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시작해 볼까요? [영화]

글 입력 2018.11.0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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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해볼까요?


비긴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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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아침 해가 뜨면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에 가기 위해 아직 떠지지 않은 눈과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간다. 따뜻한 물과 함께 샤워할 때만큼은 나만의 공간이다.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튼다.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집에 있지만, 집에 가고 싶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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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그레타 (키이라 나이틀리). 예쁘셔서 넣었다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배우라는 사람들도 있고, 영상미라는 사람들도 있으며,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동의하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긴박한 장면에서는 긴박한 음악을,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는 달콤한 음악을 넣어야 관객들이 더 몰입할 수 있다. 완벽한 OST까지 있으면 여운까지 남겨주는 미덕을 발휘하게 한다.


'비긴 어게인'은 스토리가 음악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주인공의 심정을 노래의 가사로 나타내었고, 그 멜로디는 관객들의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귓가에 맴돌게 된다. 다 같이 명품 OST의 세계로 빠져 들어보자.



 

1. A step you can't tak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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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A step you can't take back을 부르는 그레타





극중 처음으로 나오는 OST로, 연인과 헤어진 그레타가 뉴욕에서 영국으로 떠나기 직전에 한 카페에서 부른 노래이다. 그녀의 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혼자 쓸쓸히 도시 속에 남겨진 사람들, 즉 연인과 헤어져 소속감이 없어진 자신의 상태를 나타낸 곡이다. 하지만 노래 속에서 그녀의 슬픔과 연민만이 담겨있지 않다. 잔잔한 멜로디 속에서 그녀의 아픔이 느껴지지만, 이제는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영화 제목 그대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곡을 통하여 그녀는 새로운 동료인 댄(마크 러팔로역)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음반회사의 공동사장이었던 댄은 자신의 회사에서 막 해고당하고 나서 방황하던 중,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그레타의 노래를 듣게 된다. 통기타와 그녀의 목소리로만 구성된 그녀의 곡에서 반주를 듣고, 그녀에게서 가능성을 찾은 그는 그녀에게 같이 음반 작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결국, 이 곡은 댄에게도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2. Lost stars (Keira knightley ver.)





두 연인이 가장 사랑할 때 나왔던 곡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곡이다. 이 곡이 영화의 전반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데이브(Adam levine)의 ver를 통하여 확인하자. 그레타가 데이브(애덤 리바인)과 한창 사귀고 있었을 때, 그레타가 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불러준 곡이다. 아직 미완성이라 1절밖에 완성되지 않았지만, 잔잔한 멜로디 속에서 그에 대한 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곡이다. 가난했지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고, 이 곡을 통해 그녀의 감정을 기록해둔 곡인 만큼, 그레타에게나 데이브에게도 서로를 연결해주는 곡이다. 하지만 이 곡이 잔잔한 발라드곡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3. No one else like you





영화 OST 작곡으로 히트를 한 데이브가, 큰 음반사와 작업을 하게 되고 나서 처음 쓴 곡이다.


가사에 표면적으로 나타난 의미는 그레타에게 바치는 곡으로, 그녀가 없으면 자신 또한 없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레타와 데이브는 큰 성공을 거두기 전에 어쿠스틱 스타일로 곡을 썼다. 서로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고, 마이너한 장르지만 관객들을 신경 쓰지 않고 그들만의 곡을 만들어 냈다. 음악을 잘 모르더라도, 이전에 그레타가 선물해준 Lost star를 들으면 그들의 스타일이 어떤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No one else like you를 듣다 보면, 이전에 그들이 추구했던 어쿠스틱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신나는 멜로디를 가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은 사랑하는 여자를 향해 남자가 바치는 곡이지만, 달라진 곡의 느낌을 통하여 그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리라는 것을 불현듯 느끼게 한다.



   

4. A higher place





큰 음반사와 계약한 이후 점점 바빠지는 데이브와 홀로 남겨진 그레타는,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결별을 말이다.


