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굳은 살 박힌 이마를 쓰다듬자. 책 <맨땅에 헤딩하기>를 기다리며...

글 입력 2018.11.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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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굳은 살 박힌 이마를 쓰다듬자.
책 <맨땅에 헤딩하기>를 기다리며...

"굳은 살 박힌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도 한 번 안아주자."

이번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는
책 <맨땅에 헤딩하기>입니다.
소설가 고금란의 두 번째 산문집,
굳은 살 박힌 이마를 쓰다듬을 시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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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하기>

저자 고금란
출판 호밀밭
발매 2018.08.19.

 

맨땅에 헤딩하는 우리들

우리는 매일을 맨땅에 헤딩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무리 계획에 철저한 사람이라고 해도, 반대로 즉흥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 모두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이 그렇게나 자주 영화의 소재로 등장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매일을 실수하며 살아가니까요. 항상 우리에게 삶은 처음이니까요.

아무리 계산해도 그 계산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계산은 마냥 정답을 토해내지 않고 여러 경우의 수들을 동반합니다. 또 경우의 수들의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고 다해봐도 쉽게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그 결과를 확신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우리들은 매일 맨땅에 헤딩하고, 운좋게 푹신했다면 웃고. 운나쁘게 아스팔트였다면 울고 말겠죠. 그런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저자의 말처럼 굳은 살이 박힌 이마를 쓰다듬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낡아가는 우리들의 몸을 안아주는 것, 자기 자신의 아픔을 피하지 않고 안아주는 일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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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그리고 에세이.

최근, 책들을 보면 '괜찮다.',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잘하고 있다.', '이제 놓아도 괜찮다.'라는 메세지를 가진 에세이들이 많습니다. 그걸 보며 친구들과 요즘 책들이 너무 같은 주제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 푸념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또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 책들을 많은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요. 스스로가 듣고 싶은 말들을 책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한때는 1만 시간의 법칙처럼, 노력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는 조금 뜸해진 걸보니... 슬프게도 노력에게 배신당한 사람들이 많은가봅니다.)

그래서 사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에세이들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 역시 이번 책을 놓치지 않았던 것은 필요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안아줄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요. 또 다른 기대라면 소설가가 소설로 쓰지 않은 순간들이라는 리뷰를 보고 궁금했습니다. 도시에서 시골, 시골에서 도시, 또 다시 시골로 간 한 소설가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습니다. 가슴이 뜨거워 즉흥적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한 소설가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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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삶은 정답이 없는 각자의 여정이다.
어차피 태어나는 자체가 맨땅에 헤딩이고
보장된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을 가는 일이다.
나는 고민이 짧고 일부터 저지르고 드는 기질이라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많았던 것 같다.
좋게 해석하면 가슴의 소리에 따랐다는 말이고
계산 없이 즉흥적으로 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용케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도 한번 안아주자.’ - <책을 내면서> 中


+ 책 속에서

“울어라, 그들 대신 울어주어라.” 나는 그 소리에 떠밀려 사람들의 물살을 헤치고 나가서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저는 만덕1동 821-2번지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여러분, 미안합니다. 그동안 저는 이 동네를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늘로 그 마음을 접겠습니다. 끝까지 남아서 주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15p

잔디밭에 홀로 앉아있는데 이유 없이 무서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 두려움은 예전에 공룡에 쫓기던 누군가의 무서움일 수도 있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냥을 나가면서 느끼던 어느 원시인의 두려움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이 마인드에 저장되어 왔으며 지금도 오고 가고 있습니다. 다만 두려움의 대상이 호랑이나 사자에서 취업이나 급락한 주식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두려움을 경험하는 방식은 고대와 같지만 대응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달라졌습니다. 구조는 같으나 상황이 다르고 경험은 같으나 반응과 강도가 달라졌을 뿐입니다. 이 통찰이 일어나면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나와 똑같다는 것을 알면 사랑과 연민이 일어납니다. -84p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금,
책이 도착하길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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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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