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 서울 패션 페스티벌: 할로윈 레드문을 다녀오다 [공연]

글 입력 2018.11.0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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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패션 페스티벌: 할로윈 레드문


레드문 포스터.jpg
 

할로윈.

딱히 나서서 즐겨본 적은 없지만, 아니 그래서 더 그런 걸까, 왠지 듣기만 해도 마음이 끌리는 단어가 아닌가 한다. 심지어 패션 페스티벌이라니! 거기다 누구나 알 법한 가수들의 화려한 축하공연도 있으니, 못 이기는 척 참가 신청을 누르고야 말았다.

막상 초대를 받고 나니 은근 걱정이 된다. 소위 '패알못'이 가서 제대로 놀 수는 있을까? 그래도 평상복으로 가기는 어딘가 민망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나름 과감한 옷을 골랐다. 하필 또 날씨는 기대와 달리 역대급으로 추운 탓에 이목을 끌기는 했지만, 페스티벌이 열리는 잠실에 가까워질 수록 나와 같은 무리들이 보여 묘한 동질감이 들었달까.

이번 패션 페스티벌은 전과 달리 할로윈을 컨셉으로 했기에 관객들의 옷차림을 구경하기만 해도 재미있을 정도였다. 유령신부나 강시, 뱀파이어 등 흔히 할 법한 할로윈의 귀신 컨셉은 물론, 공룡이나 웬 삼각김밥(!)에 이르기까지 할로윈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모두가 계절도 잊은 채 코스튬을 통해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날씨가 워낙 추웠기에 실외에 마련된 다양한 부스나 사진존은 감상하지 못하고, 바로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패션쇼 런웨이와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열리는 실내로 들어갔다. 나와 일행은 다소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이미 한참 전부터 공연은 시작되어 있었는데, 공연장 근처에서부터 귀가 먹먹할 정도로 쿵쿵 울리는 음악의 비트와 함성소리는 벌써부터 묘한 설렘을 품게 했다. '나 오늘 완전 즐기고 와야지!'

 
레드문 공연 사진.jpg
 

공연장에 들어서니 '우디고차일드'라는 래퍼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아직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그런 걸까, 거의 절반이 비어버린 객석에 앉아 어쩐지 민망하기는 했지만  최선을 다해 무대를 이끌어가는 가수의 공연은 그래도 즐거웠다. 뒤이어 식케이, 그리고 제시의 무대가 펼쳐졌다. 힙합 분야는 관심이 없어 잘 모르는 아티스트가 많았는데, 그래도 제시부터는 아, 내가 아는 그 사람! 하며 익숙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선미!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던, 내 어린 시절 추억 속에 있던 선미의 무대가 펼쳐지자 객석은 순식간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레드문'이기에 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보름달'의 무대를 내가 직접 볼 수 있을 줄이야! 컨디션 난조로 마지막까지 즐기지는 못하고 나왔지만, 뛰어난 가수들의 퍼포먼스는 충분히 황홀한 시간이었다.

물론 아쉬웠던 점도 있다. 패션 페스티벌이니만큼, 다른 할로윈 축제와는 색다른, 서패페만의 특별한 런웨이를 기대했더랬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패션쇼는 가수들의 공연 사이 사이 아주 짧은 시간 진행되어 쉬는 시간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한창 가수들의 무대로 흥이 오른 사람은 때를 틈타 나가서 놀기까지 해 객석도 혼잡해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패알못'이긴 하지만, 아니, 그래서 더 이전에 즐겨보지 못한 패션쇼 런웨이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조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할로윈을 걸고 나온 축제인 이상, 패션쇼 역시 어느 정도는 할로윈 컨셉에 맞춰 독특한 무대를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그러면 좀 어떤가. 이번 패션 페스티벌의 주인공은 무대가 아니라 객석에 있는데. 개성을 조금 드러낼라치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의 삶을 벗어나, 하루 정도는 마음껏 '관종'이 되어 본 관객들 덕에 나 역시 그 틈바구니에서 어색하게 몸을 흔들 수 있었다. 모델들의 런웨이도, 가수들의 축하무대도 모두 인상 깊게 봤지만 패션 페스티벌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패션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축제의 장! 내년의 서울 패션 페스티벌은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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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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