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생리에 관하여

연극 '생리에 관하여' 프리뷰
글 입력 2018.11.1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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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월경, 그날, 마법에 걸린 날... 모두 다른 말이지만 같은 것을 의미한다. 바로 여성의 자궁에 배아가 착상되지 않으면 한 달에 한 번씩 자궁내막이 탈락하며 출혈이 일어나는 일이다.

여성의 삶에서 초경은 꽤 큰 사건이다. 약 30여년 동안 달마다 피 흘리는 삶이 그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가 월경을 처음 시작하고 가장 신기했던 건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모두 달에 한 번 이렇게 피를 흘린다는 사실이었다. 이 불편한 걸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겪어 낸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재난 영화나 전쟁 영화를 볼 때면 여성 인물이 나오면 '저 사람 생리는?' 하는 의문이 한동안 떠다녔다. 그 여성 인물은 분명 월경을 하겠지만, 그 여성 인물을 그려내는 작가나 감독은 그런 걸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너무 현실적인 것들을 픽션에까지 반영하기에는 이야기 전개가 복잡해진다든가, 독자/관객의 몰입도가 떨어진다든가 하는. 그러나 한가지 큰 이유는, 이 세상이 여성의 월경을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가 여성의 월경을 금기시한다는 건 내가 월경을 시작하기 전부터도 엄마나 사촌언니를 보며 알고 있었다. 월경에 관한 여러가지 경험은 여자들만 있을 때, 조용히 이야기해야 했다. 세상에 없는 것처럼 보이던 월경은 또래 동성 친구들과 수다떨 때나 가시화되곤 했다. 

또 한가지 놀랬던 건 월경 전후로 겪는 여러 곤란이 '생리통'이라는 단어 하나로 압축된다는 것이었다. 요통같은 신체적 불편함부터 우울감같은 감정적인 변화까지 '생리증후군(PMS)'이라 불릴 뿐 세세한 구분이나 명확한 해결법을 명시한 내용이 없었다. 여성의 대화와 내면 속에는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경험이 의학적인 용어로는 규정되지 않고 연구도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꽤 충격이었다. 이처럼 생리와 관련된 여러 경험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월경을 지나치게 금기시했음을 잘 보여준다. 앞서 얘기한 월경을 뜻하는 여러가지 별칭 역시 월경을 금기시해 온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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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월경이 금기시되는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최근 몇년 간 페미니즘 담론이 활발해지며 월경의 인식 변화를 위한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A Period생리에 관하여(이하 '생리에 관하여')'도 같은 맥락에서 탄생한 연극이다. 성교육 시간에 배우는 생리 말고, 생리 안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생리 말고, 생리를 달마다 하는 사람들의 생리. 그중에서도 특히 청소년이 이야기하는 생리에 연극은 초점을 맞춘다. 생리통, 생리전증후군, 피임, 완경 등 평소에는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던 소재들은 주인공 '이민아'를 통해 무대에 오르고 이야기된다. 더불어 월경을 교육하는 게 아니라 월경을 시작한 청소년이 할법한 현실적인 고민을 제시하며 청소년 관객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자 한다.

'생리에 관하여'는 청소년극을 표방하지만, 그렇다고 청소년만을 위한 극은 아니다. 세대를 떠나 감각적으로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 오브제, 춤, 다양한 연극적 언어를 사용한다.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경험으로서 관객 안에서 재창조 될 수 있게 한다. 예민한 모습을 보이면 '생리해?'라는 말이 돌아오던 경험. 그러나 정작 월경의 고통과 불편함을 토로할 때는 엄살이라 외면받는 모순. 여성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공감할 것이다.

여성의 다른 경험과 마찬가지로 생리 역시 생리 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과소평가된다. 연극은 생리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파헤치며 터놓고 모두가 함께 생리를 이야기해보고, 생리를 하지 않는 사람도 생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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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은 크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다큐 영화 '생리 연대기'의 이보람 감독이 쓴 <생리 공감>라는 책을 읽고 나는 탐폰 사용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물론 이전에 아무도 나에게 탐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사람은 없다. 탐폰이 생리대보다 편하므로 무조건 탐폰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생리를 금기시하는 사회는 내가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포기하고 외면하도록 만들었다.

달마다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어느샌가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더이상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생리를 다시 생각하고 그 기간을 더 편하게 지내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 경험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며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피 흘리는 삶을 꿈꾼다.

연극 '생리에 관하여' 역시 그렇지 않을까. 다가오는 11월 21일부터 '예술공간 혜화'에서 공연을 앞둔 '생리에 관하여'는 작년 12월 한성여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낭독공연을 진행하고 올해 전국 10개 중/고등학교에서 상연되는 등 이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공연되며 수정을 거듭해왔다. 이번 에술공간 혜화에서의 공연은 그 연장선상이다. 나에게 '생리 공감'이 그러했듯이 이 연극 또한 누군가에게는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타인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거라 기대한다.





[.]A Period 생리에 관하여


장소: 예술공간 혜화(종로구 혜화로 10-3)

기간: 2018년 11월 21일(수)~11월 25일(일)

시간: 평일 8시/토3시,6시/일 3시

작/연출: 한혜민

출연: 이슬, 조성우

제작: 작은극장H

후원: 서울문화재단

문의: 010-2069-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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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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