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내가 보는 것과, 너가 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실내 스튜디오를 벗어난 노만 파킨슨의 <스타일은 영원하다>
글 입력 2018.11.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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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n Parkinson with Frankie, Vogue, 1983


노만 파킨슨의 <스타일은 영원하다; Timeless Style> 전시가 홍대 상상마당에서 9월 22일부터 전시 중이다.

노만 파킨슨은 스튜디오 내에서 사진을 찍던 그 시대의 흐름을 깨부수고, 야외 배경에서 패션 사진을 만들어낸 선구자라고 한다. 확실히 최근에 봤던 할로윈 레드문 페스티벌의 패션쇼도 그렇고, 화보도 그렇고 대부분 옷, 패션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조명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주로 진행이 되는데 야외에서 패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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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n Pakrinson & Model Tilly Tizzani, Queen, 1961


실내 스튜디오 내부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아무것도 없는 '무' 배경에 반사판까지 비추어 옷을 가장 강조하고, 무엇보다 모델이 눈에 띄는 프레임이 갖춰진다. 그러나 배경이 실외가 되어버리면 옷보다, 모델보다 더욱 강조되는 배경이 존재하게 된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주인공과 그가 입은 옷에 눈을 빼앗기기도 하지만, 분명 배경에도 눈을 빼앗기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다.

위에 사진만 해도, 처음 봤을 때 눈에 띄는 것은 긴 챙의 검은 모자를 쓴 여성도 있지만, 그보다도 노란 배경과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의 모습도 있었다. 또한, 끝없이 거울이 반복되며 보이는 여성의 모습도 보인다. 이게 과연 패션 사진인지, 아니면 옷을 입은 사진을 소재로 한 다양한 색채 감각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또는 사진을 찍는 작가 그 자체를 중요시한 것인지 추측하기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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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팔뚝까지 오는 흰색의 긴 장갑을 끼고, 마치 젖소 무늬가 생각나는 난해한 패턴의 검은색과 흰색의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입고, 초록색의 특이한 모자를 쓰고 힐을 신고 있는 여성이 거울을 바라보면서 무한히 반복되는 자신의 뒷모습과 앞모습을 감상하는 것인지 언뜻 봐서는 사진의 포인트가 무엇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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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de Nast Building, Vogue, 1949


만약 '패션 사진'이라거나, '노만 파킨슨'의 사진이라고 말을 듣기 전에는 풍경화를 다룬 것인지, 시기하고 자기들끼리 무리 짓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모습을 다룬 것인지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왜 노만 파킨슨은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서 사진을 찍었을까? 스튜디오 내부에서가 가장 효과적으로 패션에 대해서 전달할 수 있는 의도가 명확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노만 파킨슨에게는 그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가 있었던 것일까? 3년간 견습생으로 일하다가, 자신의 스튜디오를 차린 이름 없던 그가 단순히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틀을 깨기 위해서 그런 어려운 시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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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고창>, 1979, 육명심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사실 사진은 잘 모르는 편이기도 하고, 살면서 사진 전시회를 가본 적이 한 번 밖에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과천관 30주년 특별전으로 김태수 건축가전을 했을 때 우연히 <육명심> 전도 함께 관람하게 되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듯한, 몸은 노인이지만 행동은 마치 어린 아이같은 모습이 인상깊었다. 위의 사진 이외에도 자신의 초상화인듯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이 많은 사진에 보인다. 그리고 사물들과 길 위의 그림자 등을 활용한 점도 종종 보였다. 사진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이 없다고 해도 좋을만큼 아무것도 몰랐지만 누군가의 기억에 대해서, 내가 평소에 알던 이미지로 그 감정을 전달받는 것이 '사진'이라는 예술 장르라는 것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분명 같은 것을 보는데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것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찍으면 자신이 보는 세상을 보여줄 수가 있다. 내가 찍는 나의 얼굴과 남자친구가 찍어주는 나의 얼굴은 분명 다르다. 생전 처음 보는 웃음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나는 그렇게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남자친구가 나를 찍어주는 사진을 보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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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na von Schiebrugge, Vogue, 1958


