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간관계로부터 27년간 도피한 남자의 이야기 [도서]

인간이 혼자 살 수 있을까?
글 입력 2018.11.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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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혼자 있고 싶은가? 가능한 오래도록 다른 곳으로 멀리 떠나 있고 싶은가? 나 또한 이에 강렬한 충동이 자주 드는 한 사람이었고, 그리고 그 욕구가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숙고하여 스스로 찾은 답은, '나는 나와 직접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 받아들이기도 힘든 엄청난 양의 말소리와 TV 광고 음향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우리의 감각은 심장이 뛰는 한 영원히 감각정보를 수집한다. 우리의 영혼은 엄청난 소음공해에 노출되어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나와 직접 대면하기 위해선, 외부의 방해 없이 조용하고 고독한 어떤 장소가 필요하다. 나처럼 '혼자'를 희망하는 모든 이에게 「숲속의 은둔자」의 주인공은 동경의 대상이다. 이 책은 27년간 어떠한 인간관계도 만들지 않은 채 숲에서 홀로 산 크리스토퍼 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다.

2013년 봄이 오기 직전, 은둔자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27년간의 은둔과 더불어 지속된 총 1,080건의 무단 침입 및 절도행위도 함께 세간에 공개된다. 그 숫자들에 놀라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절대로 직접적인 해를 가한 적은 없지만, 그는 분명 미국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운 범죄자였다. 언론은 그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낸다.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저자)은 그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이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는 나이트를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이클은 나이트가 면회를 허락한 유일한 기자였다. 그는 9번의 교도소 면회와 몇 차례의 서신으로 나이트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오랫동안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방대한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하며 그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 집착에 가까운 정성의 결과가 「숲속의 은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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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에 출석한 크리스토퍼 나이트



책에서 나이트는 두렵게, 매력적이게, 위대하게도 묘사된다. 저자가 세상이 나이트를 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중에서도 나이트가 스스로를 묘사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한다. "힘센 것보다 강인한 게 더 낫고, 지적인 것보다 영리한 게 더 낫죠. 나는 강인하고 영리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그는 항상 깔끔하게 면도를 하고 다녔고, 깨끗한 옷을 입었으며, 스스로를 엄격히 통제하는 사람이다. 그는 '세련됐다'. 독서 애호가이며, 밴드 레너드 스키너드를 찬양하고, 클래식 음악에서는 브람스와 차이콥스키를 사랑한다. 마치 잘나가고 교양 있는 사회인을 묘사한 것 같다. 그러나 은둔 기간 동안 그는 절대로 인간 사회에 몸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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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다."고 믿는다. 인간은 반드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엔 없는 존재다. 그래서 그 세월을 혼자 살았다는 나이트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땐 "어떻게 그럴 수 있지?"하며 반신반의했다. 내 믿음이 무너질까 봐 걱정했지만, 결국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나도 틀리지 않았다고 결론지을 수 있었다. 생존 면에서야 그가 절도하지 않았다면 죽음을 맞았을 것이기에 말할 필요도 없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정신적인 측면에서 타인과의 정서적 교감 없이는 인간적인 삶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늘어난 지각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니 내 정체성을 잃어버렸어요. 관객이, 공연을 보여줄 사람이 없었어요. 나 자신을 정의할 필요가 없었죠. 나는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는 자신을 잃었다. '진정한 은자는 자기 자신을 찾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는다(Merton).'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정의되는 존재다. 그러니 자신을 잃어버릴 수밖에. 이제 그는 사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남들 처럼 살아가기 어렵다.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그는 스스로에게 완벽하게 진실했기 때문에 자신을 잃었다. 그러나 나이트가 숲으로 떠난 이유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도시의 인간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속한 사회에서 잠시 동안이라도 벗어나 있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지, 괜찮은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에 둘러 싸여 있으면서도 인간성을 잃기 일쑤다. 눈앞의 목표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다. 아버지는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희생해 일한다. 그러나 그래서 가족과 멀어진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도시생활에는 모순이 숨어있다. 포장된 겉모습이 아닌 속내를 봐야 한다. 나이트는 숲에 들어가기 전에 행복하게 살았던 적이 없었다. 끊임없이 불안했고, 그가 있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렇다. 불행히도 현대 사회에서 진실된 정신적 교감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의미를 잃은 채 기계처럼 살 바에야 숲으로 들어가 혼자 사는게 나아보인다.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는, '병들었다.' 문제 상황에 맞닥뜨린 우리들은, 이제 이 황량한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나이트보다 더 완벽한 도피를 하는 방안은 제외한다.) 니체는 인간이 각자의 생을 직접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 활력 있는 생활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생기있게 만들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태어난 자의 의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이다. 내 말은, 진심을 다해 인간관계를 맺으라는 뜻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삶에 대한 방황과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얻은 답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당신의 영혼을 사랑에 몰두시켜라(street spirit - radiohead)."


[이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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