사실 결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간단히 ‘서로 바쁘고 상황이 달라 말다툼을 해서 헤어졌다’라는 식으로 장면을 찍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주제로 하는 영화답게,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둘의 이별을 표현하였다.


LA에서 음반작업을 하고 온 데이브는 그레타에게 자신이 작곡한 곡인 'A higher place'를 들려준다. 신나는 멜로디에 언뜻 보면 그레타를 향한 그의 고백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레타는 가사 속의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와 사귀고, 사랑했으며, 같이 지내는 시간이 그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그녀의 반응을 보고 결국 그는 그녀에게 자신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랜 기간의 사랑이 무의미해지는 장면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곡이지만, 그 속에서 그의 달라진 마음을 느낀 장면을 통하여 그레타가 얼마나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세심한 감정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하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녀가 그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5. Coming up r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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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에서, 그레타와 그녀의 밴드의 Coming up roses 녹음 장면





댄을 만나고 나서 뒷골목에서 부른 노래로, 그녀의 크루와 처음으로 함께한 곡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곡이며, 그녀의 전 남자친구였던 데이브의 변화와 앞으로의 그녀의 길에 대한 그녀의 고민이 녹아든 곡이다. 데이브는 그녀를 떠나 관객들을 위한 곡을 써 내려갔고, 결국은 상업적으로 성공하게 된다. 가난했던 시절은 희미해졌으며, 이전과는 다른 성공을 맛보고 있다. 그에 비해 그레타는 그녀만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비록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자신이 가는 길이 맞을까?’. 그리고 그 결론은 가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잘 되어 가고 있어’다.



 

6. Like a Fool





영상으로 수염을 기르고 음악상을 탄 데이브를 보고, 그레타와 그녀의 친구인 스티브는 허탈한 마음에 술을 마신다. 어느 정도 취한 후, 그들은 즉흥적으로 데이브에게 전화하게 된다. 자동응답기로 넘어간 후, 그녀는 그의 음성메세지함에 그녀의 곡을 남긴다. 가사를 해석해보면,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하지만, 결국 ‘널 사랑했지만 네가 다 망쳤으니 저리 꺼져버리고, 난 너를 잊었다!’라는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비긴 어게인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저리 가라는 말을 저렇게 고상하게 노래로 표현하다니.


의미야 어떻든 곡을 남겼다는 의미는 사실 그를 완전히 잊지 못했다는 것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이영도 작가의 소설에도 나왔듯이, ‘아무도 필요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응답기를 통해 곡을 들은 데이브는 그녀에게 전화하여 다시 만나자고 한다. 그렇게 만나게 된 그는 그녀를 붙잡고 싶어 했고, 그녀에게 자신의 콘서트에서 그녀가 선물해준 lost star를 부를 것이니 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녀는 콘서트에 가게 된다.



    

7.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옥상에서 시작된 그레타 밴드의 노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레타의 데이브에 대한 마음이 담겨있다. 그녀처럼 데이브도 그녀에게 미련이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으며, 그가 떠나간 이후에도 그를 그리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마음을 가사에 녹여냈다.


이 곡 같은 경우에는 가사보다는 상황에 더 초점을 맞추어서 말하고 싶다. 가사와는 다르게 역설적으로 분위기는 매우 자유분방하다. 몰래 빌린 옥상에서, 소음 신고를 당하면서 신나게 드럼과 기타를 연주하는 그들을 보면 나마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활기라는 단어를 나타내라고 하면, 이만한 장면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 곡은 바이올렛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곡이다. 학교에서 겉돌며, 아버지인 댄이랑도 사이가 서먹했지만, 그녀가 그레타를 만나고 나서부터 그녀 또한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점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하며, 아버지인 댄과도 사이가 좋아졌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하였다. 특히나 이번 곡에 일렉기타로 참여하게 되면서, 그녀 또한 다른 인물들과 같이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게 되었다.



