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말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하여 [공연]

글 입력 2018.11.0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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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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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영화를 보러 간 김두관이 칼을 들고 채권자를 위협하던 이오구의 몸에 ‘어쩌다’ 쓰러지게 되면서이다. 이 해프닝으로 김두관은 강도를 잡은 ‘용감한 시민’이 되고, 이오구는 강도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그렇게 김두관은 국가에 의해, 정부의 정치적 홍보와 국민 선동을 위해 ‘용감한 시민’으로 만들어 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조작은 ‘용감한 시민상’이 끝이 아니였다. 정부는 소시민들 몇몇을 선정해 조작교육을 한뒤 한 달 간격으로 ‘효도왕’,‘노래왕’‘미소왕’저축왕‘등 새로운 인물들을 탄생시킨다.김두관 역시 좁은 골방에 갇혀 헌법, 자연보호법, 애국가 4절, 각 고위 관료의 이름까지 줄줄이 외우는 것을 강요받고, 연습한다.


그렇다면 이오구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오구는 감옥에 가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두 인물의 인생이 엮이고,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1년 반 후 출소한 이오구는 김두관을 찾아가 자신이 ‘쪼다’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칼로 한번만 찌르게 해달라고 한다. 아이러니 한건, 이오구는 그러면서 김두관에는 원한이 없으며 자신이 그냥 국가적 호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서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원한의 대상은 국가인데 칼을 들이미는 건 같이 딜레마에 빠진 또 다른 소시민이라니.


여기서 국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소시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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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은 진짜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라고 느끼지만 이오구의 억울함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리라. 그렇게 고민에 빠진 김두관은 결국 이오구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그러나 이 일 역시 두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오구는 김두관에게 칼로 찌르고 나서 흘러나오는 내장을 잘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피를 보고 놀란 김두관은 이오구를 두고 도망쳐 버렸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두사람은 또 한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가에 의해 귀순용사와 자수간첩이 된다. 두 사람은 ‘어쩌다’ 생긴 한 사건을 계기로, 긴 시간을 국가의 감시아래 자신의 의지를 꺾은 채 살아와야 했다. 이오구는 행동은 결국 또 다른 수렁에 빠지는 결과를 낳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이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 화가나고 답답해서, 하지만 자신은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칼로 찌르는 행동을 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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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거대한 권력의 국가 앞에서 김두관과 이오구는 승리하지 못한다. 그러나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있다. 처음 스크린에 나타난 말처럼 한 시민이 용감한 것은 통치자에게 큰 문제가 안되지만, 모든 시민이 용감한 건 통치자에게 위협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힘이 되는 것이다.


김두관과 이오구는 시대의 흐름 속 피해자로 남았고, 2018년 현재의 우리 또한 완전히 주체적인 시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어느정도 국가의 개입이 존재하기 때문) 그럼에도 현재의 촛불시위가 극의 후반부에 보여지고 극이 끝나는 모습은 세상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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