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FILO> film critique magazine 4호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글 입력 2018.11.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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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O



'FILO'는 '영화'를 뜻하는 'film'과 '어떤 것을 좋아하는'이란 뜻의 'philo-'를 결합한 말로 영화에 대한 사랑을 글의 행로로 옮겨보고자 하는 격월간 잡지다.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5명의 영화평론가 남다은, 이후경, 정성일, 정한석, 허문영이 국내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고, 매호 다양한 해외, 초대 필진이 함께 최근까지 상영되었거나, 앞으로 상영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대 영화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키노>가 씨네필 문화를 이끌고, <씨네21> <필름2.0> <무비위크>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영화주간지 전성시대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긴 호흡과 깊은 통찰이 담긴 글보다 포털사이트 별점, SNS상 정보, TV 프로그램, 시네토크, 팟캐스트로 영화 감상을 정리하는 일이 흔해지지면서 여전히 이런저런 원칙과 논리에 의해 외면당하는 영화마저 끌어안으려는 영화비평은 설 곳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필로는 '영화비평'을 중심으로, 어딘가에서 영화비평의 지속을 기다리고 응원하고 있을 독자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탄생되었다.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우리 시대의 좋은 영화, 중요한 영화, 특별한 영화에 글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 잡지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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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필로를 받고



필로의 편집장 이후경의 편집의 글 말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영화 앞에서도 비슷한 심정일 때가 많다. 자주 세상의 소란보다 스크린의 심연에 끌리지만, 언제까지 그앞에서 고독만 씹을 수 없음을 안다. 사람인 이상 그 매혹과 공포를, 때로는 무료와 분노도, 누군가와 나누며 심사를 달래고 용기도 얻어야 한다.


_ 귀한 위로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보는 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기고 만다. 영화를 볼 때 온 감각을 끄집어내 한바탕 휩쓸어 뒤집어 냈다면, 언젠가 뒤집힌 그것을 차곡차곡 되뒤집으며 정리하고 달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사람을 모으고 글을 부탁하고 결국에는 아름다운 글들을 소개했다. 그것을 귀한 위로라고 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많다. 아마 점점 더 많아 질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마니아층은 점점 두꺼워지고 다양한 이야기들은 차고 넘치며 마음껏 소비된다. 사람들을 통해 전하고 전해지는 영화는 덕분에 다양한 곳에서 제각각의 이야기가 되어 살아 숨 쉰다. 하지만 그 사실은 곧 영화를 보는 일이 너무나 쉽다는 걸 말한다. 영화는 점점 더 쉬워진다. 쉽고 재밌는 것들 사이에서 고만고만한 이유와 흥미로 소비된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보는 일을 넘어서서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일은 대체 무얼까 생각한다. 감독의 심오한 뜻을 헤아려내는 재미일까, 남들은 못 본 무엇을 보았다는 증언일까, 재밌는 꿈을 꾸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덧붙여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 마음일까. 혹은 내가 영화를 통해 받은 위로를 너에게 건네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일까. 그런 이유들이 조금씩 맞물리고 서로 다른 크기로 작용하여 한 편의 글이 탄생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글들은 모아 한 데 싣는다. 필로라는 한 권의 책이 된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상영관의 불이 밝고 우르르 사람들이 빠져 나간다. 형형의 빛이 사라지는 거처럼, 귓가를 파고들던 소리들이 사그라드는 거처럼 바로 그 때만 알 수 있던 마음들도 사라져 간다. 사라지는 의미들을 붙잡아 글을 쓴다. 이미지와 소리로 존재하던 순간의 것들을 포착해 글로 붙잡아 두는 일, 그 자체가 위로의 어떤 방식과 닮았다.


언제까지고 고독만 씹을 수 없다. 그럼에도 감각에 사유의 깊이를 더하고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지어 낸다. 한 줄의 글을 위해 기억을 되돌리고 장면들을 불러온다. 재생, 또 다시 재생. 반복을 더 한다. 수없이 되짚어 가며 한 문장을 쓴다. 글이 된 감각들과 사유들은 서로들, 얼굴 모를 뭇 사람들과 나눠 진다. 누군가와 나누며 심사를 달래고 용기를 얻는다. 그런 일은 무척 귀하다.



 

2. 아오야마 신지 <풀잎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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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들> 스틸컷



필로를 받아들고 제일 먼저 이번 호에는 어떤 글이 실렸는지 훑었다.


카세료 <스즈키 가족의 거짓말> - 남다은 <린 온 피트> - 정한석 <버닝> - 아오야마 신지 <풀잎들> - 허문영 <더 스퀘어> - 이후경 <미션 임파서블 : 풀아웃> - 정홍수 <모래의 여자>- 장미셸 프로동 클로드 란즈만 - 손시내 <디트로이트>


차례대로 영화 제목을 훑어 내려가며 보고 싶은 영화, 봐야하는 영화 등등을 나름대로 꾸려봤다. 아쉽게도 본 영화가 없어 급하게 영화관에 가서 <풀잎들>을 봤다. 영화가 궁금한 마음만큼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글이 궁금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읽었을 때의 그 통쾌함으로 무릎을 탁 치고, 부러움으로 이마를 탁 쳤다.


그는 영화감독으로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홍상수의 영화의 특별함을 조리 있게 이어 나갔다. 그의 영화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현상을 정리해 이름 붙이고 그 자신 스스로 또 다시 그것을 극복해 내는 모양을 포착했다. 홍상수의 영화가 보여주는 ‘무-기예의 기예’가 만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위해 홍상수가 선택한 현대적인 촬영 기법을 이야기 한다. 결정적으로 영화를 작용시키는 것의 동력, 존재하는 분명한 얼룩을 짚어 낸다. (앞의 문장은 아오야마 신지의 글을 매우 짧게 요약해 키워드들을 나열한 문장이다. 의미가 궁금한 이는 <풀잎들>을 보고 아오야마 신지의 글을 읽으면 된다.)


영화감독인 그가 또 다른 감독의 영화를 보고 이 시대의 영화의 감각을 포착하며, 영화의 의미를 읽어내는 일, 어쩌면 영화라는 것의 역할이 무엇인지 짚어 나가는 일은 그 자체로 끊임없는 이야기와 말들을 보태 나갔다. 그 글을 뭐랄까. 자생적이었다. 한 영역의 자가치유 및 발전의 가능성이 새삼스러웠다. 영화와 영화에 대한 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본 어떤 영화. 그것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이룩한 영역으로 향하는 좁은 길에 아오야만 신지는 고독을 씹고 영상을 반복재생하고 그가 보고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불을 켠다. 그 길을 통해 어떤 영화가 지나가기도 하고 만들어지기도 할 것이며, 또 어떤 글이 지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야 말로 귀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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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잎들>의 스틸컷



*

차례


5
편집의 글

6
카세 료 <스즈키 가족의 거짓말> 외
영화에 관한 요즘 감상 노트

12
남다은 <린 온 피트>
사막을 걷고 밤을 건너

24
정한석 <버닝>
이창동의 꽃병

50
김병규 <산책하는 침략자>
부축하는 연인들

62
아오야마 신지 <풀잎들>
영화는 거기 있었다

80
허문영 <더 스퀘어>
스크린 붕괴의 두려움

94
이후경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액션은 저 너머에 있다

108
정홍수 <모래의 여자>
삶이라는 지속, 영화의 충실성

124
장미셸 프로동 클로드 란즈만
비가시사의 현시자

144
손시내 <디트로이트>
응답 없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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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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