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eoul Fashion Festival 2018 [공연]

할로윈 레드문, 놀게 냅둬!
글 입력 2018.11.04 20: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0001.jpg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잠실실내체육관에 가는 길,

얼굴에 상처가 가득하고 흐르는 피를

얼굴에 대충(?) 쓱쓱 문지른 사람들을 봤다.


나와 친구는 생각했다.

‘좀 더 과감하게 하고 나와도 되었을 것을…….’




님 진짜 대박이네요



해가 지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현장은 매우 추웠다. 그러나 축제에 대한 열정을 날씨도 막지는 못했다. 나와 친구처럼 얌전한 차림새를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개성 넘치는 의상을 차려입고 속속 등장했다.



할로윈 (4).jpg



현장에는 사진으로 오늘을 남길 수 있는 부스도 여럿 설치되어 있었다. 부스 안에서 모델처럼 자세를 취하고 연속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슬쩍 사진 한 장 남겼다. 나와 친구는 차림새가 화려하지 않아 조금 움츠러들었다. 대신 표정만 좀 시끄럽게 해봤다. (어떤 표정인지는 우리 둘만 아는 것으로 하겠다.)


슈퍼마리오, 처키(?) 삼형제, 좀비, 뱀파이어 등등 동행자와 작정을 한 듯 캐릭터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연신 ‘귀여워’ 혹은 ‘대단하다’를 외쳤다. 물론 앞에 가서 대놓고 외치진 못했다. 대신 눈빛을 보냈다. “진짜 대박이네요.” 마음으로 눈빛으로 보낸 사인인데, 잘 들으셨는지는 모를 일이다.




선미 사랑해!



할로윈 (3).jpg
 


선미는…… 단언컨대 최고였다. 할로윈 레드문이라는 패션페스티벌에 맞춰 외계인 컨셉으로 차려입었다고. 선미는 어깨에 성난 날개(?)가 달린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은갈치같은― 의상을 입고 왔다. 선미뿐만이 아니라 댄서들도 모두 하나같이 알록달록하면서도 무시무시한(?) 할로윈 코스튬을 차려입고 무대를 했다. TPO를 칼같이 지키는 가수 선미, 그리고 댄서 크루의 모습에 왠지 모를 감동을 느꼈다.



할로윈(2).jpg



외계에서 온 타노스(영화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다섯 개의 스톤 반지를 모아 세상의 절반을 멸망시킴)처럼 반지를 끼고 왔다고 깨알 자랑을 하는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선미는 무대 위에서 멘트를 하면서도 자신이 너무 본격적으로 차려입고 온 것 아니냐 부끄러워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의상부터 퍼포먼스까지 멋졌습니다. (선미 최고! 선미 짱!)




마음껏 웃을 수 있어 좋다



할로윈 (1).jpg



모델들은 의상이 더 돋보일 수 있게 최대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워킹을 한다고 들었다. 서울패션페스티벌 2018에서 본 패션쇼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5252byOIOI였다. 모델들이 워킹을 하자 현장에 있던 관객들이 환호를 보내며 웃으며 머리 위로 한껏 손을 흔들었다. 이들을 보며 모델들은 멋쩍은 듯 그러나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짓기도 했고, 함박웃음을 짓기도 하며 런웨이를 걸었다.


사실 모델들이 함박웃음을 짓는다거나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게 진짜 예상치 못한 돌발 사건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관객1, 관객2인 나와 친구의 시선으로는 발랄하면서도 캐주얼한 5252byOIOI의 느낌과 아주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다. 현장의 신나는 분위기와 모델들의 천진한 웃음 덕분에 무대 위의 컬렉션 의상이 더 돋보였으니까.




음악과 패션이 함께하는 뮤직 페스티벌?



음악도 듣고 몸도 (삐걱삐걱) 움직이고, 매일 할 일에 치여 있던 우리는 웃을 수 있고 숨 쉴 수 있는 틈이 생겨 좋았다. 단,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초대가수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T자형 무대 근처에서 대부분 빠져나갔다는 점, 그리고 이를 어찌 막을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는 점이다.


패션과 음악이 어우러진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패션과 음악 두 가지 콘텐츠를 단순하게 번갈아 놓기보다는 두 가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의 경우 가수들이 런웨이를 무대 삼아 노래를 부르고 모델들은 그 무대에 맞춰 워킹을 한다.


물론 이런 패션쇼의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자는 말은 아니다. 패션쇼의 컨셉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또 가수와 모델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디자이너와 모델과 가수 세 사람이 서로 동의한 범위 내에서 융합과 조화가 고려된다면 보다 한국에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무대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


기회가 닿아 또 이번 SFF2018처럼

컨셉이 명확한 축제에 가게 된다면

그때에는 절대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코스튬을 입으리라.


2019년 할로윈,

그때에는 쭈뼛쭈뼛 하지 않고

제대로 뽕을 뽑아 놀고 말리라.


설레발의 강도를 좀 더 높이고,

한참 전부터 미리 이렇게 다짐해본다.



[심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