자란 수풀, 그리고 그 안에 무언가를 감추려는 사람들까지 알 수 없는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투영한다. 집을 갉아먹고 있는 흰개미와 무너져가는 고택은 마치 이 사회가 지닌 불안과 위태로움, 허위와 가식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보송보송하지만 건조한 느낌을 주는 흰 꽃이 핀 나무 한 그루가 페어리 서클의 한가운데 심어져 있다. 그 주위로는 다른 페어리 서클들이 멀찍이 보이고, 이 모든 것은 주황색을 띤 사막 안에 존재한다. 이 페어리 서클과 나무 한 그루는, <사막 속의 흰개미>에 등장하는 오래된 저택과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수풀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사회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서클 하나하나는 우리들만의 작은 사회-학교, 학원, 직장, 어느 곳이든-이기도 하고, 각자의 나라이기도 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도 하다. 이 안에는 문제를 야기하는 존재가 있고, 그것들을 덮어버리려는 사람과 파헤치려는 사람,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연극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울시극단_사막속의흰개미_석필_에밀리아_지한.jpg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컨셉 사진 : 석필-에밀리아-지한)


때로는 온화하고 포근하지만, 가끔은 무미건조하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도 이렇게 생긴 것 같다. 크고 작은 선행이 담긴 뉴스에 포근함을 느끼기도, 무관심 속에 고립되어가는 사람들의 소식에 가슴 한 켠에 황량함을 느끼기도 하는 세상. 우리가 덮어버리고 넘어가려 하는 이야기는 무엇이고, 알아내고 알려서 개선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를 보면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포스터와 시놉시스 만으로도, 내가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를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외람된 한 마디를 덧붙이자면, 포스터 한 장에 공연의 핵심을 담아내는 디자이너들을 보면 그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

이번 연극의 무대인 세종S씨어터는 세종문화회관의 개관 40주년을 맞아 새롭게 지어진 극장으로,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형 소극장이라고 한다. 10월 18일 개관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다양한 장르의 개관기념 공연들을 통해 첫 선을 보이는 따끈따끈한 새 공연장으로, <사막 속의 흰개미>도 이 개관기념 공연들 중 하나이다.

블랙박스형 극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몰라 찾아보았는데, 말 그대로 검은 상자 같은 공간이라고 한다. 무대가 특별히 없으며, 객석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분해해서 재조립이 가능하다. 따라서 연출자의 기획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든 변신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나도 개념을 몰랐을 뿐 블랙박스형 극장에서 공연을 본 경험이 꽤 있었다.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의 무용 공연들을 보았던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그리고 대학생활을 했던 춘천의 몸짓극장도 대표적인 블랙박스 씨어터이다.

블랙박스형 극장이라 기본 좌석배치도가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아서인지, 아직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세종문화회관 공식 홈페이지에는 별다른 공연장 정보나 좌석안내도가 올라와 있지 않다. 다만 세종문화회관의 공식 포스트에 올라온 조감도와, 개관기념 프레스에 참여했던 기자분들의 사진을 통해 대강 공연장의 규모와 분위기를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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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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