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1월, 무채색의 세상을 여행하기에 딱 좋은 시간 [음악]

글 입력 2018.11.0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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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여름 내내 넣어 뒀던 긴 코트를 꺼내 입어야 할 만큼 날씨도 추워졌다. 이런 저런 일들을 거치고 나니 어느새 겨울이 왔다.

11월은 생각이 많아지는 달이다. 11월에는 높고 청명하던 파란 가을 하늘이 겨울 하늘로 바뀌고, 가로수들도 낙엽을 떨어뜨린다. 언제나 시간의 흐름 속에 있지만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사는 우리는 뺨에 스치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고 난 후에야 겨울이 왔음을 안다.

우리는 그제서야 달력을 찾는다. 아이폰 잠금 화면에 작게 쓰여진 날짜에 주목하기 시작하고, 데일리 플래너의 맨 앞장으로 돌아가 2018년의 캘린더를 확인한다. 일상에 얽매여 눈치채지 못했던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늦게나마 읽어 본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연초에 계획을 세웠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일들과 작년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은 내 모습, 그리고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을 조급하고 불안하게, 때로는 우울하게 만든다. 12월에는 본격적으로 내년의 계획을 새로이 세울 수 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한참 남아 있는 11월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 11월은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지만 생각은 많아지는 달이다.


mono캡쳐.jpg
RM 'forever rain' MV 캡쳐


어떤 누구의 말로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지금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달하는 음악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지금쯤 들어야 하는 앨범은, 지난 10월 23일에 발매된 RM의 믹스테이프 ‘mono’다.

‘mono’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앨범에는 RM 자신이 느꼈던 삶에 대한 고독이 드러나 있다. 컬러풀한 세상에서 살기 위해 마음 속에 감춰 두었던 무채색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유명인으로서의 RM이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솔직한 감정들을 담아낸 가사들이 다소 쓸쓸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는 삶에 대한 무수한 고민, 갈등, 우울, 고독함과 같은 감정들을 난해한 표현이 아닌 정제된 언어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듣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 속 ‘mono’톤의 세계를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

첫 트랙 ‘tokyo’는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東京’은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는 의미인 ‘憧憬’과 발음이 같다. 오래된 피아노와 휘파람 소리는 ‘lofi-hiphop’ 장르의 느낌을 주어 무언가를 기억하려 하는, 쓸쓸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어지는 두번째 트랙 ‘seoul’을 통해서는 서울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따뜻하면서도 외로운, 행복하면서도 쓸쓸한 마음을 표현한다. ‘친구들은 툭하면 떠나겠다 해/난 끄덕거려 보지만 웃지 못 해/너무 인정하긴 싫지만 이미 난 너의 미움과 그 역겨움까지 다 사랑해’라는 가사는 서울에 대한, 더 나아가 삶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moonchild’와 ‘badbye’는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으며, 이어지는 트랙인 ‘어긋’과 ‘지나가’에서는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좋은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더 이상적인 자신을 향한 노력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 대한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포기할 수가 없어’, ‘나를 놓아줄 수가 없어’등의 가사를 통해 자신을 지치게 하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렇게 고민하는 그에게 ‘지나가’의 가사는 그 어떤 장황하고 모호한 말보다 이 모든 일은 바람처럼 지나간다는 말이 더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곡인 ‘forever rain’에서는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바쁘고 빠르게 살아온 스스로에게 ‘조금 천천히 숨쉴 것’을 제안하며, 자신을 묶어 놓는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forever rain’은 ‘하루 종일 비가 왔으면 좋겠어/누가 나 대신에 좀 울어줬으면 해서/난 여전히 삶의 인질/제발 아무것도 묻지 마’ 와 같은 가사를 통해 삶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이에 대한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터놓는 곡이다.

이 앨범은 수록곡 가운데 몇 곡을 뽑아 듣는 것 보다는 첫 트랙 ‘tokyo’부터 마지막 트랙 ‘forever rain’까지 이어 들어야 한다. 일곱 개의 제목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이 곡명들은 장편 소설을 구성하는 소제목들과 같은 역할을 한다. 소제목과 소제목 사이가 완벽히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큰 주제 아래 이어지는 소설의 구성처럼, 이 앨범도 ‘mono’라는 주제 아래 일곱 트랙이 놓여 있다. 1번 트랙 ‘tokyo’와 2번 트랙 ‘seoul’의 제목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6번 트랙 ‘지나가’의 마지막 부분에 은은하게 들리는 빗소리가 7번 트랙 ‘forever rain’을 암시하는 것 등이 마치 소설을 연상케 하는 구성 방식을 은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음미하며 이어서 들어야 하는 이유다.

마치 음악에 블러 처리를 한 듯, 은근하고 흐릿한 비트 위에 얹혀지는 삶에 대한 진솔한 고민은 청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 받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RM의 ‘mono’는 위로를 위한 텅 빈 표현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노톤 이야기들을 털어놓음으로써 청자가 스스로 내면 속 무채색의 세계를 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마음이 여유롭지 않고, 무너지기 쉬운 11월. 급하고 두려운 마음에 우울해지기 쉬운 날들의 연속이다. 이런 날, 트랙리스트를 ‘mono’로 채우고 마음 속 무채색의 세상을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들어보기


RM 'forever rain' MV


RM 'seoul' Lyric Video


RM 'moonchild' Lyric Video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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