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 SFF 2018

패션, 공연, 퍼포먼스까지 있었던 <서울 패션 페스티벌>
글 입력 2018.11.0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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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뒤 오들오들 추워진 날씨였지만 파티의 열기까지 얼리진 못했던 27일 날의 48시간. 서울 패션 페스티벌이 “할로윈 레드문”이라는 부제를 달고 2년 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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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냐고?

그날의 열기를 내가 즐긴 방식은 이러했다.




6 PM. 생각지 못했던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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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했을 땐 ‘이 추운 날씨에 다들 뭐 많이 꾸몄겠어?’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고개를 돌리면 어떤 사람의 입술 옆이 빨갛게 찢어져 있었고, 뒤를 돌면 좀비 한 명이 서 있었고, 가로질러서는 웬 소탈을 쓴 사람이 머리를 흔들고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외에도 마리오와 지방이와 유령신부 경찰 등 코스튬도 가지각색이었다. 가끔 공연 중간중간 스크린이 관객석을 비추면 자신의 얼굴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퀸스스마일”에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미리 셔틀버스와 물품보관소, 메이크업 서비스 예약을 받았다. 실제로 잠실실내체육관 내부에는 분장을 받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길었다. 주위 사람들의 분장이 더 디테일했던 이유였다.


이번 서울 패션 페스티벌이 작정하고 알차게 준비했다는 게 느껴졌다. 야외는 포토존과 작은 공연장 그리고 팝업스토어가 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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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팝업스토어


특히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척 칼바람이었지만 쇼에 오르는 브랜드들의 옷을 더 가까이에서 구경할 기회는 흔치 않으니.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공연 중이고 야외는 칼바람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없어 다소 민망했지만 난 꿋꿋이 힐끗힐끗 구경해보았다.


블루파이, DORIKEI, OCT 3 등 쇼에 서지 않는 여러 다른 패션브랜드들도 다양하게 줄지어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 돌아보다 눈길을 끄는 옷들에 멈추고 어떤 브랜드인지 바라봤을 때 천막엔 GREEDIOUS라고 적혀있었다. 부스를 훑다 '이 옷은 화려하고 독특한데 괜찮네. 입으면 왠지 자신감 생길 것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GREEDIOUS였다. 프리뷰에서도 좋다고 한 만큼, 이렇게 만나니 반가웠다.




6:20 PM.

패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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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TIDOTE 패션쇼



쇼 순서는 GREEDILOUS를 첫 신호탄으로 OiOi, D-ANTIDOTE, D.GNAK 차례로 진행됐다.


그렇다고 쇼를 다 한 후 공연을 한 형식이 아니라 쇼와 공연 순서를 섞어, 공연 후 쇼가 시작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한 아티스트의 공연이 끝난 뒤 바로 패션쇼가 매끄럽게 배턴터치 됐다.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하지만, 서울 패션 페스티벌인 만큼, 무대 또한 T자를 거꾸로 한 패션쇼 무대였다. 그래서 무대를 아티스트와 모델이 번갈아 공연하고 걸어 나오는 모습이 멋있었다.


패션쇼를 처음 보는 거였는데 보면서 가장 신기했던 건,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옷의 느낌에 따라 모델을 고르는 취향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고 다들 다른 것 같았다. 특히 OiOi 브랜드 쇼를 보며 여성 모델들의 느낌이 비슷하다 생각했다. 어리고 귀여운 딱 20대 학생 느낌. OiOi가 그런 영한 느낌을 겨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스크린을 통해 모델들을 바라보며 친구와 함께 “헐 귀여워” “헐 상큼하다”를 외쳤을 정도니.


가장 인상적이었던 쇼는 디앤티도트였다. 프리뷰에서 기대했던 것처럼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휠라와 협업했던 쇼로 꾸며졌다.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 하는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쇼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댄서들의 춤과, 모델들의 워킹 중 보이는 춤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쇼가 어렵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나도 즐겁게 보았다. 딱 이번 레드문 파티 분위기의 흥겨움과 어울렸던 쇼였던 것 같다.


패션쇼의 마지막 순서는 디그낙이 장식했다. 프리뷰 때 좀 다크웨어한 정체성을 가진다고 말을 하며 런던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미이라 컬렉션을 소개했었는데, 이번 쇼에서는 밝고 일상에서 입기 편한 옷들이 많았던 것 같아 신선하게 보았다. 하지만 평범하게 보여도 디그낙이 가지고 있는 특유 멋있음은 유지되어 ‘역시나!’ 하면서 볼 수 있었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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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승리포터



패션쇼의 마지막 순서가 디그낙이었다면, 공연의 대미는 승리포터 승리였다. 준비한 멘트였는지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하면 관객들이 “사!”를 해달라고 했다. 처음엔 웃겼던 게 계속하니 재밌어 열심히 따라 하며 새삼 승리가 ‘관객을 잘 이끄는구나’ ‘재밌구나’를 느꼈다. 학창시절이 생각나는 빅뱅의 하루하루부터 현재 빅뱅 명곡 메들리를 혼자 채우는 모습에 가장 신나게 즐겼던 공연이었다. “하루하루” “뱅뱅뱅” “셋 셀테니” 등 노래가 나올 때마다 우리의 흥 게이지는 최대치였다.


물론 이외에도 선미, 사이먼 도미닉 등의 국내 아티스트와 DROPGUN과 DJ ISAAC의 EDM은 명성대로 확실히 달랐다. 나의 첫 EDM 입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흥이 100에 너무 자주 도달해 탈진할 것 같았지만 나름 첫 EDM이 레드문이라, DJ ISAAC이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EDM이 DJ당 거의 1시간씩 했던 것 같은데, 후반쯤에 EDM 순서가 계속 이어지면서 약간 지치긴 했다. 숨 돌릴 틈 없이 분배된 순서가 약간 아쉬웠다.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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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센도시에" 퍼포먼스 팀



하지만 무대 중간중간 퍼포먼스의 구성은 알찼다. 퍼포먼스 팀 “루센도시에”의 묘기는 눈도 즐겁게 해주었다. 특히 계속 처음이라 말하는 것 같지만, 서커스 묘기 또한 처음이라 더욱 신기하게 보았던 것 같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한 남자가 줄 하나를 가지고 솟아올랐다 돌았다 하는 걸 보며 왠지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어머 어머’ 하며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그 위태로운 순간에 눈을 떼지 못했던 것 같다.




11 PM. 굿바이 레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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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했다는 말을 글에서 여러 번 언급한 것 같은데, 진심으로 이번 <서울 패션 페스티벌 : 할로윈 레드문>은 나에게 신기함 투성이었던 진귀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즐기러 온 사람들도, 패션쇼도, 공연도 나에겐 다 재미난 구경이었다.


더불어 생각한 것은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는 것! 나름 놀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과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에 100%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페스티벌은 과한 것이 매력이 되는 파티라는 것. 사람들을 보며 놀 때는 제대로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던 페스티벌이었달까.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패션쇼도, 공연도, 할로윈도 더 잘 즐겨볼 것이다!


그래도 극한의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말처럼, 너무도 추웠지만 알차고 화려했던 서울 패션 페스티벌은 나에게 재밌고 즐긴 빛나는 경험으로 남았다. 아마 추워서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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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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