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사랑하세요, FILO(필로)

다음 5호를 기대하고 또 기다려본다.
글 입력 2018.11.04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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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세요, FILO(필로)



죽는, 혹은 살아있으나 죽은 취급을 당하는 것들이 있다. 얼마 전에 본 드라마에서는 신문이 그런 취급을 당했다.


-건물의 이 층이 통째로 비어있어요.

-신문학과 층이거든요.


영화 잡지, 또는 비평도 이러한 취급을 피해갈 수 없었다. 영화에 대한 얘기들은 점차 간단해지고 명료해졌다. ‘볼만 해요’와 같은 말들로 분명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렇게 점수 매겨졌다. 그렇게 당도한 영화 비평의 죽음, 별 칸 채우기 한줄평의 시대. 사람들의 무관심 속, 죽음의 끝자락에서 필로는 탄생했다. ‘끝이라는 시작’이란 이름의 창간글과, 영화 비평을 다루고 있는 독립 잡지를 기다리고 있었던 1749명의 후원자와 함께.



반복하자면, 끝까지 몰렸을 때 알 수 없는 활기가 찾아온다. 이 잡지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다. 비평의 죽음이라는 말 자체가 식상한 표현이 되어버리고 영화잡지라면 어느 투자자도 고개를 가로젓게 된 때에, 뭔가 새로운 걸 시작 해봐도 좋겠다는 대책 없는 용기가 우리를 찾아왔다. 처음에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그뿐이었다. 되든 안 되든 오롯이 영화의 비평에 집중한 독립잡지를 만들어보자. 영화가 버티면 우리도 버틴다. …


-이후경, <창간의 글 끝이라는 시작>, 《FILO》 1호, 2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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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세요. 명령도 질문도 아닌 권유로 FILO는 내게 다가왔다. <FILO>는 영화의 ‘film'과 사랑의 ’philo-'가 합쳐져 완성되었다. 남다은, 이후경, 정성일, 정한석, 허문영이 고정 필진으로 매 격월을 함께 하고, 매호마다 새로운 영화감독, 평론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한다. 지난 호에서는 신인 평론가들의 평론을 싣기도 했다.


창간을 기다렸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번 호의 발간은 반갑다. 탄력 있는 공이 여전히 펄쩍펄쩍 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가 버티면 우리도 버틴다.’더니, 봄에서 어느덧 겨울이 되었다. 그 사이 여러 영화가 필로를 거쳐 갔다. 새로운 코너가 생기기도 했다. 그동안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글을 찾아 읽었다. 혹은 글을 읽기 위해 영화를 봤다. 이번 호의 ‘편집의 글-귀한 위로’는 필로가 독자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톡톡히 설명해주고 시작한다. 그리고 그 설명에 맞게 영화의 글들은 독자인 내게 다가온다. 영화를 누군가와 나누며 고민하는 것. 그 행위를 읽는 것으로 동참할 수 있다는 것, 혹은 행위의 글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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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호는 배우 카세 료의 ‘영화에 관한 요즘 감상 노트’로 시작하는데, 이 점이 좀 특이했다. ‘요즘’ 좋아하는 배우,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영화 음악들을 간단하지만 분명하게 정리했다. 글의 길이만 봐서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블로그 리뷰와 다를바 없어보이지만, 그 내용과 형식, 그리고 글이 담긴 ‘필로’라는 그릇이 좀 달랐다. 미리보기가 글 전체의 전부일 것만 같은 한줄평이 아닌, ‘요즘 감상 노트’라는 이름으로 정리해내기 딱 좋은 최근의 영화 취향들을 집합시켜 놓은 느낌이었다. 영화를 사랑하고 나누는 필로란 공간에 어색하지 않은 첫 코너였다.


새로운 코너를 시작으로 <린 온 피트>, <버닝>, <산책하는 침략자>, <풀잎들>, <더 스퀘어>, <미션 임파서블:폴아웃>, <모래의 여자>를 다룬 글들이 목차를 장식했다. 그리고 <쇼아>를 중심으로 한 고 클로드 란즈만 감독에 대한 기사, <디트로이트>를 다룬 글이 잡지 마지막편에 수록 되어 있다(필진은 목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보지 않은 영화가 많아서 새로웠지만, 한편으로는 읽는 것을 미뤄두고 싶었다. (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때때로 글을 읽기 위해서 영화를 본다.)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지만, 먼저 글을 읽으며 영화에 대한 감상을 미리 늘려뒀다. 찬찬히 읽어가다보면, 가끔씩 영화에 대한 열정과 생각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과연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라는 슬로건을 건 잡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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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농담처럼 튀어나온 텅 빈 신문학과 층처럼, 죽는, 혹은 살아있는데 죽어가는 취급을 받는 것들이 있다. 필로는 영화의 언어를 그 취급에서 건져낸다. 저 농담에 웃을 순 있어도 수긍할 순 없다. 다음 5호를 기대하고 또 기다려본다.

 





목차


5
편집의 글


6
카세 료 <스즈키 가족의 거짓말> 외
영화에 관한 요즘 감상 노트


12
남다은 <린 온 피트>
사막을 걷고 밤을 건너


24
정한석 <버닝>
이창동의 꽃병


50
김병규 <산책하는 침략자>
부축하는 연인들


62
아오야마 신지 <풀잎들>
영화는 거기 있었다


80
허문영 <더 스퀘어>
스크린 붕괴의 두려움


94
이후경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액션은 저 너머에 있다


108
정홍수 <모래의 여자>
삶이라는 지속, 영화의 충실성


124
장미셸 프로동 클로드 란즈만
비가시사의 현시자


144
손시내 <디트로이트>
응답 없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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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 FILO
- 2018.9/10 -


펴낸곳 : 매거진 필로 편집부


분야
잡지 > 예술/대중문화


규격
170 * 240 mm


쪽 수 : 160쪽


발행일
2018년 09월 07일


정가 : 14,400원


ISBN
979-11-9637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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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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