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 할로윈 레드문, 계절을 잊은 사람들과

글 입력 2018.11.0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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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날씨를 뚫고 도착한 공연장에는 계절을 잊은 사람들로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코끝이 찼지만, 사람들은 화려한 옷으로 날씨에 맞서고 있었다. 옷을 단단히 껴입고 온 내가 한동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춥지 않을까?’ 오지랖 넓은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사람들은 서로의 모습에 감탄하고 사진을 찍으며 기뻐했다. ‘할로윈’이라는 컨셉에 충실했던 사람들의 복장은 그 자체로 예쁘고 멋졌다. 음- 젊음을 화려하게 즐길 줄 아는 청춘들 같았다. 즐거운 사람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즐거웠다. 사람들의 코스튬 의상도 축제의 볼거리를 한몫 더했다. 나와 친구는, ‘공연장 가운데서 지나는 사람구경만 해도 재밌겠다.’고 입을 모았다.


런웨이 스테이지에 들어서기까지 브랜드 마켓이 일렬로 이어져있었다. 실내 공연장 앞에는 POP-UP 스테이지가 있었지만, 찬 공기 때문인지 비교적 허전했다. 실내 공연장 앞은 귀여운 주황색 자동차와 신데렐라에 나올 법한 커다란 호박 모양이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배트맨과 처키, 조커와 가오나시가 그 곳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진귀한 광경이었다. 뭐랄까. 할로윈을 제대로 즐겨본 적은 없지만, 뭔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를 듬뿍 안고 공연장에 들어섰다.






‘할로윈 레드문 : 서울 패션 페스티벌 2018’의 특징은 패션과 음악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가가기 어렵고 다소 어려운 느낌의 패션쇼가 아니라, 그리고 뮤지션의 공연만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 아니라, 그 가운데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거다. 매년 꽁꽁 에는 겨울이면 무난한 오버핏 코트와 스키니진을 선호하던 나도 어렵지 않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하나, ‘음알못’이던 내가 이번 공연으로 알게 된 즐거움은, ‘EDM’의 매력이었다. 내게 EDM는 다소 생소한 분야였다. 내가 알던 DJ는 G-PARK와 박나래 뿐이었다. EDM 페스티벌에 다녀온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1시간을 EDM으로 채운다면 어떤 공연일까, 상상했던 게 전부였다. 그리고, 상상을 직접 눈으로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짜릿하다. ‘점점 커지는 비트, 그리고 올라가는 내 하트비트’ (…) 이런 식의 오글거리는 가사를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것 같다. 늘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노랫말이 경험과 부닥치니 하나의 증명이 됐다. ‘Dropgun’과 ‘DJ ISSAC’의 무대를 보며 생각했다. ‘1시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구나.’ 게다가 디제잉뿐만 아니라 불과 줄, 빛을 이용한 묘기도 함께 볼 수 있다니! 공연자들의 유연하고 대담한 몸을 보면서 매 순간 감탄했다. 특히나 공중에 매달린 긴 로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줄에서 몸이 확- 떨어지면서 한 손으로만 줄에 의지하고 있던 모습에, 모든 관객들은 심장을 졸여야 했다.


(막차 시간으로 D.GNAK의 무대를 보지 못한 점은 지금도 두고두고 아쉽다.)



 



늘 새로운 도전에 앞장서는 브랜드들의 패션쇼는 즐거웠다. 국경과 고정관념을 넘어 하나의 틀을 깨버리는 것. 트렌드를 이끄는 새로움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고 늘 생각한다. 특히 재밌었던 건 ‘O!Oi’와 ‘D-ANTIDOTE’의 패션쇼였다.


‘O!Oi’는 상대적으로 익숙했다. 주변에서 이 브랜드를 착용한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더 영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딱딱하지 않고,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편안함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련된다고 생각하다가도, 뒤이어 나오는 패션은 복고스러웠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오랜 시간을 아우르며 잘 융화되는 것 같았다. (이상 ‘패알못’의 평이었다.)


