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영화] 생각이 많아질 때 보기 좋은 영화

글 입력 2018.11.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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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생각에 과부하에 걸릴 때가 있다. 별 것 아닌데도 자꾸 생각이 생각을 낳을 때, 생각의 고리를 끊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생각의 다이어트가 필요할 때 보면 좋을 영화를 골라봤다.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숨어있는 단순한 행복을 찾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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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


2004 한국

감독: 장진

출연: 정재영, 이나영

장르: 코미디 / 개봉: 2004.06.25

상영시간: 107분 / 15세 관람가

 

 

내가 곧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영화는 갑자기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게 된 한 남자, 치성(정재영)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 남자는 오늘 또 사랑에 실패하고 거기에 3개월밖에 못 산다는 시한부 선고까지 받는다(신파가 아니니 걱정마시라). 그날로 친구네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필름이 끊겨 아르바이트생 이연(이나영)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자신에게는 첫사랑과 내년, 주사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지독한 하루를 보낸 치성. 그렇게 치성과 이연은 그냥 아는 여자, 아는 남자 사이가 된다. 사실 치성과 동네 이웃인 이연은 그를 10여 년간 짝사랑해오고 있는 성실한 스토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가슴 절절하게 애절하지도, 잠 못 들게 설레지도 않지만 편안하고 미소가 지어진다.

 

영화가 편안한 이유는 죽게 되는(된다고 생각하는) 치성의 의연함 때문이다. 은행에서 은행털이 집단과 마주할 때도, 동네 좀도둑과 마주쳐 오히려 도둑을 설교하는 입장에 놓일 때도, 그리고 도둑으로 오해받을 때도 치성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상황을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그러고 보면 다 별 것 아닌 문제였던 것이다.

 

치성의 고민은 사실 어느 것보다도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어쩌면 사랑은, 영화 초반 의사가 병에 대해 말하는 [이게 이렇잖아요? 이게 이럼 안 되거든. 이게 이미 이래 되어 버렸어] 느낌과 같은 것인 것 같다. 다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지만 본인만이 알고 느끼는 것. 영화 속 치성의 아는 여자가 이연 하나라는 말에 해맑게 미소짓는 이연이나 수비가 공을 갑자기 관중석으로 던지면 재밌겠다는 말에 그렇게 해 버리는 치성의 행동이나 언뜻 사랑이라고 하기 어려운 것들이 그들에게는 사랑이었다. 오직 둘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때 우리는 서로에게 더욱 물들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걸로 치성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이름이 뭐예요?“


마지막에 이연을 보러 한참 뛰어온 치성이 대뜸 건넨 이 간단한 질문처럼 사실 모든 것의 시작은 매우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영화를 보면 조금 더 치성처럼, 이연처럼 살아보고 싶어진다.

 


    

 

-아직도 복잡한 머릿속이라면-

     

 

<김씨표류기>



김씨.jpg
 


(어쩌다 보니 배우 정재영 특집이 되어가고 있는데, 정재영이라는 배우가 뿜어내는 자연스럽고 편한 매력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본다.)

 

자살도 내 맘대로 안 된다. 자살하려 한강에서 뛰어내렸는데 어느덧 한강 가운데 위치한 밤섬에 도착해 있는 김씨(정재영). 경찰에 전화해도 장난 전화로 여겨지고 유람선에 손을 흔드니 반갑다고 인사해준다. 그러나 살아 보니 나쁘지 않다. 오리배를 끌어와 처음으로 내 집 마련도 해보고, 물고기나 새를 구워 먹으니 식사도 보장된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지켜보게 된 히키코모리 김씨(정려원). 그녀는 방 속 인터넷 세상에서만 표류하는 사람이다. 유일한 취미인 달 사진을 찍는 중 밤섬에서 생활하는 남자 김씨를 발견하고 둘은 쪽지로 교감하기 시작한다.

 

남자 김씨가 밤섬에서 자살하려다가 발견해 계속 먹게 되는 사루비아나 민방위 훈련으로 사람들이 없는 거리를 찍는 여자 김씨의 행복이나 특별하지 않지만 그들의 삶을 지속시켜준다. 우리의 머릿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건 역시 어떤 단순함에서 오는 걸까. 인생의 사루비아를 찾는 일이나 달의 중력처럼 1/6만큼 가볍게 사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좀 더 힘을 빼고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영화는 말해준다.

 


더 좋은 영화들로 [순간의 영화]는

매달 첫째 주, 셋째 주 목요일마다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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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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