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영화

[영화] 카모메 식당
글 입력 2018.11.0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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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째 손님 없는 카모메 식당. 사치에는 매일 컵을 닦는다. 지나가던 3명의 할머니는 그런 사치에를 보며 작은 어른 아니냐고 놀리며 가게를 지나친다. 손님이 찾아왔다. 일본을 좋아하는 토미. 토미는 사치에에게 갓차맨 가사를 물어보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계속 머리 속에 맴도는 갓차맨. 서점에서 우연히 일본인 미도리를 만나고 갓챠맨을 아는지 물어본다. 마침 갓차맨 가사를 아는 그녀. 사치에는 감사인사로 미도리를 집에 초대한다. 밥을 먹으며 눈물을 보였던 그녀는 세계지도를 꺼내 눈감고 찍어 이곳에 왔다. 그녀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미도리의 입장에서 여러 사연을 대입할 수 있으니.

미도리는 카모메 식당 일을 도우면서 지낸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자극적인 주먹밥을 판매하면 어떠냐고 물으며 적극성을 보인다. 주먹밥은 실패했지만 덕분에 사치에는 시나몬 롤을 떠올렸다. 가게에서 시나몬 향이 나면서 매일 지나가기만 했던 3명의 할머니가 들어온다. 향에 홀려.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가 이곳에 온다. 기다리면 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하지만 며칠 째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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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즐겁게 일하는 두 사람을 보며 마사코는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두 분이 보기 좋아 보여요" 사치에가 말한다.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뿐이에요" 그 말에 마사코는 옷을 사러 나간다. 이 시간을 마냥 기다릴 순 없지. 카모메 식당에 나온 인물들 모두 너무 매력적이다. 마사코는 부모님을 매일 간호했고,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왔다. 휴대폰 멀리 던지기와 같은 엉뚱한 놀이를 하는 핀란드 사람들이 여유 있어 보여서.

매일 카모메 식당을 째려보고 가던 손님이 들어와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해 쓰러졌다. 손님을 집까지 데려다줬고 마사코는 그 손님의 사연을 듣기만 했다. 핀란드어는 못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마음으로.  "세상 어디에 있어도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워요" 행복하게만 보였던 그들도 다 각자의 사연이 있다. 정말 미도리 말처럼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토미는 말한다. 핀란드 사람이 여유로운 건 '숲'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 말을 듣고 마사코는 숲으로 간다. 버섯을 따가 우연히 하늘을 봤다. 갖고 있던 버섯을 잃어버렸다. 그 숲에서 여유를 봤기 때문. 마침 짐을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짐을 찾았으니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던 그녀. 하지만 마사코의 짐이 아니었다. 짐이 잘못된 것 같다고 통화하던 그때, 지나가던 아저씨가 고양이를 마사코에게 준다. 그렇게 마사코는 고양이 때문에 이곳을 떠나기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있을 이유가 생겼다. 마사코가 짐을 잃어버렸다고 했을 때 "중요한 짐이었을 텐데'라고 사치에가 말한다. 하지만 어떤 짐을 넣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우린 생각보다 필요 없는 짐을 챙길 때가 많다. 가볍게 떠날 수도 있는데.

사치에는 주먹밥이 주메뉴다. 매년 2번 아빠가 만들어주던 주먹밥이 너무 맛있었다고. 고향의 맛. 영화 속에서 주먹밥 먹는 장면은 몇 없다. 이들에게 행복과 깨달음이 찾아왔을 때. 그래서 영화가 더 사랑스럽다.

이 영화를 어떻게 리뷰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좋았다. 대사 하나 하나와 그들이 왜 핀란드로 오게 되었는지까지. 나도 그런 적 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그런 사람들이 카모메 식당에 모여 소소한 행복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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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늘 똑같은 생활을 할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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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변해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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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쪽으로 변하면 좋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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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역시 너무 좋다. 미도리는 마사코에게 인사가 너무 정중하다고 하고, 마사코는 미도리에게 너무 터프하다고 했다. 사치에의 인사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고. 그때 토미가 들어온다. 그때 사치에의 "어서 오세요". 토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서일까. 마치 나에게 인사한듯하다. 계속 방황하다 우연히 발견한 동네 카모메 식당에 들어간 나를. 봐도 봐도 좋다. 카모메 식당. 이런 식당을 언젠간 만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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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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