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길 잃은 별들 [영화]

음악영화 속 청춘이 변화를 대처하는 방식
글 입력 2018.11.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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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기는 가장 흔한 방법은 영화를 보는 것이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서 휴대폰만 있다면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할 영화가 있다. 큰 스크린으로 봐야 더욱 실감 나는 블록버스터 영화나 3d, 4d 영화 혹은 음향이 좋아야 하는 음악영화 말이다. 이 중 음악영화는 캐릭터가 순간의 감정이나 상황을 ‘노래’로 드러내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영화보다 관객의 몰입도가 높아진다. 한때 한국의 겨울을 휩쓸었던 겨울왕국의 ‘Let It Go’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이 좋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한다. 최근 많은 음악영화가 개봉하고 있는 가운데 최신작을 포함한 2010년대 작품 총 3편을 선정하였다.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2013),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2018)이다. 세 영화의 대표 음악을 극중 상황과 매치하여 어떤 갈등을 지니고 있고 어떤 노래로 풀어가는지 비교해 보자.



1.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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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 영화’를 꼽으라 하면 제일 먼저 언급될 존 카니 감독의 영화 비긴 어게인. 영화 OST로 드물게 인기 많은 가수도 오르기 어렵다는 국내 음악차트 1위를 거머쥐며, 영화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노래를 한 번도 안 들어 본 사람은 없다는 바로 그 영화이다. 마룬5의 보컬이자 여자 주인공 ‘그레타’의 전 남자친구로 나오는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부른 ‘Lost Stars’가 가장 대표적이다.


‘Lost Stars’



연인 그레타와 함께 뉴욕으로 이주한 데이브는 대형 팝스타로 성장하며 그레타를 등진다. 반면 그레타는 연인이자 유일한 음악 파트너가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런 그녀를 배신한 것을 후회한 그는 자신의 콘서트에 그레타를 초대한다. 이때 데이브가 ‘Lost Stars’를 부르는 장면은 영화를 대표할 만큼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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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Stars’는 데이브와 그레타가 이 하나의 노래를 두고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갈등하는 요소로써 그들의 성향 차이를 보여준다. 데이브는 조금 더 극적인 텐션으로 듣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화려한 요소들을 넣어 대중적인 인기를 중요시했던 반면 그레타는 자신만의 음악성을 유지하며 노래에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고 일갈한다. 여기서 그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 “음악이 대중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유행에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 “아니다, 음악은 인기가 없더라도 자신만의 신념을 담아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도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맞고 틀리다 정의할 수 없다. 사실 이 갈등은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매 순간 드는 고민이다. 상업적인 것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익을 위해 만들어내는 예술을 진정한 예술이라 말할 수 있는가? 역사 속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부분에 대한 정답을 내리려 노력했으나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각자 예술의 가치를 두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견해 차이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음악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했던 데이브와 그레타는 가치관 차이로 인해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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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레타는 이 고민의 해답을 찾았다. 데이브가 결국 그의 뜻대로 ‘Lost Stars’를 부르자 알 수 없는 눈물과 미소를 남긴 채 콘서트장을 떠난 것이다. 누군가는 이 장면을 보고 끝내 자신만의 길(대중성)을 고집한 데이브에게 성향 차이를 느껴 단념한 것이라고 말하고, 다른 이는 데이브가 주장한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음악적 공유를 현장에서 느낀 그레타의 깨달음이라고 말한다. 그 해석이 어찌 되었든, 그레타는 스스로 결론을 짓고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공유한다. 갇혀있던 틀에서 벗어나려 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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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노래를 부른 데이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변한 자신의 선택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듯하다. 빛나는 별이 되고픈 그의 바람이 길 잃은 별을 만든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그레타가 자신을 여전히 그리워할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영원한 사랑이 없는 것처럼 인간은 계속 변화하고 또 실수하며 살아간다. 그 방황 속에 젊음을 낭비한다고 여기며 답을 알려 달라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꿈을 향해 달려왔으나 뜻하지 않게 변한 모두에게 시련을 이겨내고 새로운 결말을 완성하자는 길 잃은 청춘의 외침이다.

 


2.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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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스트리트는 비긴 어게인의 감독의 세 번째 음악영화로, 한국에서도 꽤나 흥행하였다. 주인공 ‘코너’가 전학 간 학교에서 첫눈에 반한 ‘라피나’에게 접근하기 위해 가짜 밴드를 결성하는 내용이다.


‘Go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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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풋풋한 소년의 첫사랑 성공기 같지만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코너의 형, 브렌든이다. 장남이라는 이유로 부담을 안고 부모와 싸워가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웠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채 시간은 흘렀고 꿈을 꾸던 자신은 바래져있다. 낡아버린 자신과 비교했을 때 그의 동생은 자신이 닦아 온 길만 편하게 걸어왔고 주변인 모두가 동생을 돕는 것만 같다. 속상한 마음에 질투도 하고 악담도 하지만 결국엔 동생의 꿈을 열렬히 지지해 주는 건 다름 아닌 형이었다.


