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월플라워: 불량품이어도 괜찮아 [영화]

글 입력 2018.11.1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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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아주 크게 틀어 놓은 채로 사랑하는 친구들과 차를 타고 도로를 끝없이 달리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노래는 David Bowie의 ‘Heroes’ 가 좋겠다. 찰리, 샘, 패트릭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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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플라워>의 주인공인 찰리, 샘, 패트릭을 만나보기 전에 우선 영화 제목의 의미부터 짚어보자. ‘월플라워(Wallflower)’는 파티에서 파트너가 없어서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 한마디로 인기가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인기 있는 사람은 대게 사회가 원하는 어떤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다. 외모가 출중하거나, 유머 감각이 뛰어나거나, 리더십이 훌륭한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연스럽게 인기가 없는 사람은 이것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남들이 보기에 그저 그런 사람이 월플라워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월플라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못나거나 부족한 것이 아닌,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진 것뿐인 월플라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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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17살이 되어 새롭게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찰리는 고등학교에 간다는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 아이들은 그의 친구가 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친구가 되기는커녕 그를 조롱하고 괴롭힌다. 패트릭과 샘은 이런 찰리와 친구가 되어준다. 유쾌하고 근심이나 걱정 따위는 없어 보이는 샘과 패트릭이랑 어울리며 찰리는 난생처음 친구라는 집단이 주는 소속감과 우정을 느낀다.

찰리, 샘, 패트릭이 친구가 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동질감이다. 그들은 모두 인생에서 받은 쓴 상처를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찰리는 고등학교 오기 몇 달 전에 절친한 친구가 자살했으며 어릴 때 겪은 이모의 성추행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환영을 본다. 샘도 찰리와 같이 아버지의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상처를 안고 있다. 패트릭은 동성애자이며 그의 애인인 브래드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매우 괴로워한다. 그렇기에 패트릭의 사랑은 그의 친구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감추어야만 한다. 찰리뿐만 아니라 그저 자유롭고 밝아 보이는 샘과 패트릭도 삶의 어딘가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이들의 사랑 또한 순탄치 않다. 찰리는 샘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행복을 빌어줄 뿐 그녀에게 고백하지 못한다. 얼결에 다른 친구인 메리와 사귀게 되었으나 마음은 여전히 샘을 향하여 친구 관계가 엉망이 되고 만다. 샘은 그녀를 소중히 대하지 않는 크레이그와 만난다. 그녀는 항상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를 선택한다. 패트릭은 호모포비아인 브래드의 아버지에게 사귀는 것을 들켜서 헤어지게 된다. 이들의 사랑은 왜 이렇게 아픈 걸까? 이 셋이 어리석기 때문에? 아니면 어려서? 영화는 이에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자신의 크기에 맞는 사랑만 선택하거든. (We accept the love we think we deserve)” 이들이 아픈 건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이다.

가끔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나에게만 이렇게 터무니없이 힘든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사람들은 다들 제 몫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어느 순간 내 인생이 이렇게 글러 먹은 것은 모두 내 탓이라는 데에 이른다. 내가 아름답지 않아서, 유쾌하지 않아서, 똑똑하지 않아서, 그냥 못나서. 이런 생각에 이르면 자신이 참을 수 없이 미워진다. 아마 찰리, 샘, 패트릭도 그간 겪은 상처들이 쌓여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되었으리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에 이들은 자신들을 과소평가하며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충분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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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들에게는 다행히 ‘넌 아름다우며 네 생각보다 훨씬 큰 사람이야.’라고 말해줄 친구가 곁에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한다. 찰리는 차마 다가가지 못했던 샘에게 용기 내어 다가가고, 샘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진다. 패트릭도 언제가 더 좋은 사람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으며 아픔을 이겨낸다. 이들이 받은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더라도 괜찮다. 앞서 말했듯이 이들은 함께 춤을 추고 서로를 위로해줄 사랑하는 친구들이 곁에 있으니까.





끝으로 찰리, 샘, 패트릭이 터널 속을 달리며 듣던 음악인 David Bowie의 ‘Heroes’을 공유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 달리는 트럭 뒤에서 두 팔을 벌린 찰리와 샘의 자유로운 모습이 떠오른다. 온전히 자신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이 노래를 들으며 당신도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아껴주길 바란다.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다.




[정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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