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런 국악은 어떠신가요?? [공연예술]

서울시 청소년 국악단 <꿈꾸는 세종> Review
글 입력 2018.11.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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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자질을 가지고

아무것도 않겠다 해도 내 뭐라 할 수 없겠지만

그대가 만약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한다면

무슨일인들 해내지 못하겠는가

그러니 부디 포기하지 말길"


-세종실록中-



서울시 청소년 국악단을 처음 접했던 것은 올해 6월 악단의 첫 번째 기획공연인 <청춘가악>이었다. 나의 경우 '국악'이라는 장르에 특별한 거부감을 갖고 있진 않다. 수십 년간 국악을 취미로 해오신 아버지 때문에 오히려 '국악'에 특별한 익숙함과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국악 공연에서 나랑 비슷한 나이의 관객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국악은 '지루한 음악' 또는 '올드 한 음악'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나 역시도 주변 사람들이 "너는 국악공연을 왜 보러 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익숙해서 국악공연을 보러 가는 것뿐이지 나 역시도 국악이라는 장르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고 장르만의 매력을 쉽게 떠올릴 수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서울시 청소년 국악단의 <청춘가악>과 오늘 소개하고자 할 <꿈꾸는 세종>은 단원들의 젊은 감각으로 장르의 매력뿐만 아니라 국악이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서울시 청소년 국악단은 우리가 흔히 아는 청소년의 개념과는 다르게 20~30세의 젊은 국악 전공자로 구성된 악단이며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꿈꾸는 세종>은 청소년 국악단의 2번째 기획 콘텐츠로 9월 4~5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M 어터에서 공연되었다. <꿈꾸는 세종>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연은 세종대왕의 음악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눈병 치료를 위해 123일 동안 초정리 행궁으로 거처를 옮긴 세종대왕이 음악을 연구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가 이루어졌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꿈꾸는 세종>은 연출자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초정리 행궁에서 벌어진 세종의 음악사적 이야기를 6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6개의 프로그램 모두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소개할 3개의 프로그램은 <꿈꾸는 세종>이 다른 국악공연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서울시 청소년 국악단이 어떤 음악을 추구하려는지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Program01. 은은한 가운데 빛을 발하라 - '은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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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가비'는 <꿈꾸는 세종>의 테마곡으로써 공연의 시작과 중간에 2번 연주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특별했던 점은 국악 공연이지만 연주되는 악기는 국악기로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로 국악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무대에서는 전자 키보드, 첼로, 베이스, 드럼 심지어 어쿠스틱 악기인 카혼이나 셰이커도 연주된다. 정통 국악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라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서양 오케스트라 악기 그리고 어쿠스틱 악기들은 은가비 뿐만 아니라 공연 전체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자칫 "끔찍한 혼종"처럼 보일 수 있는 악기들은 무대에서 기묘한 조화를 보이게 된다. '은은한 가운데 빛을 발하라'라는 뜻을 가진 '은가비'처럼 각각의 악기들은 조금 튀는 거 같으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처음 듣지만 편안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서울시 청소년 국악단은 조화와 국악이라는 장르의 확장성을 '은가비'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Program03. 정통 국악의 멋 - '소리를 담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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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세종>은 앞서 말했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악기와의 조화 속에서 진행되지만 세 번째 프로그램인 '소리를 담은 돌'은 모든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국악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국악기 위주의 느린 진행과 한국무용을 하며 창을 하는 부분은 관객들로 하여금 "맞다 나 국악 공연 보러 온 거였지!"라고 상기시켜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전통적인 것은 예술적으로는 뛰어날지 몰라도 관객들을 흡입하는 데에는 조금 위험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칫 지루하고 너무 예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리를 담은 돌'은 이러한 '전통적인 것'이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을 '더 전통적인 것'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인 '편경編磬'이라는 악기가 있다. '편경' 모든 국악기를 조율하는 기준이자 모든 아악의 표준음이 되는 악기이며, 세종은 그간 중국에 의지하여 만들어 온 편경을 우리 손으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내용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연주자들의 어색하지만 귀여운 연기가 담긴 짧은 영상을 통해 나온다. 이후 프로그램 전반에 깔리는 맑은 편경 소리는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 냄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묘한 자부심과 뿌듯함을 가져다준다.




Program05. 눈으로 보는 국악 - '꿈꾸는 소리-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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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서울특별시 공식 블로그)


공연의 다섯 번째 프로그램인 '꿈꾸는 소리 -율'은 전체 프로그램에서 가장 독특하다. 무대에 나온 연주자는 국악공연과는 어울리지 않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으며 그 어떤 악기도 가지고 있지 않다. 잠시 후 그는 긴 나무 원통 그리고 톱과 드릴을 가지고 무대 정중앙에서 악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원통을 톱질하는 소리 그리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 소리는 객석에 적나라하게 전달되고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도저히 국악공연에서 상상할 수 없는 소리를 들은 황당함에 헛웃음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율관律管'은 불과 30초 전에 만들어졌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소리를 내며 주변 관현악기와 어우러진다. 만약 연주자가 처음부터 율관을 들고 와 연주를 했다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 프로그램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러 온 관객에게 뜻밖의 생소한 시각적인 경험은 프로그램 전체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

한 시간 반이 넘는 공연을 좁은 좌석에서 관람했지만 공연장을 떠나면서 피곤함보다는 연주자들이 주는 엄청난 에너지를 받고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악공연을 보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무대 위의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연주자들은 무척 생동감 넘치고 즐거워 보였고, 공연을 봤다기보다는 마치 그들이 자유롭게 연주하며 노는 공간에 초대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꿈꾸는 세종>이 끝난 지 세 달이 다 돼가지만 리뷰를 쓰는 지금 다시 한번 그 현장을 곱씹게 되면서 그때와 비슷한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 세종대왕은 백성들과 음악으로서 소통하고자 음악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통적인 것과 함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시대에 맞게 나아가는 국악, 연주자와 관객 모두 즐거운 음악을 추구하는 서울시 청소년 국악단의 <꿈꾸는 세종>이야말로 세종이 꿈꾸는 음악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2016년 꿈꾸는 세종 영상자료-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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