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꽁의 소견] 내가 사랑하는 낡은 것들 _ 오래된 것들에의 러브콜

낡고 오래된 것들을 사랑하는 이유
글 입력 2018.11.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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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들을 사랑한다. 오래되어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들을 사랑하며, 먼지를 털어내야 또렷이 글자가 보일법한 외면들을 애정한다. 필자의 취향은 언제나에 예정된 것이었으니, 늙어서 어린 시절을 회고해 보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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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잇인파리> 중 한 장면



오래된 것들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미드나잇인파리>를 보아도 길과 아드리아나는 현재의 것들을 등져버린채, 옛날 것들을 찾아가버렸다. 요즘 노래는 안들어도, 김광석 유재하의 노래를 찾아듣고, 요즘 영화보다 <시월애>와 <봄날은 간다>를 찾아본다. 낡은 것들은 미화된다. 하지만 그래도, 낡은 것들은 가치가 있다. 과거의 미화됨, 혹은 소멸됨에 의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들은 그런 껍데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오늘의 글에서는 왜 필자가 낡은 것들을 사랑하는가에 관해 말한다. 빈티지옷, 장국영, 클래식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문장이니 이해해 주시길. 또한 올드한 것들에 빠져사는 사람들에 대한 보통의 대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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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월애> 중 한 장면


먼저, 새로운 것에 비해, 오래된 것들은 단순하다. 또 그래서 명쾌한데 본인의 단순한 감이 아니니 믿어주시길 바란다.


예를 들어, 보통 옛날의 그림들을 보면 그것들은 단순한 목표를 향해간다. ‘아름다움’. 오래된 것들의 주제나 존재가치는 대부분 ‘미의 추구’에 머무는 경우가 많으며 그래서 요즘의 현대미술보다 옛날의 그림은 관람가들에게 ‘쾌’의 기분을 선물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요즘의 사운드에 비해 과거의 노래들은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이 기술의 한계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단 그래서 조금 더 편안하고 ‘쾌’하다.


점점 발전할수록 인간은 무언가에 의미를 담는다. 의미가 차지하는 자리는, 아름다움의 자리를 조금씩 빼앗으며 그래서 현대미술은 아름답지 않아도 좋다. '추의 미' 혹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은 '예쁜 것'을 보고 '쾌의 충족'을 느끼고 싶다. 보통이 그렇다.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와 지네



아름다운 것들만 모아놓으려는 노력이 빛을 발한 듯한, 산울림 <회상>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노래도 좋으니 한번 들어보시길. 단순함이 오래된 것들의 장점이 되는 것은, 단순한 것은 꽤나 순수하기 때문이다. 순수함은, 쾌를 좋아하고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에 탁월하다. 아름다움이 모든 데에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향유 중 쾌를 음미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매력적이다.단순해서 순수하고 순수해서 아름다운 옛날 것들은 그래서 좋다.


옛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중간에 한마디를 전하자면 오래된 것은 수동적이어도 되는 순간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수동성을 허락한다. 이 어찌 편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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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경삼림' 중 한 장면



옛것은 이미 가치판단이 완료된 것들이다. 아주 오래전 혹은 기억이 날 정도로 가까운 과거에.


모든 작품들은 평가를 받는다. 이 평가의 기준이라는 것은 아주 주관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것이라서 모든 것을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참고하기엔 좋은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저명한 노래는 그만큼 기대를 부응시킨다. 사회적 순리에 따라 괜찮은 것들은 관심과 인정을 받는다. 그렇지 못할때도 있지만, 나중에 가치가 있는 것들은 ‘감춰진’ 혹은 ‘숨겨졌던’이라는 단어가 붙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곤 하는데 요즘의 이름으로는 ‘역주행’이라는 수식어 정도가 되겠다.


이렇듯 괜찮은 것들은 시간에 의해 선별되고, 올라오고 애정을 받고있는데 옛날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시간의 편의성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취향에 맞는지 괜찮은지 판단을 하기 위한 노력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수많은 일상의 것들에 대한 가치판단에 지쳤다면 말이다. 옛날 것들은 이미 좋은 입맛들에 의해 판단이 완료된 골동품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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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 한 장면



옛날 것들은 역사들이다. 수많은 오래된 노래들, 영화들, 미술품들은 정말이지 시간을 거스르며 그 자리에 있었던 강력한 것들이다. 그만큼의 힘과 생각이 더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이 거쳐온 시간들에 의해 그 작품들은 그저 존재할 뿐아니라 후숙이 되고는 한다. 처음 나왔을때보다 더 가치가 생긴다는 것이다. 시간이란 참 대단한 것이어서 그것을 지나고 맞은 것들에 더 나름의 좋은 부분을 더한다.


예를 들어, 오래 사랑을 받은 것들은 그제야 유명한 미술관 속에 편입되어 명작이 되며 또 시간을 지나 계속을 사라지지 않고 굳건히 서있던 것들은 CLASSIC이라는 칭호를 단다. 수많은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살아남은데에 대한 칭찬이건 혹은 역사의 한 피스라는데에서 오는 대단함이건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은 곧잘 무언가에 무게와 깊이를 더한다는 것이다. 먼지, 그 뿐만 아니라.


*


지금까지 새롭고 ‘신기방기’한 것들에 가려져 자꾸만 입지를 잃어가며 외면받던 오래되고 낡고 올드한 것들에 대해 변호를 해보았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꾸만 ‘예쁘지요?’라고 묻고싶은 마음을 눌러 담았다. 손이 아파 이제 그만 펜놀림을 멈추고 싶은 것을 참았다. 이렇게 올드한 것들은 매력이 있다. ‘미화’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할 만큼. 적지 않은 몇가지의 근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이쯤하련다. 너무 많은 옛날 것들의 애호가가 생기면 곤란할테니까.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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