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샤를 리샤르-아믈랭 첫 단독 내한공연

쇼팽과 샤를의 만남이 빚어낼 아름다운 하모니
글 입력 2018.11.0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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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한때는 그 누구보다 가까웠지만 지금은 한없이 멀어진 단어가 된 것 같다.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 유아 시절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약 5년 간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동안 피아노는 내게 즐거움이기도 했고, 귀찮음이기도 했다. 나와 비슷한 유년 시절을 보낸 여성이라면 한 번쯤 피아노 학원을 다닌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 곡을 완곡할 때마다 동그라미에 빗금을 치던 그때, 한 번 쳐놓고 몰래 두 개를 칠하던 기억은 비단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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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피아노 치는 소녀들(1892)

 


나의 엄마의 어릴 적 꿈은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그 덕일까, 어릴 적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때때로 피아노를 치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두 딸을 모두 피아노 학원에 보낸 엄마는 물론 정서적 교육의 목적이 컸겠지만, 혹여나 딸들이 피아노에 재능이 있기를 기대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애석하게도 언니와 나 둘 다 당시 피아노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 이후 10년이 훌쩍 지나버린 늦가을, 문화초대라는 좋은 기회로 엄마를 모시고 난생 처음으로 피아노 공연-샤를 리샤르-아믈랭의 첫 단독 내한공연-에 가게 되었다. 사실 피아노에 대한 기억은 피아노 학원을 관두던 12살 무렵에 끊겨버린지라, 결코 아는 것이 많다고 말할 수 없다. 바흐, 쇼팽, 모차르트 등 수많은 음악가들의 곡을 연주해보았지만 과연 그것을 진정으로 ‘연주’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지금의 상태로 공연을 보았다가는 필시 아무것도 얻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연주자에 대한 정보와 과거 이력은 물론 연주 영상 등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은 문화를 더 깊이 향유하고자 하는 나의 욕심에 의한 것이지 싶다.



 

All about Charles Richard hamelin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조성진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샤를 리샤르-아믈랭은 단언컨대 현 시대에 가장 주목 받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캐나다 퀘벡 주 라노디에르 출신인 그는 사라 라이몬, 보리스 베르만, 앙드레 라플랑트에게 사사 받았으며, 맥길 대학, 예일 음악대학을 거쳐 몬트리올 콘서바토리를 졸업한 후 현재는 피아니스트 장 솔니에르에게 음악적인 자문을 받고 있다. 또한 그는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2위, 서울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3위 및 베토벤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프랑스 라 로크 당테롱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 프라하 스프링 페스티벌, 바르샤바 ‘쇼팽과 유럽’ 페스티벌 등 다수의 축제에 초청되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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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리샤르-아믈랭이 한국 관객들에게 낯설지 않은 가장 큰 계기는 아마 2015년 개최되었던 제17회 쇼팽 콩쿠르를 통해서일 것이다.


쇼팽의 고향인 바르샤바에서 5년마다 개최되어 오직 쇼팽의 곡으로만 실력을 겨루는 이 콩쿠르는 차이콥스키국제음악콩쿠르(러시아), 퀸엘리자베스국제음악콩쿠르(벨기에)와 함께 세계 3대 음악콩쿠르로 꼽히는데, 그 당시 그는 한국의 최초 우승자가 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이듬해 2월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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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수상자

2위 캐나다 샤를 리샤르 아믈랭

1위 한국 조성진, 3위 미국 케이트 리우

 


쇼팽 콩쿠르의 결선에서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 또는 피아노협주곡 2번 중 한 곡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게 된다. 조성진이 그중 1번을 연주해 우승을 차지한 반면 샤를 리샤르-아믈랭은 2번을 연주했다. 수없이 많은 전문 심사위원들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승자를 결정했을 것이고, 또 같은 한국인이기에 조성진에게 끌리는 이유를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두 연주를 모두 감상한 결과 감히 느낀 바는 샤를 리샤르-아믈랭이 우승을 하였어도 반발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였다. 그만큼 그의 연주는 연주의 정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동시에 독창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손가락이 날아다니는’ 것 같고, 관객들을 이끄는 것이 아닌 관객들이 스스로 연주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오게 만든다.



 



All about Chopin


 

그의 첫 단독공연인 이번 내한공연은 ‘All about Chopin’이라는 주제로, 4개의 발라드, 4개의 즉흥곡을 비롯해 모두 쇼팽의 곡으로만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 앞서 언급했듯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한 차례 마주했었던 그는, 당시 자신의 음악적 기량을 마음껏 뽐낸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첫 단독공연인 만큼 더 풍부한 프로그램과 깊은 연주를 통해 그만이 선사할 수 있는 쇼팽 음악의 진수를 느낄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화려한 퍼포먼스의 가요무대가 아닌 피아노 연주를 이렇게 오래, 큰 볼륨으로 찬찬히 감상해본 것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정 속 자연스레 떠오른 기억 하나를 말하자면 바로 대학 새내기 시절 학교 축제에서 가수들의 무대를 감상하며 느꼈던 소름이었다. 비록 소름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그것이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오랫동안 지방에 살아 가수들의 실제 무대를 감상할 기회가 충분치 못했기에 처음으로 듣는 거미, 윤하 등 실력파 가수들의 라이브는 내게 정말로 ‘소름’이었다. 이는 아마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매력적인 힘 때문일 것이다. 클래식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샤를 리샤르-아믈랭의 연주를 실제 ‘라이브’로 들으며 느낄 ‘소름’은 노트북 스피커로 듣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피아노에서는 유일무이한 위상을 지닌 19세기 폴란드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쇼팽과 그를 연주하는 21세기의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아믈랭.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고,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음악’과 ‘피아노’라는 이름 아래 만났다. 그리고 그 시너지는 이미 여러 번의 콩쿠르와 콘서트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그 만남의 시작과 과정은 미처 알 수 없을지라도,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한 선율이 빚어낼 결과만큼은 직접 눈으로, 그리고 귀로 접할 수 있게 됨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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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악에는 각자의 서사가 있다고 여긴다. 그 서사는 때로는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고 포근할 수도 있고, 때로는 신파처럼 격정적일 수도 있으며, 로맨스 영화처럼 관객들을 사랑이라는 붉은 노을빛 속으로 이끌기도 한다. 쇼팽 음악 또한 그것만의 고유한 서사가 있다. 하지만 모든 음악이 그러하듯이 연주자에 따라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감정은 완전히 다르리라. 과연 샤를 리샤르-아믈랭이 선보일 쇼팽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든 그만이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PROGRAM>


쇼팽
F. Chopin


녹턴 제20번 c#단조, Op. posth.
Nocturne No. 20 in c# minor, Op. posth.

4개의 즉흥곡
Four Impromptus

영웅 폴로네이즈 A♭장조, 작품번호 53
Heroic Polonaise in A♭Major opus 53


Intermission


4개의 발라드
Four Ballades


연주자의 요청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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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리샤르 아믈랭 피아노 리사이틀
- All about Chopin -


일자 : 2018.11.20(화)

시간
오후 8시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켓가격
R석 70,000원
S석 50,000원
A석 30,000원
B석 20,000원

주최/주관
(주)더브릿지컴퍼니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100분
(인터미션 : 20분)




문의
(주)더브릿지컴퍼니
02-6094-1001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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