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로 통하는 본질을 찾아, 스페인 극단 무 떼아트로의 강은경 연출가

글 입력 2018.11.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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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기에

통하는 것이 분명 있습니다"



비행기로만 17시간, 한국에서 오는 직항도 없는 머나먼 곳, 스페인 말라가에 한국의 색채가 무던히 묻어나오는 극단이 있다. 현재, 말라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극단, 무 떼아트로다. 무 떼아트로의 작품을 보다 보면 곳곳에 배어 있는 한국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극단 무 떼아트로와 함께 멀지만 가까운 스페인에서 다르지만 같은 본질을 표현하고 있는 강은경 연출가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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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 떼아트로의 강은경 연출가

       



강은경 연출가 인터뷰



Q. 스페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단 무 떼아트로에 대한 짧은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 독자 여러분. 무 떼아트로는 말라가가 속한 안달루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연극 학교를 졸업하며 제가 함께 활동을 했던 배우들과 만든 극단으로 시작했습니다. 현재, 말라가를 중심으로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과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인천 아트 플랫폼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춘천 마임축제에 초청을 받아 몸꾼과 함께 한국에서 2회, 말라가에서 2회의 공연을 함께 했습니다.
 


Q. 극단의 이름이 인상 깊습니다. 무 떼아트로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극단의 이름은 한국어로 짓고 싶었기에 ‘없을 무’ 자와 극단을 의미하는 “테아트로”를 결합하여 무 떼아트로 지었습니다. 특히, 연극은 없는 공간에서 만들어지고 순간 존재했다가 다시 사라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없다’라는 뜻의 ‘무’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무’는 짧고 발음하기에도, 기억하기에도 쉽다는 생각에 이러한 이름을 지었습니다.
 


Q. 어제 선보이신 공연 잘 보았습니다. 말라가 대학교의 한국 여성 문화 주간에서 짧은 공연을 선보이셨는데요. 이 작품이 ‘한국 여성’이라는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한국 문화 주간은 말라가 대학교에서 9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번에는 문화 주간 안에 여러 행사 중 하나로 여성 영화 주간 행사가 있었는데요. 3명의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상영하면서 그 프로젝트와 같은 맥락으로 여성 감독뿐만 아니라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극적 낭송의 형식으로 한국 여성 작가 3명의 작품을 극으로 선보였습니다.


현재, 한국 소설 중 스페인어로 번역된 작품들이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번역된 작품들 중 여성 작가들의 단편집에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고 좋아하던 김애란 작가, 양귀자 작가, 그리고 오정희 작가님의 작품을 하나씩 선별해 짧은 극으로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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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바리데기' 中



Q. 극을 창작하고 연출하실 때, 전달하고자 혹은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처음 이곳에서 작업을 시작했을 땐, 제가 한국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으로 서양에 살고 있기에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오랜 기간 스페인에서 직접 살아보며 이러한 구분이 사실상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지 실제로 우리의 본질은 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동서양을 구분하여 작품 활동을 하기보단 보다 인간의 근본적인 면에 집중하여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극을 관람하신 분들은 제가 동양인이고,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이 동서양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종종 평가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한국인이기에 이런 작품을 스페인에서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한국이 아닌 스페인에 있기에 이런 작품을 하는 것도 있지만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또한 제가 가진 조건이고 그에 따라 작품의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Q. 직접 스페인어로 극을 창작 및 연출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극을 창작할 때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초반에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물론, 지금은 오래 살았기에 듣고 이야기를 하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언어를 나이가 들어 배웠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깊은 무언가가 저에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언어적인 측면에서는 스페인 사람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언어보다는 이미지를 통해 표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무 떼아트로가 유명한 ‘신체 연극’의 출발점이었네요. 신체 연극이 무엇인지 짧은 설명 부탁드립니다.


신체 연극은 말을 하지 않고 움직임으로만 표현을 하는 마임과는 조금 다릅니다. 마임은 말을 하지 않고 움직임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고 무용은 춤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라면 신체 연극은 움직임을 통해 극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 움직임을 통해 이미지를 표현하는 극의 방식이 신체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래서, 무 떼아트로의 극에는 움직임이 상당히 많고 대사와 움직임,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힘든 편입니다.
 


Q. 배우들의 기량이 중요한 연극 장르로 보입니다. 혹시, 극을 준비하시면서 스페인 배우들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힘드셨던 적은 없나요?


본래,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에 대해 ‘Tiene artes(예술을 가지고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좋은 능력을 가진 배우들이 참 많아요. 실제로 제가 원하는 것 10가지 중 5가지를 이야기하면 15가지를 해낼 수 있는 배우들입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한국과 달리 약속 시간에 대해 엄격하지 않은 편이에요. 한국에선 9시 약속이면 9시에 연습이 시작되지만 이곳에선 15분은 되어야 오는 게 일상이었어요. 또, 안달루시아 사람들이 말이 많은 편이라 인사하고 근황 이야기를 하다 시간이 지나서야 연습을 시작할 수 있는 게 처음엔 힘들었어요. 하지만 매번 제가 10분 먼저 와 있고, 오랜 시간을 배우들과 함께 하다 보니 지금은 배우들이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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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맥베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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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맥베스' 中



Q. 가장 최근엔 셰익스피어의 두 작품, ‘맥 배스’와 ‘한 여름 밤의 꿈’을 선보이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작품들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구조가 워낙 탄탄하여 각색을 하기에도 좋고 개작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맥베스는 10년 이상 함께 활동한 두 배우들이 하고 싶다고 제안해서 시작하게 된 연극이었어요. 두 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는 행위를 통해 등장인물이 되었다가 배우 본인이 되기도 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렇기에 한 번 배우가 들어가면 1시간 반 동안 쭉 이어지는 힘든 공연이에요. 맥베스를 연기한 배우가 각색을 함께 맡았고 극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맥베스의 생각이었습니다. 맥베스의 비극은 그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비극적인 작품이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배우들도 공연을 하며 매우 힘들었어요. 그래서 모꾼과 함께 진행한 공연에서는 비극적인 작품이 아닌 밝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여름 밤의 꿈’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속의 요정 세계가 한국의 도깨비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하여 한국의 도깨비들이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공연한다는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이 공연은 Idioma Inventada라고 해서 기존의 언어가 아닌 연습을 하며 우리가 만들어 낸 언어를 사용하는 공연이었어요. 이 외엔 한 시간 동안 대사가 거의 없고 대부분을 움직임으로 소하해야 하는 공연이었기에 5명의 배우들이 많은 고생을 하며 준비했습니다.
 


Q. 앞으로 무 떼아트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기본적인 생각으론 계속해서 한국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배우들에게도, 그리고 그를 본 관객들에게도 참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워크숍을 한국과 스페인에서 계속 진행하고 싶어요.


또한, 말라가 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맥베스 공연을 올리고 싶고요. 무엇보다도 무 떼아트로가 계속해서 살아남길 바랍니다. 스페인과 한국의 연극 환경은 별반 다르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공연을 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고 그만큼 열정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연극이 정말 좋고 계속 하고 싶기 때문에 좋은 배우들과 함께 계속 연극을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아트인사이트 독자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강의를 나갈 때마다 마지막에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는 이렇게 10시간이 넘게 떨어져 있는 거리에서 살고 있기에 서로가 굉장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기에 통하는 것이 분명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스페인에서 작업을 해도, 그리고 스페인 사람이 한국에서 작업을 해도 국적을 뛰어넘어 근본적으로 통하는 것이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독자분들도 스페인을 너무 멀게만 생각하시지 말고 가깝게 생각하면 분명 통하는 것이 있고 마음을 열 수 있음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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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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