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재밌는 연극, 근데 개꿀잼 몰카 엔딩, 어쩌나, 어쩌나, 어쩌다

글 입력 2018.11.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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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재밌는 연극, 근데 개꿀잼 몰카 엔딩

어쩌나, 어쩌나, 어쩌다



내가 본 <어쩌나, 어쩌나, 어쩌다>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개그, 취향 저격이었다. 전개, 유쾌했다. 연출, 흥미로웠다. 결말,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더니 대도서관님이 아 이건 아니지않나요 하더니 갑자기 PP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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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적절하게 담은 초 중반 서사


재밌는 연극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조지오웰의 1984의 코미디 버젼, 피해자들의 콩트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연극은 개인들의 '영웅'을 뽑으면서 시작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독재정권의 통치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웅신화야말로 권력의 정당성을 세우기 쉬운 도구가 아니던가. 인간이 아닌 뛰어난 다른 존재가 군중을 이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영웅이 늘 유일무이한 '하나'라는 점이다. 영웅은 특별하기 때문에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한다. 그는 성스러운 행위의 주체다. 그래서 군중을 이끌 수 있다. 그 권력이 인정받기 위해서 군중들은 영웅신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독재정권은 늘 의도적으로 영웅을 만들어왔다. 대한민국에 현신했었던 '반인반신'을 기리는 이 연극에서도 재현된다. 영웅있는 시민의 머리에 씌여진 왕관은 화려하다. 그 왕관은 독재자의 왕관을 모사한 것이다. 그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보복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가 만든 '나쁜놈' 이오구와 '용기있는 시민' 김두관은 영웅을 만들려는 압력에 의해 엮이게 된다. 두 주인공은 사회변혁나 출세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그들은 별탈없이 사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김두관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명예를 만끽하는 대신 두려워 했고, 이오구는 억울함을 애먼 김두관에게 억울함을 해소할 기회를 달라고 한다. 이오구가 정말로 김두관을 미워했던 것은 아니다. 고등 교육을 받은 그는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과 억울함을 해소할만한 상대가 김두관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심지어 애먼 김두관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푸는 것이 굉장히 죄송하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가 김두관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애걸복걸한 것도 그래서였다. 이들은 정말로 '소시민'이다. 그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은 국가의 폭력인데도 연극은 온통 이들의 이야기로만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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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어떤 행위나 사건이 그 상황과 맞지 않을 때 터져나온다. 이오구의 행동이 우스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과감하게 생략해버린 복수의 원인이 아이러니하게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점이 이 연극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연극은 코미디의 요소를 잘 빌려온 주제로 이야기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웃음은 국가권력과 부조리에 등 돌릴 수 밖에 없는 이들의 부적절한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오구가 김두관에게 감사를 표하며 찌른데까지 더할나위 없었다. 좋았다. 이 부조리한 상황에서 꽃피는 김두관과 이오구의 우정과 애정(?)은 이상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찌르는 사람과 찌르려는 사람의 연대라니 얼마나 부적절한가. 반대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꽃피는 우정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찌르기 직전 파랗고 넓은 바다를 본 김두관은 필히 부처의 자비를 실현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그 상황이 좀 다크하긴 했지만, 신성함이란 꼭 신성한 상황에서만 실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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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근데 둘이 끌려 들어가면서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고...



그래서 좋았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맞물려 피어나는 아이러니한 우정. 하지만 다시 이오구와 김두관이 국가권력에 끌려다니기 시작하면서 진행이 납득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국가권력에 맞춰 꼭두각시 놀음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우습긴 했지만, 갑자기 주제가 노골적으로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지만, 필자는 갑자기 이야기가 확 바뀐 기분이 들었다. 초 중반부가 피해자들의 국가 권력에 휘둘리는 소시민들의 우스운 행동이 주제였다면, 후반부는 국가권력의 강대함과 폭력을 묘사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갑자기 국가폭력에 내던져진 이들은 점점 정신이 깨어나기 시작해, 독재권력의 힘을 상징하는 화려한 사자탈과 싸운다. 연극의 대사를 옮기자면, 이들은 "어쩌지, 어쩌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하면서 말을 옮기고 배우다가 각성한 셈이다.


그리고 현재로 시간을 돌려, 쿼터갓의 하야를 외치는 시대가 되었다. 김두관의 아내는 이오구를 '사이코'라고 말하면서 때린다. 노래를 부르는 김두관의 아내는 이오구가 김두관에게 절하는 장면과 현대 상황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그리고 그녀는 대상만 바뀐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는 이오구를 때린다. 나는 그녀의 행동을 더이상 약자들끼리의 싸움을 멈추고 진정한 분노의 대상을 찾으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마지막 장면에서 국민들의 각성을 자극하는 구호를 외친다. 갑작스럽게 시위 퍼포먼스같은 분위기가 난다. 그리고 두 주인공은 촛불 부대에서 용기를 가진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닌다.


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내용을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은 싫어하는 편이다. 구호와 함성은 노골적이다. 비유를 하지 않고 직통으로 꽂힌다. 후반부가 함성으로 채워졌기 때문에, 앞부분의 미묘한 메시지들이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위한 밑밥으로 묻혀버린 것 같다. 작가의 의도가 있는 전개였지만, 전반부의 미묘한 분위기가 좋았던 아쉬움이 남았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 작가에게 질문하고 싶다. 물론 늘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촉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비판의식과 용기를 멈추지 않고 지속해야한다. 하지만 쿼터갓이 감옥에 갇혀있는 오늘날, 왜 김두관과 이오구의 이야기를 노골적인 엔딩으로 끝맺어야 했었는지 싶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입을 틀어막고야 말았다. 대체 왜, 왜 그런거에요...



*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일자 : 2018.10.25(목) ~ 11.04(일)

시간
평일 7시 반
주말 3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재)서울문화재단, 창작집단 상상두목

제작
남산예술센터, 창작집단 상상두목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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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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