‘D-ANTIDOTE’는 FILA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90년대 느낌의 힙합음악에 은색 패딩을 입은 모델이 춤을 추며 등장했다. D-ANTIDOTE는 기대를 이끌었던 시작처럼 화려함에 가까웠다. 빨강색과 노란색, 은색 등 시선을 이끄는 색감이 속속 등장했고, 반짝거리는 재질의 옷이 많았다. 내 기준에서 일상적이지는 않았지만, ‘힙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화려함 속에서도 ‘FILA’가 가진 고유한 스포티함은 잃지 않았다. 가장 좋았던 건 패션쇼의 마무리였다. D-ANTIDOTE의 옷을 입은 댄서 4명이 등장해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에 맞춰 춤을 선보였다. 자로 잰 듯한 칼군무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모델들 역시 웃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딱딱한 패션쇼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더하기 위한 브랜드 측의 노력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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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공연의 라인업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대세 아티스트 ‘그루비룸’과 ‘우디고차일드’,’식케이’, 쎈언니 ‘제시’, 나오는 곡마다 차트 1위를 점령했던 ‘선미’, (개인적인 생각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사이먼 도미닉’까지. (역시나 막차 때문에 승리를 못 본 건 두고두고 아쉽다.)


하지만 우디고차일드&식케이, 제시와 사이먼도미닉, 선미의 짧은 공연 시간은 조금 아쉬웠다. (쌈디는 앵콜 공연을 펼쳤다.) 과장을 보태자면, 2분처럼 느껴지던 20분이었다. 공연의 구성이 알찬 만큼 어쩔 수 없는 시간 분배겠지만, 남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아티스트가 가진 ‘띵곡’을 풀어내기엔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평소 좋아하던 식케이의 음악을 직접 들어볼 수 있어 좋았고, 제시의 귀여움을 느낄 수 있어 새로웠으며, 고등학생 때 많이 들었던 쌈디의 ‘Stay cool’과 ‘Lonely night’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 참 좋았다. (쌈디는 암전된 무대에서 Lonely night을 불렀다. 관객들은 휴대폰으로 불빛을 만들어주었다. 괜히 마음이 쨍-했다._)


더구나 ‘할로윈’에 맞춰 눈에 띄었던 건 스타들의 의상이었다. 선미는 페스티벌의 컨셉에 맞춰 날개 달린 공주 옷을 입고 수줍게 등장했다. 여자 댄서들은 디즈니 공주 옷을 입었고, 남자 댄서들도 의사와 환자 복장을 했다. 선미는 어깨에 달린 본인의 날개가 너무 과한 것 같다며 본인의 ‘흑역사’가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모든 관객들은 다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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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디는 ‘정기석’이라는 본명이 박힌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잘 어울리냐’던 질문에 관객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서른이 넘고 교복을 입어본 것에 뮤지션은 스스로 놀라워했지만, 어쨌든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 (교복 착샷은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리가 작다’며 더 큰 호응을 유도하던 쌈디에게서는 익숙함과 즐거움이 묻어있었다. 능글맞은 사투리에 관객들은 모두 즐거워했다.

(공연을 찾아보니, 승리 역시 해리포터 착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 것 같다. ‘내가 셋 셀 테니 넌 딱 넘어와…’ 직캠 영상을 보며 방에서 혼자 외쳤다. 이 아쉬움을 어떻게 하나.)






‘할로윈 레드문 : 서울 패션페스티벌 2018’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틀을 깨는 새로움으로, 계절을 잊은 사람들로, 소란했던 공연의 열기로. 2016년에 처음 시작했던 이 공연이 이렇게나 큰 규모의 페스티벌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새삼 놀라운 사실이다. 할로윈의 유래 같은 것은 잘 모르고, 제대로 노는 법도 모르지만. 분명한 건 짜임새 있는 공연 안에서 하루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는 거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관객들도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서 잘 알지 못했던 분야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왔으리라 생각한다. 내년의 SFF가 더욱 기대된다.



[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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