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의 욕망과 권선징악을 다룬 중국의 맥베스,경혼기 [공연]

글 입력 2018.11.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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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혼기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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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혼기는 쇠퇴하고 있던 경극을 되살리는 방법 중 하나인 '휘극'이며, 휘극은 화려한 분장과 노래, 대사, 간단한 동작이 포함된 전통 경극에 무용이 포함된 장르이다. 안후이성휘극경극원은 이번 베세토 페스티벌에 참여하여 중국 경극을 더 다양한 관객,더 넓은 세계에 소개하며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전통과 독창성을 보여준다.

극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조나라의 침략으로 위험에 처한 위나라의 자인 장군은 위기 속애서 명을 받들어, 닥쳐올 위험을 막고 기울어진 정세를 되돌린다. 장군은 승리를 거두고 귀환하는 길에 세명의 신을 만난다. 그들은 자인 장군에게 세가지 예언을 하는데, 세 번째 예언은 그가 장차 위나라의 군주가 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장군은 이를 믿지 않았으나, 앞서 두 예언이 실현됨에 따라 주저하며 방황하게 된다. 그는 끝내 부인의 부추김에 못이겨 국왕을 살해하고 스스로를 왕으로 칭한다. 그러나 그는 매일 욕망과 도의의 고통에 빠져 몸부림치고, 몇년 후 그에게서 추방당한 전 왕조의 충신이 복수를 하러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사실 경극이 '중국의 오페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갔기 때문에 규모가 꽤 클것으로 예상했다. 생각한 것보다는 적은 인력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원대로 화려함과 웅장함을 잘 보여주었다. 경혼기는 맥베스를 재해석한 공연인데, 영국의 역사적 사실을 다룬 원작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중국을 포함한 동양의 전통적인 사상인 '권선징악'을 주제로 다루어 이해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또한 원작과 달리 극중극 형식을 취하여 세 명의 신이 하인으로 위장하여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세 명의 신은 주인공을 타락으로 이끄는 악한 역할이지만, 대놓고 음침하고 어두운 느낌이라기 보다 귀여운 악당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무거운 극의 분위기 속에서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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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자인 장군이 자고 있는 왕의 침실에 들어가 왕을 죽일지 말지 고민하는 장면이다. 자신의 공을 인정하고 큰 상을 내린 왕의 은혜를 복수로 갚으려는 그의 모습에서 끝없는 욕구를 가진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뛰고있으면 서고싶고, 서 있다보면 앉고 싶고, 앉아 있다보면 다시 눕고 싶은게 인간이지 않은가. 수 없이 고민하다 결국 왕을 죽이지 못하고 돌아오는 자인 장군에게 부인은 이제 거의 다왔는데 이제와서 돌아갈 순 없다며 그를 설득시키고, 결국 그는 그날 밤 왕을 죽인다.

경혼기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여자 주인공의 주체성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이 극에서 주인공인 자인 장군은 그리 주체적인 인물로 나오진 않는다. 세 명의 신이 그가 선한 인간인지 악한 인간인지 알아보기 위한 시험에 쉽게 빠지고, 결정을 할 때에도 부인 없이 스스로는 쉽게 결정을 못한다. 반면에 그의 부인은 분명한 태도와 거침없는 행동력으로 자인장군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에서는 전통적인 가족내에서의 남녀구조의 틀을 뒤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도 여자배우가 남자 배우를 보조하고, 뒷받침해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띄는 인물로 그려지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공연을 보기 전날부터 기대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나는 외국 공연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자막'이다. 물론 외국 공연은 대부분 자막 서비스를 갖추고 있지만, 배우의 대사와 자막의 속도,그러니까 싱크가 안맞게 되면 공연의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가 대사를 할 때마다 그때그때 자막이 올라와서 그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전체적으로 깨달음을 주는 내용이지만 중간중간 캐릭터들의 위트 있는 대사와 행동들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잡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경,휘극이라는 공연장르에 대해 관심을 넘어 흥미가 생겼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보고싶다는 마음이 크다.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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