사진은 자기가 기억하고자 하는 것,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이미지로 기록하는 것이다. 저마다 그 대상을 보는 방식이 다르고,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렇기에 사진은 같은 것을 찍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찍으며, 같은 사진을 봐도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그렇다면 노만 파킨슨이 실내 스튜디오를 벗어난 것은 아마 패션에서 다른 것을 보았기 때문이고,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내 스튜디오에서는 오직 모델이 입은 옷만이 시각적인 감상의 대상물이 된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을 입은 모델이 런웨이를 걸어가거나, 새하얀 바탕에서 자세를 잡으면서 오직 그것만 평가하게 된다. 다른 어떤 것도 평가에 마이너스나 플러스 요소가 되지 않는다. 굳이 있다면 모델의 외모 정도랄까. 하지만 그마저 모든 옷에 같은 모델을 쓴다면 그것은 어떤 플러스알파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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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내 스튜디오를 벗어나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단은 자연광의 영향이 가장 강하다. 의도하는 바를 완전히 표현할 수 없다. 인공적으로 집중타격하는 실내의 스튜디오를 벗어나기 때문에 작가가 빛을 어떻게 다룰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워지는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모델보다 더 눈에 띄는 배경이 있다. 그 배경은 모델을 돋보이게 하기도 하지만, 모델보다 더 눈에 띌 때도 있다. 둘 사이의 관계의 강약을 적당히 조절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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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 파킨슨은 어쩌면, 대상이 되는 패션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즐기고 입을 수 있는 패션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장소에서, 무엇이 주인공인지 모를 사진을 찍었던 것은 아닐지.

사람들이 가장 친근하게 패션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기존의 대상이 되는 패션이나, 노만 파킨슨이 보여주는 우리의 삶의 일부로서의 패션이나 뭐가 옳고 그른 것은 없다. 패션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관점의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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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 파킨슨 <스타일은 영원하다> 전시 현장 5층


건축도 마찬가지다. 가끔 가다 보면, 동대문 디자인 광장이나, 유대인 박물관과 같이 그 자체로 이미 조형적으로 가치가 있고, 바라보는 미적인 가치가 있는 건물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들어가야만 비로소 건축물의 가치를 갖는 건축물도 있다. 주로, 임대형 상업시설도 건축 그 자체로는 그저 철근 콘크리트 덩어리나 유리 덩어리일지도 모르나, 사람들이 거기에 상업 시설을 만들고 실내장식을 꾸며 여러 사람이 찾아오면서 활성화가 되어 공간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

어떤 건축을 하는지도 자신의 선택 또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서다. 어떤 것이 틀렸다. 옳다 나쁘다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그저 이런 것도 존재하고 저런 것도 존재하고 그렇게 다양한 것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밥을 먹어도 때로는 그것이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억지로 먹는 생존의 수단이 되기도 하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하루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서 먹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같은 것이 목적이 되기도, 수단이 되기도 하며 누군가에겐 늘 수단이 될 수도, 또 누군가에겐 그게 목적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이다. 그런 다양한 세상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게 보면, 패션을 대상으로만 관람하던 그제까지의 실내 스튜디오형 패션 세계의 틀을 벗어난 노먼 파킨슨이 왜 그런 극찬을 받는지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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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 파킨슨 <스타일은 영원하다> 전시 현장 4층


노만 파킨슨의 미에 대한 흠모와 열정을 닮은 버건디 컬러가 전반적이며, 그가 즐겨 입던 실크 소재의 블라우스를 닮은 커튼으로 이번 <스타일은 영원하다.> 전시 공간을 연출하여 전시 관람객들이 마치 1940년대 영국 패션 스튜디오를 방문한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의 전시회에 들어가서, 내가 생각한 노만 파킨슨의 실내 스튜디오로부터의 탈출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스타일은 영원하다.>에서는 세계적인 패션 포토그래퍼 노만 파킨슨의 150여 작품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다. 패션지 보그(Vogue), 하퍼스 바자(Harper's Bazzar)의 포토그래퍼, 영국 패션 사진의 선구자 노먼 파킨슨의 50년 동안의 작업을 총망라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1세대 슈퍼모델로 알려진 카르멘 델로피체에서부터, 제리 홀, 웬다 로저슨 등 세계 최고의 모델과 뮤즈가 담겨있다. 왕실 공식사진가로 활동하여, 노만 파킨슨이 바라본 엘리자베스 여왕 모후와 앤 공주 등 왕가의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담았다. 그 외에도 비틀즈, 데이비드 보위, 엘튼 존, 비비언 리, 캘빈 클라인 등 스타급 뮤지션과 예술가, 디자이너 등의 유명인들의 초상 사진을 담았다.

과연 그의 시선에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노만 파킨슨이 나를 찍는다면 어떤 사진을 찍어줄지 궁금하다. 그건 나일까, 아니면 그가 보는 내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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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은 영원하다
- Timeless Style -


일자 : 2018.09.22(토) ~ 2019.01.31(목)

시간
일~목 11:00~19:00 (18:00 입장마감)
금~토 11:00~20:00 (19:00 입장마감)

장소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4F, 5F

티켓가격
성인: 8,000원
초중고 학생/경로우대(65세이상): 3,000원
미취학 아동: 2,000원
패션 전공 대학생·대학원생/단체: 4,000원
유아(36개월미만)/장애인: 무료

주최/주관
KT&G 상상마당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의
KT&G 상상마당
02-330-6229





<상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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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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