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의 스타일은 영원하다 : 노만 파킨슨 사진전

노만 파킨슨 <스타일은 영원하다> 전시 프리뷰
글 입력 2018.11.1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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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 들어오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나는 원래 옷 입는 것에 대해, 아니 사실 외관을 꾸미고 치장하는 모든 것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별다른 패션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옷이란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또 몸이 편한 대로 입으면 그만이었다. 심지어 외모에 신경 쓰는 건 허영심이자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지금 보면 아주 오만한 생각이었다. 그러한 생각으로 인해 패션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예술 분야를 내 삶에 들이지 못한 건 순전히 나의 손해일 뿐이었으니까.

패션과의 만남으로부터 채 일 년도 되지 않았다. 많은 변화가 그렇듯 패션의 세계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다가왔다. 영광스럽게도 나에게 처음으로 패션이라는 넓은 바다를 보여준 건 바로 앙드레 김이었다. 올해 5월 열린 앙드레 김 회고전에서 나는 패션이 예술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깊은 사유나 철학 같은 거 없이 오직 눈에 보이는 화려함만을 갖고도 훌륭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고 왔다. 과장되고 화려한 그의 드레스들은 패션 문외한이었던 나를 직관적인 황홀함으로 압도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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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치장이나 허영이 아닌 예술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낄 때쯤, 나를 사로잡은 또 한 명의 천재는 바로 알렉산더 맥퀸이었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맥퀸’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다. 자료 화면의 좋지 않은 화질과 음질에도 불구하고 맥퀸의 패션쇼가 천재적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강간이나 정신병 등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주제들을 런웨이 위로 펼쳐 놓는 그의 대범함과, 그러한 주제 하에서 그 누구도 감히 따라하지 못하는 작품들을 내보이는 그의 재능 모두에 압도당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그의 천재성 외에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패션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예술임을 뼈저리게 느낀 또 하나의 계기였다.

이후 서울 패션 페스티벌(SFF)을 다녀오며 우리나라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접해보기도 하고, 패션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코코 카피탄의 개인전에서는 패션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자유와 기발함에 감탄하고 오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패션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감을 잡아가고 있다. 확실한 건 패션은 옷이 아니다. 옷은 단지 도구일 뿐이며, 신발과 모자와 악세사리와 메이크업 모두 마찬가지로 도구에 불과하다. 그 모든 도구들을 이용해 디자이너는 패션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비유하자면 패션은 몸이라는 캔버스에 옷이라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으로서의 패션을 담은 또 한 명의 사진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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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패션 사진의 거장이었던 노만 파킨슨의 사진전이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에서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보그(Vogue),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퀸(Queen) 등 다양한 패션 잡지와 협업하며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구축한 노만 파킨슨은, 미국이 패션계를 주도하던 1960년대 당시 영국 포토그래퍼로서 영국 패션잡지가 부상하는 데에 기여했다고 평가 받는 작가이다.

스튜디오에서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 흉내를 내던 당시의 트렌드 속에서 파킨슨은 야외에서 모델이 골프를 치거나 동물 위에 올라타게 하는 등 파격적인 사진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도 패션 잡지들과 협업한 작품뿐만 아니라 그만의 실험적인 야외 풍경 사진 역시 관객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PR_NP_PORTRAITS_2.jpg▲ © Iconic Images / The Norman Parkinson Archive 2018
 

또한 파킨슨은 왕실의 공식 사진가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그가 찍은 앨리자베스 여왕과 앤 공주의 사진 등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그리고 비틀즈, 데이빗 보위, 엘튼 존, 비비안 리, 캘빈 클라인 등 파킨슨의 사진으로 재탄생한 수많은 셀러브리티의 초상도 만나볼 수 있다.


PR_NP_Queen 1962.jpg▲ © Iconic Images / The Norman Parkinson Archive 2018
 

전시명 <스타일은 영원하다>는 그의 작품이 50여 년 전 당시의 패션 양식이나 인기 모델, 연예인, 왕실의 주요 행사를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하였다. 

- 전시 소개 中


파킨슨의 작품을 보면 절대 촌스럽다거나 구식이라는 말이 나올 수 없다. 오히려 현대의 시선으로 봐도 충분히 파격적이고, 자유롭고, 또한 아름답고 세련되었다. 우리보다 한 세기 먼저 살다 간 사람이지만 한 세기를 뛰어넘는 천재성을 가진 작가 노만 파킨슨. 영원토록 아름다울 그의 스타일을 기대하며 이번 전시를 찾게 될 것 같다.





<전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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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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