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모두 행복하세요.

아트인사이트와 예술 그리고 신념
글 입력 2018.11.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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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는 똥이다.” 똥 같은 영화 ‘상류사회’에서 상류사회에 산다고 여겨지는 똥 같은 예술가가 일본에서 건너온 AV배우에게 예술이 뭐냐고 물어봅니다.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지만 아마 AV배우에게도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것일 텝니다. 놀랍게도 그들에게 그것은 꽤 진심일겁니다. 유명한 배우 ‘우에하라 아이’가 일본 AV배우 시상식에서 ‘왕창녀’상을 받고 엉엉 울었던 것처럼 말이죠. 예술은 고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이랑 유리된 예술은 허영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하다, 탁월하지 않다 정도의 판단은 내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트가 똥이라면 똥 같은 예술에서 인정받아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어느새 삶은 예술처럼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삶이 예술이 된 것인데 이는 예술로부터 삶을 이해하는 지평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맞이하는 경이와 침잠, 숭고의 체험, 새로운 파격, 기존의 것들을 무너트리는 격파, 뜨거운 열망과 차갑게 식은 관조. 새로이 마주한 예술들이 이러한 범주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넘어서서 새로운 통찰을 주지 못하면 이제는 평범한 일상과 다를 바 없게 느껴집니다. 이런 시기가 저에게는 계속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 찾아오는 멜랑콜리함인데 이제는 몇 번 겪어봐서 예전만큼 타인 하나에게 수렴하는 그런 사랑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런 시기가 또 얼마나 진행될지는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 다시 하고 싶은 말로 돌아가면, 예술이 예술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듯 삶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는 것 같습니다. 화려함의 이면에는 어디에나 천천히, 삐걱거리며 진행되는 시간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죠.


아트인사이트는 저에겐 장학금을 받기 위한 수단입니다. 철학을 전공하니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글로 돈을 버는 것은 이에 비견되는 어려운 일입니다. 여러분들도 느끼셨듯이 한 주에 한 개의 글을 써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불어 저는 자기만족이 아니며 타인에게 보여졌을 때 부끄럽지 않고 또 궁극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법으로 때려박고 제도로 조여도 원천적으로 바뀌는 것은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러한 과정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행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페미니즘, 난민, 노동, 재벌, 군대, 유흥업소 등을 다루고 그 외 예술에 관해 서술하며 풀어내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분명 있었습니다. 페미니즘에는 힘을 쏟고 싶어하지만 난민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이들, 재벌에게는 관대하지만 노동문제와 사회 격차는 쉽사리 인정해버리는 모습들, 군인들이 갖는 문제와 그들이 그리고 대한민국 남성들이 이용하는 유흥업소들. 글을 쓸 당시에는 이와 같은 내용들을 구상하고 쓴 것이 아니었으나 이렇게 쓰고 나니 또 엮이는 것을 보면 역시 세계에 대한 인식은 편린들로 이루어지는 것이구나 합니다.


이 글은 쉽게 쓰여지고 있습니다. 몇 시간씩 투자해서 쓰는 글이 아닌 소회문 정도의 마음 가짐으로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아직 글의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원래 제목은 ‘나는 당신을 혐오한다’ 였습니다. 저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은연중에 혹은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타인에 대한 그리고 그런 모습을 갖고 있는 자신에 대한 비난. 내가 싫어하는 타인의 모습이나 부족하고 모자른 모습, 그리고 어느 누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자궁 냄새’가 날 것 같은 음악. 이러한 것들에 대해 힐난을 담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결국 ‘나’로 회귀하는 정도의 글을 써내려갔는데 속된 말로 정말 싸제낀 글이 되어서 지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만가지 비판의 탈을 쓴 욕을 하고 나니 그러한 감정이 해소되는 것을 보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구나”정도의 생각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정념에 휩싸여 있을 때보다 한 발 짝 떨어지는 것이 평가를 내리는 데에는 도움이 되기 마련입니다.


7월에 전역을 하며 이것 하나 가져오자 한 것은 역시 ‘침노’입니다. 제가 만든 말인데 침착한 분노 입니다. 이제는 이 감정이 체화되어서 언제든 꺼내서 쓸 수 있는 도구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분노와 무력함, 무력함에서 다시 오는 분노, 불식시킬 수 없는 그 형체가 너무 커 다 먹어내기 어려운 크기의 대상에 대한 분노는 역시 침착하고 차분하게 유지됩니다. 그 분노를 피해버리면 비겁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요. 아트인사이트, 예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제가 시사문제를 계속해서 다룬 이유는 이런 이유였습니다. 삶이 곧 예술이고 지평인데 그러한 문제를 떼어내고 예술만 말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그렇게 팔자 좋은 사람들이 쉽게 떠들어내기도 그러지 않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논의로부터 멀어질 수 없는 그 어떤 것이기 때문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굳이 어느 철학자들의 이름이나 이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여러분 모두가 느낄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 그 자체의 예술, 아모르 파티.


시간이 더 많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에 대한 사족도 더 길어질 것 같아 이만 줄이려 합니다. 더 많은 글들과 생각은 다른 글에서 다루길 바라며 이렇게 개인의 말들을 풀어내야 하는 존재고백의 글들은 개인사라고 여겨지기에 아마 다른 분들보다 저에게 더 의미가 클 것이기 때문이죠. 물론 개개인들이 모여 풀어내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전체는 숭엄하고 기저로부터 오는 울림이 있지만 저의 모든 이야기를 읽어낼 여유가 없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니 말이죠. 그건 그거고 여튼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지드래곤씨가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시느라 새로운 곡이 안나오는 것은 여간 탐탁치 않은 일입니다. 제 꿈이 '지드래곤하고 술 먹기 -> 더 친해져서 또 술 먹기'인데 만약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그분이 사시겠죠? 돈 많으시니까. 요즘은 쏜애플의 음악을 다시 많이 듣고 있습니다. 전곡 재생하면 쏜애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자아와 정념이 풀어내는 콘트라스트가 좋습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도 요즘 다시 듣고 있습니다. 다른 아티스트의 입을 통해 부른 버전으로도 말이죠. 이화여대 생들이 수많은 경찰 앞에서 불렀던 그 아름다움은 “이화!”라는 소리에서 터져나온 단단함에 있을 겁니다. 여러 사람이 부르는 합창은 언제나 눈물을 수반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트인사이트 박형주 대표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에디터와 실무진을 챙기는 모습은 그의 진심을 의심할 수 없습니다. 이전에 글을 쓰던 매체와 달리 이렇게 성실히 그리고 친절히 사람을 챙기는 모습은 여러모로 귀감이 되었습니다. 저도 제 자신 이야기를 풀어냄과 더불어 이번엔 다른 에디터의 글도 머금는 기간이 되길 바랍니다.





[김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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