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맨땅에 헤딩하기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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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하기' 제목을 보자마자 -아.. 나 또 내 이야기를 쓰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나는 언제나 내 이야기로 시작해서 내 이야기로 끝낸다. 에세이는 뗄레야 뗄 수가 없구나. 이 책, 도서를 설명하려면 내 이야기는 무조건 필수조건으로 나오게 되기 마련이니까. 좋다, 이렇게 조금씩 토해내고 드러내면서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거니까. 그게 글이며 또한 창작일 테니까.
*1. 나는 대학교를 늦게 졸업했다. 2년을 휴학했던가? 벌써 기억이 잘 안나네. 26살에 졸업을 했고, 이거저거 하다가, 힘들어서 1년을 그냥 놀았다. 그리고 1년을 준비해서, 일주일 전에 취업했다. 근 2년간의 백수 생활이 이렇게 2주만에 손쉽게 끝나다니. 뭔가 허망하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1년을 준비했는데, 2주 14일 동안 60군데를 지원하고선 결국 이렇게 바로 직장인, 규칙적인, 보편적인, 남들과 같은 일상으로 들어와버렸다. 28살에 첫 직장이라니 하하. 친한 동생은 '나'처럼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저도 언니처럼 28살까지 열심히 놀고 싶어요.' 내가 누군가의 목표가 되는 건 참 신기한 경험이나 그게 '열심히 노는 것'이라고 표현이 되니까 더욱 더 생경했다.
어쩃든. 내가 지금 회사에 갈지 말지 고민을 했던 건 사수가 없어서였다. 사수가 없다고? 나혼자 이걸 어떻게 하지.. 막상 되어도 눈앞이 깜깜했다. 그래서 며칠 되지는 않았어도 꽤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하지만 지인들과 상담아닌 상담을 해본 결과 '할만 할 걸? 한 번 해봐~ 네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둬도 되는 거니까.' 그래서 큰 용기를 먹고 들어왔다.
막상 해보니까, 어차피 처음인 거 다알고 무리하게 시키지도 않고. 겁먹은 만큼은 아니네? 그리고 내가 이런 생활을 2년간 피했으면서도 궁금해했었나 싶기도 했다. 물론 적어도 6개월 1년은 있어봐야 감이 오겠지만.
내가 지금 왜 굳이 이런 얘기를 할까. 내 첫 기분은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서는 회사라는 직장을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는 걸. 그리고 남들이 얘기하는 일반적인 세계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막막했다. 그런데 막상 하고 -곧 어려워진다고 한다해도- 어차피 다 사람 사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맨땅에 헤딩하기>는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 인생을 처음 살아보는 것이니까.
한 배우가 자신도 50살의 인생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인터뷰가 너무 인상 깊었다. 처음 면허를 따려고 운전 배울 때도 그랬다. '내가..? 운전을...?' 겁 먹었지만 막상 해보니까 '어차피 사람이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작하기 두렵고 막막했던 '서울 생활'도. 어차피 사람이 사는 동네였다. 아직 자신있게 해외여행을 혼자 가본적은 없지만, 아마 내가 두려워하던 것보다는 생각보다 괜찮을 것이다. 원래 인간은 생존을 위해 낯선 환경과 변화는 두려워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내용을 어디서 본 적이 있다. 이 미친듯한 막막함 '맨땅에 헤딩하기'도 처음 그 두려움만 극복(?)한다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적응력의 동물인걸. 나 혼자만 겁먹고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2.이건 또 다른 개인적인 이야기. 나는 내 약점이나 힘든 점을 얘기하고 싶지 않다. 사실 누군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걸 좋아하겠냐만은. 특히 내 전문 분야에선 더욱 더 드러내고 싶지 않다. 너무 부끄럽다. 예를 들어 내가 그림을 그렸지만 모르는 재료가 있다던가 하는 내용들. 아니면 지금은 잘하지만 예전에는 너무 아니었다는 걸 부끄러워서 꺼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내가 괜찮게 잘 지내는 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실은 괜찮지 않다'는 걸 보이기도 싫다. 수치심과 내 자존심이 더 크리라. 왜 유독 이러는지는 나중에 더 고민해봐야겠다. 남에게는 다정하고 나에게 차가운 내 자신의 이야기.
*<맨땅에 헤딩하기>는 소설가 고금란의 산문집이다. 맨땅에 해딩하듯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로 왔다.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나와는 반대네.) 그리고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고생하는 이야기 들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다시 도시로 왔으나, 자신에 대한 꺠달음을 얻고 다시 시고롤 돌아온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이런데, 사실 이 산문이 어떤 내용과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지 참 궁금하다. 어떤 것을 느끼고, 어떻게 표현했을까. 무엇을 느꼈을까. 이번에도 나는 같이 따라갈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책이다.
▶기획노트
▷맨땅에 헤딩하듯, 세상 모든 타자들에게 건네는 뜨거운 안부와 축원
소설가 고금란이 두 번째 산문집 <맨땅에 헤딩하기>를 펴냈다. 곱고 차분하면서도 한편으론 묵직한 결기와 내공을 느끼게 하는 문장이 가득하다. 산전수전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이런 글이 나오는 걸까. 우리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정성스레 꾹꾹 눌러써가며 살아오신 이야기,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기분이다.
