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쓰백>으로 본 여성들의 연대 [영화]

여성들은 여성 영화를 원한다.
글 입력 2018.11.08 20: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0월 11일 영화 <미쓰백>이 개봉했다. 흔한 영화 중에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게 상업 영화가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반해 이 영화는 남성들이 아닌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여성 주연, 여성 감독, 여성 헤드 스태프들이 만든 영화 <미쓰백>은 이것 자체로 이 영화가 흔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탓에 여러 고난도 많았는데, 이지원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한 투자사에서는 여성인 주인공을 남성으로 바꾸면 투자해주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미쓰백>은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로, 백상아가 아동 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흔히 여성과 아이가 주를 이루는 서사에서는 ‘모성애’라는 감정을 내세우곤 한다. 하지만 <미쓰백>은 그렇지 않다. 어렸을 적 학대를 당했던 기억이 있는 백상아가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지은에게 모성애가 아닌 연대의 감정을 느끼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movie_image.jpg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매 순간 날 배신하는 게 인생이야”

스스로를 지키려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던 ‘백상아’
누구도 믿지 않고 아무것도 마음에 두지 않던 어느 날
나이에 비해 작고 깡마른 몸, 홑겹 옷을 입은 채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아이 ‘지은’을 만나게 된다.
 
왠지 자신과 닮은 듯한 아이
‘지은’을 외면할 수 없는 ‘상아’는
‘지은’을 구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기로 결심하는데…
 
“이런 나라도, 같이 갈래?”


 


여성들이 연대하다.



<미쓰백>은 손익분기점이 70만인 영화로 예산이 많이 투자된 영화는 아니다. 그런데 시작이 무척이나 저조했다. 그래서인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영관에서도 점점 내려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던 중 SNS를 중심으로 <미쓰백> 관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성 제작자들로 만들어진 영화가 상업 영화로서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면 더 이상 투자자들은 여성 영화에 투자하지 않게 될 것이고, 앞으로 여성 중심의 영화가 제작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후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관객 수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 매우 흥미로운데, 바로 ‘영혼 보내기’이다.


<미쓰백>의 관객 수가 저조한 탓에 유리한 시간대에 영화가 잘 없었다. 그래서 시간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직접 가서 보지는 못하지만, 티켓만 구매함으로써 영화 흥행에 보탬이 되고자 한 것이 바로 ‘영혼 보내기’다. 이와 같은 운동은 언론과 영화계에서도 이슈가 될 정도로 여태껏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여성을 위해 여성이 움직인 것이다. 이에 더해 한지민 배우의 모교인 서울여대 학생들은 단체로 관람하기도 했으며 지난 11월 2일에 SNS에서는 후원금 모금을 통해 대량의 영혼 보내기를 진행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영화 <미쓰백>은 우려와 달리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었다.




여성 서사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영화업계에서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없다는 것은 매우 많은 여배우들이 짚은 문제이다. 배우 문소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배우가 할 수 있는 배역은 굉장히 줄어드는 게 현실이고. 한국 영화가 1년에 200편 넘게 제작이 되죠. 많게는 뭐 250편 넘게도 제작이 되는데 거기서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메인 캐릭터거나 이런 영화가 굉장히 적고요. 20대 여성이든 30대 여성이든 40대 여성이든 할 수 있는 역할이 남성에 비해서 굉장히 적긴 하죠.’


여성 중심 서사가 영화 업계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또 다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국가부도 사태를 앞두고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로 배우 김혜수가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전하고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은 영화이다. 그런데 캐스팅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했다. 기획부터 김혜수 역할을 남자배우로 바꾸라는 제안들이 많았고, 여자 주연에 가려진다는 이유로 젊은 남자배우들이 출연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영화 업계에서 여성 위주의 서사 영화가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남성 주연의 남성 서사 영화들이 즐비하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 주연의 여성 서사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여성 영화를 위해 여성들이 연대했다는 점이 우리 사회에 보여주는 것 또한 의미가 크다. 여성들이 얼마나 여성 서사 영화에 목말라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을 넘으리라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영화가 여성의 연대로 인해 장기 흥행을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업계는 많은 것을 보고 느껴야 할 것이다.




문화리뷰단.jpg
 



[최은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E-Mail : artinsight@naver.com    |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Copyright ⓒ 2013-2018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