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계는 예술마저 정복할 수 있을까 [공연]

글 입력 2018.11.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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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方式, 춤의 方式

- 공옥진의 병신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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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지금까지 공옥진 여사의 살아생전 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공연을 보러가기 전 유튜브 영상으로라도 그녀의 춤을 봤다. 그리고 엄청 놀랐던 것 같다. 내가 그녀를 잘 알지 못함에도 이 연극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병신춤'이라는 단어에서오는 느낌 때문이였다. '병신춤'이 뭘까 스스로 생각했을 때 무언가에 깊이 빠져들고 정말 미치기 직전까지 추는 춤 또는 어감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소 우스꽝스러운 춤의 모습을 떠올렸었다.


그런데 실제로 본 병신춤은 그게 아니였다. 오만가지 표정으로 기형적으로 관절을 꺾는 그녀의 모습은 우스꽝스럽다기 보다 어떠한 슬픔과 아픔이 느껴졌다. 그녀의 표정은 웃고 있는 것 같았지만 울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춤을 똑같이 재현해 내겠다는 것은 단순히 춤의 동작만을 말하는 것일까? 춤 안에 담긴 그녀의 인생,한,슬픔은 어떻게 내재화시킬 것인가? 그것도 기계를 사용해서?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면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있던 나는 공연을 보고 보기좋게 실망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화면에 댄스 프로그램이 뜨고,이어서 한 배우가 마룬 파이브의 move likes jagger를 화면에 뜨는 안무에 맞춰 춤을 춘다. 그녀는 화면에 나오는 안무를 모두 빠짐없이 해내고, 마지막에 점수가 뜬다. 별 다섯개이다. 이 공연에서는 일곱 명의 수제자가 등장해 서로 자기가 공옥진의 수제자라고 말한다. 또한 그들은 아까와 같이 화면에 뜨는 병신춤 영상을 사람들 앞에서 똑같이 따라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배우들이 영상 속 공옥진의 춤을 따라하던 그 전과는 반대로 이번엔 3d캐릭터가 배우들이 춤을 따라춘다. 흰 옷을 입고 쪽진 머리를 하고 있어 마치 살아생전의 공옥진의 모습처럼 보이는 그 캐릭터는 배우들이 추는 춤을 댄스프로그램처럼 화면에 구현한다. 정말 신선하고 독특한 방식이였다. 그런데 그녀가 컴퓨터 영상 속에는 존재할 지 몰라도 댄스 프로그램의 안무를 똑같이 따라추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공옥진이 이 극장안에 다시 재현되었다, 살아있다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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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그린피그는 단순히 공옥진의 '춤동작'만을 재현하려 했던 것일까. 극 중간중간에 내가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라는 대사가 계속 나온다. 그런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열심히 관절을 꺾고 춤을 추는 배우들을 보고 있었지만 감정적으로 그들에게 동화되지는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들이 어떤 감정을 겪고 있으며, 내재된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몰랐다. 공옥진 여사의 춤에 슬픔이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슬픈 표정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녀가 추는 춤에는 그녀의 삶이 녹아있었고 삶에 대한 감정은 '처절함'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징용을 피할 로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아버지에 의해 7살때 무용수 최승희에게 천원에 팔려갔고, 순사였던 신랑 때문에 총살을 당할 위기가 있었으며, 그 신랑은 자신의 친한 친구와 눈이 맞아 이혼했다. 거기다 벙어리 동생과 꼽추였던 조카는 맞아 죽었고, 그녀는 유명 무용수였음에도 말년에는 기초수급자로서 빈곤한 삶을 살아야 했다. 얼마나 파란만장 하고도 기구한 삶일까. 그녀는 자신의 삶을 그대로 춤에 녹여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과연 이 춤을 누가 완벽하게 따라할 수 있을까. 동작만이 아닌 춤 자체를 말이다. 현재 동시대의 사람들 중 누가 징용을 피하고자 천원에 팔려가고, 그 이후에는 일본에 이천원에 팔려가는 그 삶의 고난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기계는 예술 또한 정복할 수 있을까라는 현대사회의 논점에 대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전통예술의 재현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지만, 이 공연을 보고 아직까지 기계는 예술을 정복하진 못한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감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고 똑같이 따라하는 것의 문제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공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며 어떠한 완성된 공연의 모습보다는 이러한 논점에 대한 실험과 시도를 공유하는 장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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