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FILO>

글 입력 2018.11.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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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는,

보지 않은 것을 보고싶게 하는.



"그 영화 재밌어?"


YES 혹은 NO라고 답하게 되는 이 질문을 나는 가끔 한다. 아주 가끔 긴 답변이 돌아올 때도 있긴 하지만, 대개 내가 듣는 말은 "볼만해."라거나 "별로인 것 같아."였다. 어떤 영화를 볼지 말지 결정할 때는 간단하게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한다. 별점을 확인하고 한줄평을 읽는다. 스포일러를 피해가며 영화 감상이 적힌 짧은 글을 읽어보기도 하고.

영화 감상 후 영화평론가의 글을 찾아보는 편인데,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짧은 생각과 단순한 결정으로 영화를 대했는지를 깨닫는다. 영화 비평 안에서 나는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영화 비평은 매력적이다. 별점, 한줄평, sns 감상평 등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긴 글의 영화 비평에는 짧고 단순한 것이 담을 수 없는 긴 호흡과 깊은 통찰이 있다. 그 사실을 영화 비평 잡지 <FILO>를 읽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라는 슬로건을 내건 잡지답게 모든 글에서 영화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고, 나로 하여금 영화 속에서 보지 못한 부분을 보게 하거나 아직 보지 않은 영화를 보고싶게 만들었다.

<FILO>에는 YES와 NO로 답변할 수 없는, 별점 '몇개'로 수치화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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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세요?


<FILO>는 '영화'를 뜻하는 'film'과 '어떤 것을 좋아하는'이란 뜻의 'philo-'를 결합한 말로, 영화에 대한 사랑을 글로 옮긴 격월간 잡지다.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5명의 영화평론가 남다은, 이후경, 정성일, 정한석, 허문영이 국내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고, 매호 다양한 초대 필진이 함께한다. 최근까지 상영되었거나, 앞으로 상영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대 영화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처음 <FILO>의 4호(9.10)월의 목차를 살펴봤을 때 생각보다 몰랐던 영화가 많아서 놀랐다. 고정 필진인 남다은 평론가의 <린 온 피트>, 이후경 평론가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정한석 평론가의 <버닝>은 이미 봤거나 들어본 영화였는데, 허문영 평론가의 <더 스퀘어> 및  손시내 평론가가 비평한 <모래의 여자>, <산책하는 침략자>, <디트로이트>는 처음 들어본 영화였다.

자연스레 얼마 전 읽은 격월 영화잡지 '프리즘오브'와 'FILO'를 비교하게 됐다. '프리즘오브'는 한 영화를 여러 각도에서 재조명하여 다양한 시선을 담아내는데, 비평의 글 뿐 아니라 인터뷰 및 설문조사 등 다양한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반면 'FILO'는 여러 편의 영화에 대한 비평이 실린다. 비평 글로만 꽉꽉 채워져 오히려 더 읽는 재미가 크다. 어떤 한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면 프리즘오브가 소장가치가 있을 듯 싶고, 여러 편의 영화를 살펴보고 싶다면 'FILO'가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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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영화 <린 온 피트>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 내가 보지 못한 것.



'FILO'에 소개된 영화 중 내가 본 영화는 겨우 두편 정도. 제목만 들어봤거나 아직 보지 못한 영화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남다은 평론가의 <린 온 피트>가 눈길을 끌었다.

<린 온 피트>는 매일 혼자 달리는 소년 찰리가 우연히 경주마 피트를 만나 함께 달리게 되는 내용의 이야기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바깥'을 향해 달리는 찰리, 그리고 경주마로 죽지 않기 위해 달리는 피트. 이 둘의 여정은 '버티기'에 가깝다. 바깥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찰리는 소위 나쁜 사람들도 만나고, 친절한 사람들도 만나지만, 진짜 '집 home'을 찾기 위해 계속 걷는다. 과연 찰리는 그걸 찾았을까? 내가 수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진짜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곳, 동시에 안정적인 곳. 그런 곳을 찾았을까? 비평글을 통해 대강의 스토리와 결말까지도 알게 됐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액션은 저 너머에 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지난 여름에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역시 톰크루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영화였다. 사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라면 톰 크루즈의 액션만으로도 즐거운, 실패할 확률이 적은 영화가 아닌가. 나 역시 스릴과 긴장감이 넘치는 액션을 보며 즐거웠고, 솔직히 그 이상의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경 평론가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대한 비평을 읽으면서 "재밌었다"라는 내 관람평의 뒤에 숨긴 그 의미를 찾게됐다. 바로 '액션의 관객성'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뭔가 마음이 편한데, 그건 우리가 톰 크루즈를 아주 굳게 믿고있기 때문인거다. 어떤 일이 있어서 톰 크루즈는 죽지 않고, 친구도 죽게 내버려두지 않으며, 끝내 악당들을 물리쳐줄거라는 걸, 우리 관객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또한, 영화는 관객들을 직접 영화 속 액션 현장에 개입시키지 않는다. 근래의 액션영화들을 보면 그런 경우가 많은데, 예컨대 <아이언맨>에서는 스크린 자체가 아이언맨의 헬멧이 되면서 관객이 직접 싸움을 하게 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관객들의 대리 체험을 허용하지 않고, 우리는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조마조마한게 아니라, 편안하게 톰 크루즈의 액션을 지켜보며 쾌감만을 느끼는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액션의 관객성'을 끝까지 지켜가며 관객의 자리를 보호한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며 마음 편히 액션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를 이후경 평론가의 글을 읽으며 깨달았다. 그리고 톰 크루즈만의 화려한 액션과 영화 말미의 카슈미르 상공(실제 로케이션은 뉴질랜드와 노르웨이라고 한다.)에서 펼쳐진 그림같은 풍경이 다시금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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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earch of
Cinema
Language,
and Love


나도 영화보는 걸 좋아하지만, <FILO>를 읽고 있자니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글을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잡지였다. 함께 여러 편의 영화를 탐색하며 또 한번 영화비평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통찰력 있는 영화비평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매거진 <FILO>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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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 FILO

- 2018.9/10 -


펴낸곳 : 매거진 필로 편집부

분야 : 잡지 > 예술/대중문화

쪽 수 : 160쪽

발행일 : 2018년 09월 07일

정가 : 14,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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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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