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안부 : 맨 땅에 헤딩하기 [도서]

글 입력 2018.10.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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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이뤄낸 것 없고, 남은 것은 불확실한 미래뿐이다. 기껏 해봐야 겨우 20대가 된 나는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정해진 것 하나 없는 이 시간 속에서 무의미한 시도를 반복하고 또 다른 노력을 계속해나갈 뿐이다. 청춘이니까, 아직 남은 날들이 많다고들 하니까.


20대는 20대 나름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각박하고 무거운 현실을 짊어진 채 살아간다.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삶 속에서 우리는 좌절과 실패를 종종 마주하곤 한다. 누군가는 포기를 하기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노력하며 살아가기도 할 테지만 불확실한 그 노력은 ‘맨 땅에 헤딩하기’와 같이 느껴진다. 그 때문에 ‘맨 땅에 헤딩하기’라는 제목에 눈길이 가게 된 것 같다.






<기획 노트>



소설가 고금란이 두 번째 산문집 <맨땅에 헤딩하기>를 펴냈다. 곱고 차분하면서도 한편으론 묵직한 결기와 내공을 느끼게 하는 문장이 가득하다. 산전수전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이런 글이 나오는 걸까. 우리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정성스레 꾹꾹 눌러써가며 살아오신 이야기,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기분이다.


우리는 저마다 각박하고 무거운 현실을 짊어진 채 전전긍긍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살던 집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지은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이층 주택이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에 수용된다. 다시 집을 지을 곳을 찾아 도시를 헤매지만 땅을 구할 수 없어 결국 변두리로 밀려나게 된다. 그리고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하면서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하여 새로운 성찰을 하게 된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여유롭고 한적한 공간이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살이의 다양한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평생 살아온 도시를 떠나 ‘맨땅에 헤딩하듯’ 시골 생활을 시작한 저자에게 시골은 결코 낭만적인 곳이 아니었다. 남편과 네 탓이니 내 탓이니 싸우기 시작했고 지인들은 이사를 잘못했다거나 집터가 세다며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갈 거라고 쑥덕거렸다. 저자는 이런 모든 얘기들이 기우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지만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어느 날 야반도주를 하듯 인도로 떠난 저자는 결국 그 모든 고통들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얻고 다시 시골로 돌아온다.






<출판사 서평>


삶은 정답 없는 각자의 여정,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을 안아주며 다시 일어서기


저자는 된장을 담그고 민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고 닭을 키우면서 풀숲에 낳아놓은 달걀을 찾아다니는 여유를 누린다. 그리고 햅쌀밥 한 그릇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면서 자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봄이면 지인들과 어울려 화전놀이를 하고 겨울이면 가마솥에 끓인 동지팥죽을 나누며 자신에게 주어진 호사를 주변과 나눈다. 무엇보다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따라 살기 위하여 늘 깨어 있으려고 노력한다.


삶은 정답이 없는 각자의 여정이다.
어차피 태어나는 자체가 맨땅에 헤딩이고
보장된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을 가는 일이다.
나는 고민이 짧고 일부터 저지르고 드는 기질이라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많았던 것 같다.
좋게 해석하면 가슴의 소리에 따랐다는 말이고
계산 없이 즉흥적으로 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용케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도 한번 안아주자.

- <책을 내면서> 中






학점과 취업, 인간관계 따위에 지친 20대의 나는 인생 최대의 고난을 마주한 듯하다. 하지만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저마다의 고난이 존재한다는 것을 곧 깨달을 수가 있다. 30대의 누군가는 승진을 못해서, 40대의 누군가는 그간 벌어놓은 돈을 모조리 사기를 당해서, 50대의 누군가는 책임이 많아져서, 사유는 끊임없이 존재한다.


이는 그저 세상사는 이야기이며 우리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말대로 삶은 정답 없는 각자의 여정이다. 맨 땅에 헤딩하며 각자의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는 이유 또한 분명히 존재할 테다. ‘태어나는 자체가 맨 땅에 헤딩’이라니, 우리는 스스로의 답을 그런대로 찾아가며 살아가고 있는가보다.


세상 모든 타자들에게 건네는 뜨거운 안부와 축원. 책을 소개하는 한 줄의 문장조차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앞에 전전긍긍하며 많은 것에 욕심을 내기도,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기도 한 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한 ‘해답’보다는 따뜻한 ‘위안’인 듯하다. 인생의 깊이와 내공이 묻어난 도서 속의 문장들이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맨땅에 헤딩하기
-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 -


지은이 : 고금란

출판사 : 호밀밭

분야
에세이

규격
133*199mm

쪽 수 : 256쪽

발행일
2018년 8월 19일

정가 : 13,800원

ISBN
978-89-98937-88-1 (03810)




문의
호밀밭
070-7701-4675





[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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