 

8. Lost stars (in the Night mix, Adam Levine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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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에서, 결국 편곡된 Lost stars를 부르는 데이브




데이브의 콘서트에 결국 찾아간 그레타는 수염을 밀고 무대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는 자신의 전 연인이 선물해준 곡을, 편곡 없이 그대로 부르겠다고 말하고 lost stars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미 완성된 1절까지는 그녀와 같이했던 스타일로 진행되었다, 이전의 잔잔한 어쿠스틱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고, 결국 자신의 락스타 기질을 참지 못하고, 관객들의 환호를 위한 편곡 버전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레타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등지고, 그는 관객들의 함성을 향해 나아간다.


다시 한 번 실망하게 된 그레타는 함성 소리를 등지고, 눈물을 흘리며 공연장을 빠져나간다. 데이브는 그녀가 떠났다는 것을 확인하고, 슬픈 얼굴로 노래를 부른다.


그레타가 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은, 그가 그녀와 잔잔한 곡을 써 내려갈 때부터 이미 그는 관객들의 함성소리를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환호는 마약과도 같아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고, 숨기려 하지만 결국은 드러나게 된다. 서로 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어쿠스틱 멜로디까지 바꾸면서, 그녀가 선물해준 곡의 의미를 퇴색시키면서, 그는 그만의 스타일인 락으로 바꿔버렸다.


 

 

9. 에필로그



‘비긴 어게인’에서 음악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이를 통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게 한다. 특히, 그레타는 그녀의 노래를 통해 자신의 데이브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화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되며, 슬픈 현실과 행복한 과거를 분명하게 구분 짓게 하여 관객들이 시간의 이동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음악은 또한 주인공들을 이어주는 도구이다. 이전에 사랑을 나눌 때도 같이 음악을 들었으며, 갈등을 해결해주는 도구 또한 음악이다. 누군가에겐 도피처로 사용되었지만, 결국은 나아가게 해주는 도구로도 사용되었다.

 

또한 ‘비긴 어게인’은 음악 영화라는 그 특색을 매우 잘 살리고 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간단하게 넣을 수 있는 장면들도, ‘음악’이라는 특수한 도구를 통하여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였다. 데이브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이나, 자동응답기에 자신의 노래를 남겨놓거나 하는 장면들은 '비긴 어게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면일 것이다. 자동응답기에 노래라니, 얼마나 로맨틱하고 기발한 연출인가! 나도 살면서 이런 것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lost stars를 부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말할 수 있다. 원곡과 편곡을 통하여 데이브의 달라진 마음과, 그것을 깨닫고 떠나는 그레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레타처럼 아쉬움에 눈물을 흘릴 뻔했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그들의 사랑의 변화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나타내준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비긴 어게인’의 주인공들은 모두 각각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있다. 위에선 그레타를 중심으로 말했지만, 댄과 그 주변 인물들 또한 멈춰있는 시간 속에서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댄 같은 경우에는 아내와의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 이혼하지 않았을 뿐이지 둘의 사이는 매우 냉랭하고, 아내 같은 경우에는 이전에 바람까지 피웠던 경력이 있다. 댄 또한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아니기에, 이들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고 멈춰있었다. 하지만 댄이 그레타를 만나고 새로운 음반을 준비하면서, 잊고 있었던 아내와의 추억을 다시 되새김하게 된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었고, 행복을 나누었으며, 같은 곡을 나누어 들었다. 자신의 삶에 바쁘고 상처가 쌓여 앞이 보이지 않던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다시금 행복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바이올렛 역시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자라왔다. 아버지는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자신의 나이까지 까먹었으며, 어머니는 자신만의 스트레스 속에 갇혀 그녀를 돌보아주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가족들과 멀어지게 되었고, 그녀의 세계 또한 멈추어버렸다. 그런 그녀에게도 음악은 지루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였다. 부모의 말다툼을 피해 일렉기타로 소음을 만들어 내는 장면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도피였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뒤로 숨어버리는 것. 그녀 또한 그레타와 같이 음반에 참여하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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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바이올렛


이 글에서 각 노래에 대한 글들은 오직 필자만의 생각이다. 실제로는 다른 의미가 숨어있을 수 있고, 필자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 번씩 찬찬히 들어보면서, 개개인이 생각해보고 느껴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음악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이동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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