우리는 저마다 각박하고 무거운 현실을 짊어진 채 전전긍긍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살던 집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지은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이층 주택이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에 수용된다. 다시 집을 지을 곳을 찾아 도시를 헤매지만 땅을 구할 수 없어 결국 변두리로 밀려나게 된다. 그리고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하면서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하여 새로운 성찰을 하게 된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여유롭고 한적한 공간이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살이의 다양한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평생 살아온 도시를 떠나 ‘맨땅에 헤딩하듯’ 시골 생활을 시작한 저자에게 시골은 결코 낭만적인 곳이 아니었다. 남편과 네 탓이니 내 탓이니 싸우기 시작했고 지인들은 이사를 잘못했다거나 집터가 세다며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갈 거라고 쑥덕거렸다. 저자는 이런 모든 얘기들이 기우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지만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어느 날 야반도주를 하듯 인도로 떠난 저자는 결국 그 모든 고통들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얻고 다시 시골로 돌아온다.
▷삶은 정답 없는 각자의 여정,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을 안아주며 다시 일어서기
저자는 된장을 담그고 민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고 닭을 키우면서 풀숲에 낳아놓은 달걀을 찾아다니는 여유를 누린다. 그리고 햅쌀밥 한 그릇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면서 자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봄이면 지인들과 어울려 화전놀이를 하고 겨울이면 가마솥에 끓인 동지팥죽을 나누며 자신에게 주어진 호사를 주변과 나눈다. 무엇보다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따라 살기 위하여 늘 깨어 있으려고 노력한다.
▶지은이_ 고금란
부산 영도 출생.
1994년 계간지《문단》겨울호에 단편소설 『포구사람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듬해 농민신문에 농촌 소설 『그들의 행진』이 당선되었다.
1995년 첫 창작집 『바다표범은 왜 시추선으로 올라갔는가』 이후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등의 소설집을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는 『그대 힘겨운가요 오늘이』를 펴냈다. 2011년 『소 키우는 여자』로 16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으로 있다.
▶미리보기
나는 남루한 이삿짐을 끌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겪었습니다. 첫 살림을 시작한 사글셋방에서는 자기 며느리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방을 비워야 했습니다. 집주인 할머니가 겁내던 액운들을 내가 모두 가지고 왔던지 궁핍한 생활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고 아이까지 태어나니 슬레이트 지붕의 단칸방도 감지덕지할 정도였습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거나 돈 걱정이 가장 편한 고생이라는 말들은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금전적으로 겪는 불편 끝에는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절망과 두려움이 따랐습니다. 나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뜻을 일찌감치 터득하였고 고단한 육신은 꿈이나 희망처럼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달랬습니다. -18p
잔디밭에 홀로 앉아있는데 이유 없이 무서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 두려움은 예전에 공룡에 쫓기던 누군가의 무서움일 수도 있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냥을 나가면서 느끼던 어느 원시인의 두려움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이 마인드에 저장되어 왔으며 지금도 오고 가고 있습니다. 다만 두려움의 대상이 호랑이나 사자에서 취업이나 급락한 주식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두려움을 경험하는 방식은 고대와 같지만 대응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달라졌습니다. 구조는 같으나 상황이 다르고 경험은 같으나 반응과 강도가 달라졌을 뿐입니다. 이 통찰이 일어나면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나와 똑같다는 것을 알면 사랑과 연민이 일어납니다. -84p
그들 부부는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휴대폰을 돌려주었겠지만 금돼지를 발견하는 순간 잠시 갈등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유혹을 떨쳐내고 돌려준 것은 그들이 평소에도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달랑 물건만 가져오고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났을 때 어떠했을까요. 그리고 열 번쯤 그런 경험을 계속한 뒤에도 남의 물건을 바로 돌려줄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떤 식으로든 그들에게 대가를 지불할 책임과 의무가 있었던 것입니다. 어쨌거나 본성에서 들리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행동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면 세상은 훨씬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188p
‘논다’라는 말은 ‘놓다’에서 나왔으며 거기서 파생된 단어가 ‘노래하다’와 ‘놀이하다’라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노는 것도 흥이 나서 노는 것이 있고 얼이 빠져서 노는 것이 있는데 잘 놀 때 나오는 것이 노래가 되고 엉뚱하게 하는 짓이 놀음, 즉 노름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바탕 놀아버리자, 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나게 놀다 보면 웬만한 걱정들이 사라지는 경험이 종종 있었으니까요. 그 끝으로 나는 잘 노는 사람이 잘 버리게 되어있고 세상을 떠날 때도 미련 없이 갈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논다는 것은 몰입하는 시간이 많다는 뜻으로 재미난 일을 하다보면 감정이나 근심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책을 읽다 보면 시간의 흐름조차 잊어버리고 그 속에 빠져버리는 것처럼요. -252p
지금은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진 시대입니다. 자의건 타의건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행복이란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고 그들을 내 삶에 초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누군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삶을 살아본 사람들은 한 결 같이 말합니다. 인생의 비극은 우리가 너무 일찍 늙어버리고 너무 늦게 철이 드는 데 있다고요. 하지만 늦게라도 이런 원리를 알았으니 그게 어디냐고, 지금부터는 여한 없이 놀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집니다. -256p
▶책 정보
도서명: 맨땅에 헤딩하기
지은이: 고금란
장르: 에세이
페이지수: 256p
정가: 13,800원
발행일: 2018년 8월 19일
출판사: 호밀밭
[최지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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