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로부터 받는 위로 《나태주 육필시화집》 [도서]

나를 위로해 주는 짧은 시
글 입력 2018.11.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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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부터 받는 위로
《나태주 육필시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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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히 시집을 즐겨보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보게 된 것 또한 우연이었다. 아무런 의미 없이 펼쳐들었을 뿐이었다. 정말로 그 자리에서 이 시집을 정독할 생각은 없었다. 구매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단지 호기심에 살짝 훑어보기 위해 시집을 펼쳤을 뿐이었다. 그렇게 무심코 펼친 시집에는 그가 직접 그리고 쓴 한 편의 시가 쓰여있었다.


내가 너를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무심코 펼쳐 읽은 한 편의 시가 나의 가슴을 후볐다. 그동안 꾹꾹 담아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주체할 수 없이 날뛰어댔다. 이 시는 마치 나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쓴 짧은 편지 같았다. 그동안 나는 혼자만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짝사랑도 사랑이지만 둘이 함께 하는 사랑만이 완성된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둘이 함께 했던 사랑이 혼자만 하는 사랑으로 바뀌게 되었을 때, 그 사랑은 끝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수많은 연애를 해왔지만 매번 연애를 할 때마다 내가 그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해서 나 혼자만의 사랑이 되어버릴까봐 늘 두렵고 불안했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주었으면 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늘 내 곁에 머물러 있길 바랐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났을 땐 더 이상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사랑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늘 사랑하면 할수록 더 불행했다.

이런 내게, 나태주 시인이 쓴 <내가 너를>이라는 시는 충격적인 메시지였다. 내가 생각해 오던 사랑과 정반대의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태주'라는 사람은 그동안 어떤 사랑을 해왔던 것일까? 어떤 마음으로 저 시를 썼던 것일까? 그의 사랑이, 그의 생각이, 그의 슬픔이 궁금해 졌다. 그래서 그의 시집을 다시 펼쳐들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을 펼쳤을 때 그가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써왔는지 느껴지는 듯한, 한 편의 짧은 시가 쓰여져 있었다.


사는 법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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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의 시집을 시를 읽는 동안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또 얼마나 많은 위로를 얻었는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 이유도 모른 체 머물러 있던 가슴 한편의 슬픈 응어리들이 한 편, 한 편 그의 시를 만날 때마다 사라져갔다. 나조차도 무시했던 그래서 더욱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던 나의 마음을 이 짧은 한 편, 한 편의 시가 함께 사랑해주고, 함께 슬퍼해주고, 함께 그리워해주며 위로해 준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사랑의 실패를 경험하면 경험할 수록 더욱 강력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당신이 당신의 마음을 방치 하였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에게 "모든 것이 당신 것만은 아닌 이 계절에 강아지풀, 실비단 안개,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는 마음만큼은 당신 것." 이라 말하는 이 시집을 건네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이제 사랑하는 사람 없이도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윤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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