형의 비중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겁 없이 꿈을 꾸던 소년일 때가 있었기 때문에 코너의 꿈을 응원하면서도, 그 꿈이 꺾인 형 브렌든에게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나조차도 브렌든에게 내 모습을 투영하며 공감했다. 더 이상 교복을 입을 일이 없는 청춘들은 이제 현실의 무거움을 알고, 코너처럼 모든 걸 버리고 항해할 용기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코너가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며 그에 자극받아 열심히 꿈을 꾸고자 하는 마음보다 주인공이 대견하고 대리로 꿈을 이루는 기분에 소소한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 마치 브렌든 같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작은 일탈조차 접은 채 소확행을 찾고 있다. 용기 내어 도전해야 하는 꿈을 꾸지 않는 대신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확실히 실현 가능한 작은 행복을 꿈꾸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일상을 흔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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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브랜든은 접었던 음악의 꿈을 펼치려 시도하지 않았다. 끝내 동생의 항해를 배웅하고 응원하는 것이 그의 마지막이었고 그 모습과 함께 흘러나오는 ‘Go Now’의 가사는 상황과 대비를 이룬다. 이 노래는 공교롭게도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s’를 불렀던 애덤 리바인이 불렀다. 비긴 어게인에서 꿈을 향해 헤매는 청춘들의 고민을 이야기했던 그는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으니 기회가 오면 잡으라고 노래한다. 실수해도 좋으니까, 내일은 잘 해낼 테니까,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라고. 멈추지 말라고. 꿈을 접은 형 같은 많은 청춘에게 하는 응원처럼 들린다.




3.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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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신작이자 스타 탄생(1937)의 세 번째 리메이크작이다. 유명 록스타 ‘잭슨’과 사랑에 빠진 무명가수 ‘앨리’가 팝스타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변화와 갈등을 이야기한다.


‘I’ll Never Lov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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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극중 잭슨이 앨리를 위해 써 준 곡으로 잭슨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앨리가 대신 부르게 된다. 다시는 누군가를 만나지도 사랑하지도 않겠다며 다짐하는 가사는 노래를 부르는 순간,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낸 앨리의 심경을 대변한다. 영화는 ‘I’ll Never Love Again’을 위해 2시간 가까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우한 유년시절과 서서히 잃어가는 청력, 무대에 오를수록 괴로운 나날들로 고통 받던 잭슨에게 우연히 들린 앨리의 음악은 치유이자 영혼의 동반자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그녀만의 색을 잃고 대중 팝가수가 되어가는 앨리는 그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되었다. 그는 이미 많은 경험으로 신념을 잃고 인기를 좇으면 결국 자신마저 잃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자신처럼 변해가는 앨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서글픔이었다. 앨리의 진가를 알아보고 끌어낸 것이 그인 만큼 그녀가 세상에 물들어가는 것에도 책임을 느꼈을 것이다.

잭슨은 이 노래를 쓰며 변해버린 앨리가 다시 되돌아오길 간절히 바랐다. 이 부분이 비긴 어게인의 데이브가 부른 ‘Lost stars’와의 차이이다. ‘Lost stars’를 부르던 데이브는 앨리처럼 변해버린 쪽이었다. 데이브는 꿈을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엔 길을 잃어버린 청춘이 자신이라며 혼란스러운 감정을 드러낸다. 그녀를 놓친 걸 후회하지만 예전의 자신으로 다시 되돌아가고자 하는 다짐은 없다. 오히려 새롭게 결말을 짓자고 제안한다.그러나 잭슨은 변해버린 앨리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로 다시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 말한다. 당신의 한 부분이라도 간직할 거라고. 마치 떠날 자신을 예감한 듯 세상에 남은 앨리를 위로하듯. 그런 생전 바람대로 앨리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변하는 것을 멈추고 예전의 자신으로 되돌아온다. 화려한 조명 아래 백댄서들을 대동한 채 춤을 추던 그녀가 잭슨과 함께 공연한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회귀하듯 마이크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 변해가는 그녀를 붙잡고자 했지만 더 이상 제 자신이 짐이 되기 거부했던 잭슨의 자살과 남겨진 앨리의 노래만이 영화관을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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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영화의 공통적 키워드는 ‘변화’와 ‘청춘’이다. 꿈을 이루고, 접고, 헤매는 과정이 사람을 변하게 하고, 그 모든 것이 청춘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들의 스토리는 단순히 픽션이라 치부하기에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 좋은 쪽이든 좋지 않은 쪽이든 우리는 매 순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모습은 물론 어제와 오늘의 생각조차 다르게 변화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년쯤 되어야 내면의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아직 덜 성장한 청춘이고 변화는 계속 찾아온다. 다만 그런 변화에 지레 겁먹고 주저해서는 안 된다. 데이브처럼 갈 곳 잃은 혼란스러운 '변화'도, 브렌든처럼 꿈을 내려놓게 만든 '변화'도, 앨리처럼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마저 잃게 한 '변화'도 모두 성장하는 과정들이다.


영화의 주인공이 '주인공'인 이유는 오직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지 우리와 다른 종족이라서가 아니다. 물이 오랫동안 고이면 썩듯이 어떤 이유를 핑계로 삶이 정체되는 순간, 불순물이 섞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도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자각하며 가능한 많은 것을 받아들이다 좋지 않은 것은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 청춘이고 인생이 아닐까.



[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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