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6명의 고군분투, 연극 <톡톡> [공연예술]

글 입력 2018.11.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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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공연 첫날 첫 공연을 보러 갔다. 보통 첫 공연은 배우들이 무대에 적응이 덜 되어 조금 어색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소위 ‘레전드’를 보고 싶다면 개막 초기 공연은 피하는 게 좋다.


그런데 패기 넘치게 27일 공연을 예매한 필자는 뭘 원했던 것일까? 심지어 이번 삼연은 모두 새로운 배우들이었다. 뚜껑이 열리지 않은 <톡톡>을 누구보다 빨리 보러 갔던 이유는 어쩌면 힐링이 필요한 만큼 지쳐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유명 의사 스탠의 치료를 받기 위해 진료실을 찾아온 6명의 환자. 스탠 박사가 없는 진료실은 혼란의 도가니다. 각기 다른 강박 증세를 가진 환자들로 인해 진료실은 어수선하다. 등장인물들의 증상은 다채롭다. 숫자가 많은 계산도 척척 해내는 비범하면서도 숫자를 향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증상도 있는 한편, 몇 번을 확인해도 계속 확인을 반복하는 제삼자가 관점에서는 답답해 보이는 강박도 있다.


무대 위에서 그들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도 등장인물들처럼 강박증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해 쌓아두거나 물건을 각을 맞춰 진열해야 직성이 풀린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가 마음 어딘가가 아픈 셈이다.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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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 프레드 캐릭터 포스터.
처음과 마지막을 담당하는 만큼 포스터도 강렬하다.


<톡톡>을 처음 본 건 작년 겨울 재연 때였다. 연말이라 단체관람으로 온 사람들이 많았던 것 때문인지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코미디 느낌이 강했다. 당시 필자도 보면서 엄청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대놓고 웃으라는 장면에서도 쉽게 웃지 못하겠다. 제삼자에게는 웃긴 상황일지 몰라도 당사자한테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애환은 뚜렛 증후군을 가진 프레드가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프레드가 뚜렛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택시기사는 프레드에게 실컷 욕을 하라고 배려해준다. 그렇게 멈출 때까지 욕을 계속했던 경험에 대해 그는 13살 이후로 그런 편안함을 느꼈던 건 오랜만이라고 말한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로 심한 강박에 의한 상처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슬퍼도 웃어야 하는 광대와는 조금 다른 층위이다.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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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연습 장면 中, 연극열전 공식 트위터 계정



웃기지만 소재 자체는 무거운 <톡톡>이 힐링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극 주제를 관통하는 ‘치료 과정’에 있다. 의사의 부재로 얼떨결에 집단치료를 시작한 6명의 반응은 반신반의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붙잡고 시작하면서도 오랫동안 앓아온 증상을 환자들끼리 치료할 수 있냐는 반응을 보인다. 그들의 예상처럼 치료는 매우 험난하다. 악착같이 버티려고 해도 금방 실패하고 만다. 그만큼 마음이 깊이 병들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강박 증세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현대인의 93%가 강박 증세를 하나씩 갖고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강박은 매우 보편적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수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대 스트레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인관계이다. 사회생활 또는 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개인의 불안감을 낳는다. <톡톡>의 환자들은 불안 속에 파묻힌 현대인을 대변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다시 사람에게서 찾는다.


특히 자신과 같은 아픈 사람들. 프로그램 북 속 연출가가 말한 ‘동병상련(同病相憐)’처럼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결국 (아픈) 사람으로 인해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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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의 무대. 이 공간에서 6명의 고군분투가 일어난다.



<톡톡>이 그만큼 보고 싶었던 이유는 필자도 무대 위 인물들처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서였다. TOM 2관은 관객들을 위한 진료실이다. 무대 위 환자들의 행동에 황당해하면서도 후반부에 가서는 무대 아래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도 멍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년 연말에 처음 만났듯이 앞으로도 <톡톡> 진료실이 겨울마다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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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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